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
서울, 그 중에서도 신도림, 그 중에서도 신도림역이 위치한 일대는 언뜻 보면 일상의 장소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지상에서는 고가도로, 도림천, 붕괴된 육교다리, 섬처럼 존재하는 공원들, 뜬금없이 앞이 막혀 있는 거리들이 혼재되어 무질서로 가득한 혼돈 속 도시의 모습을 한 장면에 억지로 넣은 것처럼 존재하고 있다. 지하에서는 서울의 교통 체증을 책임지는 신도림 환승역이 정돈된 그리드에 의한 공간체계 안에서 존재하며 사람들은 표지판에 의해 기계적으로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이러한 단면적인 괴리 사이에서 사람들은 마치 심장의 혈액처럼, 혹은 기계엔진의 전류처럼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대상지는 이런 복잡한 흐름이 일어나는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프로젝트는 복잡한 장소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파츠'(parts)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파츠는 단순한 매스 개념을 넘어, 주변 도시 조직과 매스 사이의 연결부를 고려한 개념으로, 주거, 상업, 교통, 국제 문화 등 다양한 장소가 가지는 성격에 따라 발생하는 도시의 물리적·사회적 형태에 대응하는 디자인 전략이다. 질서로 정의된 파츠들로 인해 겉으로 드러나는 도시 조직의 흐름과 그 이면에 내재 되어있는 보이지 않는 도시 시스템이나 사람들의 움직임에 의한 흐름이 반영되어 디자인에 적용된다. 하나의 파츠는 도시의 다양한 문제와 상황들을 고려하여 나타난 결과물이며, 마치 기계의 부품과 같이 다른 파츠들과 연계되어 도시 전체의 엔진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요소이다.
전체 건물은 복합적인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지만, 핵심 프로그램은 국제문화시설이다. 이는 두 가지 주요 이유에서 기인한다. 첫째는 대상지의 위치적 장점이다. 사이트는 경인대로와 면해 있어 인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지하철 노선 체계상 서울의 중심부 역할을 하여 환승 인구가 서울에서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이다. 둘째는 주변 지역의 맥락적 특성이다. 사이트 남쪽은 현재 구로구에서 진행 중인 구로드웨이와 국제문화거리 같은 다양한 국제적 공간들이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기반으로 신도림역을 중심으로 국제 문화 시설을 구축하고자 했다. 구성된 프로그램이 각 파츠들의 연결부에 의해 자연스럽게 섞여 혼합된 성격의 프로그램이 생기기도 하며, 이는 사람들에게 연속된 경험을 제공한다. 마치 엔진의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사람들은 그 중앙부에 다다르게 된다. 중앙부는 신도림역 환승플랫폼이다. 도시의 다양한 성격과 그 흐름에 이끌려 마침내 도달하는 곳에서 마주하는 공간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도시 엔진 속 단면의 한 장면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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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 작품평 |
신도림 지하 역사는 서울 역사 중에서도 유동 인구가 가장 많으나, 지하 역사를 중심으로 사람의 대부분이 이동하는 다소 폐쇄적인 곳이다. 역사 상부 일대는 서울의 외곽(edge)이라는 한계로 인해 다소 외지고 주변과는 단절된 공간으로 방치되어 있다. “Pumping Engine“이라는 작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도시 구조상의 한계를 탈피하고 단절된 주변과 연계하며 지하와 지상을 아우를 수 있는 입체적 복합단지를 제안하였다.
이 작품에서 지하 교통 역사가 갖는 단편적 기능을 넘어 도림천 산책로, 공원과 저층부 주변 상권을 유기적으로 꿸 수 있는 입체적 공간계획을 시도하였다. 그 중앙의 ”엔진 부“는 자연채광과 환기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하좌우, 내외부를 연계하는 모든 공간의 입체화를 위한 결절부가 된다.
부지가 가진 본연의 장소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서울의 미래 성장 동력을 이끌 수 있는 도시 외곽의 새로운 축(new axis)으로 재구성하고자 한 이 작품은 기성 건축가들의 딱딱하고 엄격함보다는, 학생으로서의 진취적 기상을 마음껏 뽐내는 도전적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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