설계개요 |
건축가가 짓지 않은 도시 구조물 ㅣ 새로운 도시 구성의 열쇠
Informal Architecture Series: Reimagining Urban Spaces
도시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요구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특정 기술과 조건을 강제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살아남은 것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건축가가 짓지 않은 불법적인 구조물들이다. 이러한 구조물들은 고양이가 자신의 몸보다 작은 상자에 들어가 꼬리가 튀어나온 것처럼, 도시의 제한된 공간 속에서 새로운 형태와 기능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불법 구조물은 특정 집단의 욕구와 도시의 다양한 기능이 결합하여 존재하며, 이는 도시의 강제성을 낮추고 관성과의 조화를 이루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들은 전세계적으로 급속한 인구변화, 발전 등을 겪은 도시에서 관찰된다.
예시_
Cairo
콥트 기독교인의 주거 지역에서 관찰되는 옥상 비둘기탑, 카이로 전체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하여, 농장 생활을 하기 위해 설치됨
HongKong
홍콩섬의 대형 공지 등에서 관찰되는 이민자들의 놀이 및 휴식 공간으로 형성되는 박스를 이용한 파티션
San Francisco
난방벽, 고가대로 하부 등에 설치되는 Homeless들의 간단한 텐트 임시 주거
Moran
고령, 저소득층의 경제 활동 공간이자, 지역 커뮤니티의 만남이 이뤄지는 노점상들의 벽돌 파사드의 틈새를 이용한 진열대, 지하철역 입구 계단 벽에 설치된 책상 및 의자, 돗자리 등
<Informal Architecture Series>는 이러한 불법 구조물에서 지역성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방법을 탐구하는 프로젝트이며, 해당 프로젝트에서는 카이로(Cairo)를 사이트로 탐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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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
Case Study: Cairo
카이로의 도시 풍경을 보면 옥상에 자리한 독특한 비둘기탑들이 눈에 띈다. 이 탑들은 자발린(Zabbaleen)이라는 콥트 기독교인 커뮤니티에서 돼지, 닭, 비둘기를 기르기 위해 주거 위에 형성된 구조물이다. 그러나 이들은 단순한 농장 역할을 넘어, 카이로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무기물 쓰레기는 재활용되고, 음식물 쓰레기는 동물 사료로 전환되며, 이 과정에서 나온 고기와 단백질은 식량으로 사용되고, 배설물은 열 에너지원으로 변환된다. 이러한 자급자족 및 정화의 순환 구조는 카이로의 도시 생태계를 반추(反芻)하며, 지속 가능한 자급자족 도시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추탑의 제안 l Bottom-Top Infrastructure from Informal Architecture
이 프로젝트에서는 기존의 비둘기탑을 변형하여 쓰레기 처리 과정과 농장을 통합한 '반추탑'을 제안한다. 이 반추탑은 도시 조직에 기생하는 구조물로, 농장, 재배, 재활용의 세 가지 옥상 프로그램(Platform Deck)과 처리탑(Tower)으로 구성되며, 각 탑들은 해당 프로그램에 맞게 쓰레기를 처리하며, 기존 주거 건물의 중심부(Core)에 장착된다. 또한, 탑 간의 동선 데크(Circulation Deck)를 격층으로 설치하여 다른 건물로의 접근이 용이하게 설계된다. 각 타워와 옥상 프로그램 데크의 입면들은 기존 콥트 기독교인들의 패턴에 기능을 부여(기능에 따라 필요한 창문, 루버, 폴딩 메쉬망 등)하여, 기존의 것을 Heritage로 받아들이며, 구성하였다. 이하는 구체적으로 간단한 기술을 이용해 설계한 탑의 쓰레기 및 오물 처리 과정 및 예시적인 생산량이다.
인구 : 600/1블록
1년간 생산량 및 설비
가. 농장 + 음식물 쓰레기 처리 장치 (비둘기 3만, 돼지 0.06만, 닭 1.8만)
l Air Heating, Vertical Drying Elevator, Static Sorting
나. 재배 + 오물 및 농장 배설물 처리 장치 (오렌지 21만, 밀 3.6만kg)
l Settlement Mixing, Vertical Anaerobic Digesting, Gas and Fertilizer Pumping
다. 재활용 + 무기물 쓰레기 재료화 장치
l Air Sorting, Static Sorting, Magnetic Sorting
반추 인프라의 도시적 확장 l Infrastructure in Macro Manner
이 반추탑 구조물은 카이로의 주거 조직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시 단위로 확장될 수 있다. 카이로의 주거 조직은 모래바람과 강한 태양으로 인해 밀집된 형태를 띠며, 여기서 서로 다른 네 가지 도시 조직이 나타난다. 이들 조직을 기본 유닛으로 하여 인프라가 장착되면, 카이로에서 그린벨트와 같은 반추 벨트가 형성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카이로는 자급자족 및 자급정화 체계로 변화할 수 있다.
