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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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자 |
김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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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대학 |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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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개요 |
여러 시대의 레이어가 잠재된 땅 :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 246 일대
2024년, 수원 화성행궁 복원사업이 우화관·별주 복원을 끝으로 35년 만에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객사인 우화관 권역의 바깥 경계에는 담장이 아닌 가설펜스가 세워져 있고, 맞닿은 넓은 공터에는 근대에 지어진 옛 신풍초등학교 강당만이 외따로이 서있다.
대상지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 근대의 흔적을 고루 가진 유서 깊은 땅이나 현재는 주변 맥락과 동떨어진 채 대비되는 두 레이어만이 드러난다.
- 우화관 발굴조사 중 동삼문과 고마고 추정 위치에서 삼국시대 석실묘 유구가 발굴되었다. 그 주변으로 조선시대 담, 물길 유구가 발굴되어 우화관 영역의 경계는 추정이 가능하다.
- 1911년 지적원도를 통해 조선시대부터 존재해왔을 옛 길과 물길의 위치·형상이 확인된다.
- 현재 남아있는 목조 강당은 1957년에 재학생 기금을 모아 신축되었고, 1967년에 몸체를 콘크리트로 개축한 것이다. 지붕트러스는 1930년대 관립학교건물의 목구조 특징을 보인다.
위와 같은 땅의 감춰진 흔적을 드러내고, 다양한 레이어가 어우러지게 변화시키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이다. 고립된 땅과 강당을 주변과 연결시키고 흔적을 드러내는 방법으로써 길에 집중하였다. 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옛 흔적이며 서로 다른 시대, 용도의 건물을 매개한다. 그리고 역사적인 땅으로 사람을 끌어당겨 흔적에 현재를 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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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
신풍초등학교의 전신인 수원군공립소학교는 경기도 최초의 공립학교로, 1896년 조선 고종대에 개교해 1906년부터 우화관을 교사로 사용했다. 왕의 공간인 객사를 근대교육을 위해 내어준 것이 고종의 뜻이었으나, 일제강점기에 우화관은 교사 신축을 위해 허물어졌다.
2013년, 우화관의 발굴조사를 위해 신풍초를 광교로 이전하고 교사를 철거하였다. 그러나 행궁의 범위에서 제외된 강당만은 신풍초의 사료를 보관한 채 남아있다. 경기도 최초 근대 교육기관인 신풍초의 옛 모습을 간직한 유일한 건물이자 재학생 기금을 모아 지어진 강당이면서, 1930년대 관립학교건물의 목구조 특징을 가져 역사적, 사회적, 건축적 가치가 크다.
[흔적에 현재를 더하는 길 : at + tract + ing]
길은 강당과 우화관을 연결하고, 광장, 공원, 상업 등 주변 주요 요소들과 연결한다. 옛 길은 주요 요소들로 이어지는 사잇길과 교차하며 볼륨을 분절하고 재배치한다. 길을 따라 배치된 어트랙팅 박스는 그 사이로 보이드를 형성해 사람을 끌어당긴다. 어트랙팅 박스 위로는 자유로운 기둥과 가벼운 캐노피가 올라가 느슨한 경계와 다채로운 연결을 만든다.
외부공간은 거대한 보이드였던 땅을 휴먼스케일의 보이드로 전환시켜 보행자를 끌어당기는 요소 중 하나이다. 그 중 강당과 광장 사이에 조성된 어울림 광장은 땅 내·외부의 주요 요소들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유구 광장은 삼국시대, 조선시대 유구를 드러낸 공간으로 옛 길과 물길, 복원된 담장과 어우러져 과거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강당은 여기 존재했던 신풍초의 기억을 되짚어볼 수 있는 아카이브로 거듭난다. 현재 강당에 보관 중인 사료들과 외부에 방치되어 있는 석조물들을 전시하고, 학교의 역사와 과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하였다.
아카이브의 내부로는 외부의 사잇길이 연장되어 지나가며 사람을 끌어당기고, 지붕을 일부 걷어내 외부에서도 트러스를 인식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목조 대공간을 느끼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라운지를 조성하였다. 어트랙팅 박스는 행궁의 부족한 인프라를 보완하면서 아카이브와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설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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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 |
석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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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 작품평 |
<어트랙팅 신풍 - 흔적에 현재를 더하는 길>은 조선시대, 근대, 현대가 얽혀있는 역사적인 사이트에서 홀로 방치되어 있는 옛 신풍초등학교 강당(근대건축물)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역사적 흔적들이 대지 주변의 땅속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이렇게 드러나지 못한 옛 담장부터 삼국시대, 조선시대의 유구와 같은 흔적을 드러내고, 다양한 시대의 레이어를 조화시키며 주변 맥락을 고려한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주된 목적이다.
신풍초 강당을 중심으로 우화관과의 연결을 시도하고, 그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 볼륨을 배치하였는데, 주변의 문화유산을 고려하여 단순하고, 절제된 건축어휘가 사용되었다. 자료조사를 통해 알게 된 옛 길을 볼륨을 분절하고 배치하는 기준으로 활용하였는데, 이것은 자체로 하나의 중요한 흔적이며, 작업과정에 대한 논리적 타당성을 부여한다.
외부공간은 각각 삼국시대, 조선시대, 근대, 현대의 레이어를 드러내고, 새롭게 만들어진 어울림 광장에서는 주변 요소들이 모두 통합된다. 문화유산이 단순히 보호되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현대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향유되는 대상으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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