반추벨트 구역 목록 (6개의 주거 밀집 조직 지역)
ㅣMit Halfa, Saft Al Laban, Imbabah, Al Basatine, Al Omraneya, Laqseem Lselky
반추 인프라의 도시 공간 형성 l Infrastructure Serving New Urban Space
자급자족 도시는 기존의 도시 공간과는 차별화된다. 정치적으로는 더 직접 민주적인 시스템이 필요하고, 교육은 공동체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강한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종교적 공간도 요구된다. 네 가지 도시 조직에 맞춰 설치된 인프라들은 탑 간의 거리와 위치, 기존 건물 간의 관계에 따라 도시 공간을 입면 재구성, 보수 등을 통해 재정비하고, 프로그램을 재배치하는 기준이 된다. 이를 통해 네 가지 서로 다른 반추 사회의 도시 공간을 제안한다. (입면 재정비의 경우, 더운 날씨와 하부에 빛이 들어오기 힘든 것을 감안하여, 기존 벽을 부순 후, 기존 수도 설비를 외부로 노출, 공기 및 열 순환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으며, 옥상의 태양열 전지는 가장 어두운 하부에 빛을 공급한다.)
Zabbaleen Agora : 정치적 블록
아고라의 경우에는 동선데크들이 중정을 두르게끔 탑이 붙으며, 중앙 저층부에는 언론, 정치 회의 등의 기능으로 둘러쌓인 정치 광장이 형성되며, 역 판옵티콘 형태로 삼차원적인 정치 광장이 형성된다. 동선데크들이 코어에 붙으며 형성된 층고 높은 공간들을 기존 계단을 활용하며, 소규모 회의 등이 열릴 수 있는 공간을 형성해내기도 한다.
Zabbaleen School : 교육적 블록
학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동선데크들이 중정을 두르며, 하부에 학교 복도를, 기존 건물 1층은 교실로써 중정에 다목적 공간을 두르고, 탑들은 해당 공간의 설비를 동시에 담당한다. 하지만, 2층부터는 모두 주거로 채워지며, 동선 데크들은 발코니처럼 활용되며, 저층부에 대한 시선처리를 일상적으로 하여, 서로의 아이들을 언제나 돌보는 공동 육아의 공간으로써 작동한다.
Coptic Galleria : 문화적 블록
갤러리아의 경우는 문화시설 및 상업을 담당하게 된다. 좁은 공간 때문에, 탑들이 벽기둥으로 붙으며, 동선데크들이 자연스럽게 실내 공간을 부수며, 실내 프로그램이 외부로 확장됨과 동시에, 실내에는 긴 복도와 포켓들을 형성하며, 상업거리, 전시 거리 등을 마치 계곡과도 같이 저층부에 삽입시킨다.
Coptic Sqaure : 종교적 블록
콥트 기독교 광장에서는 기존 성당을 기준점으로, 탑들이 마치 오브제처럼 나와 광장 및 지하 채플을 형성하며, 옥상 데크들은 자연스럽게 길어지며, 광장을 보조하는 대로이자, 마을을 환영하는 입구를 형성한다다. 이 대로에 붙은 건물들은 1층은 박물관, 2층은 순례자와 신부들을 위한 숙박 공간이 형성되며, 동선 데크들은 이들과 거주민의 중간지대를 빈틈을 넓게 메꾸며 형성, 광장을 바라보는 공동 기도 공간으로 사용된다. 이로, 해당 커뮤니티 지역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변모합니다.
우리의 반추적 태도 l Conclusion on Informal Architecture
이제 우리는 도시의 기존 구조물들을 재평가하고, 도시에 단순히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꾸어 나가는 주체적인 태도를 가져야 할 때이다. 예를 들어, 모란 시장의 노점상을 통해 공공 공간을 활용한 활발한 파사드를 상상할 수 있고, 서울의 어느 어두운 골목에서 발코니 확장을 통해 작은 등대처럼 길을 밝혀줄 수 있는 도시적 조명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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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 작품평 |
최준형 학생의 졸업작 “반추사회"는 이집트의 사회적 소외 집단인 콥트교도들의 밀집 주거 지역을 대상으로 삼는다. 카이로의 쓰레기를 처리하며 생존하는 주거 지역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물리적 개선을 통한 전형적인 도시 공간 미화 방식은 거부된다. 설계자는 이 주거 지역의 체계를 탐구하고 일종의 이상 공동체 도시 모델로 인지한다. 중세 수도원처럼 주변 지역을 정화하는 고귀한 역할을 수행할 뿐 아니라, 수도원 농장처럼 쓰레기를 재활용해 비둘기 등 가축 사육을 위한 사료나 농업용 비료로 탈바꿈시켜 사용하는 방식은 산업화, 대도시화, 환경오염 문제를 심각하게 앓고 있는 현대에 있어 윤리적, 자급자족적, 지속가능한 대안적 도시를 제안하고 있다고 여긴다. 이에 옥상의 불법 구축물인 비둘기탑들은 이러한 이상을 상징하는 고귀한 랜드마크로 승화된다. 이를 위한 설계 전략은 특수한 지역 생존책을 그대로 수용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 적용하고, 기존 프로그램을 보강하는 동시에 위생적 공간으로 개선하며, 쓰레기 처리 시설과 옥상 농장 플랫폼의 상부 구조 아래에 종교, 정치, 상업, 문화, 교육의 공동체 공간들을 재확립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 설계작을 강력히 추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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