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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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자 |
유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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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대학 |
홍익대학교 실내건축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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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개요 |
이 프로젝트는 ‘철새들의 생태적 경로 복원’과 그로부터 시작되는 ‘인류와의 공생’을 목표로, 폐조선소 잔해에 개입하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안한다.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며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들에게 해안의 습지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존 자원이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급격히 성장한 조선소의 개발은 해안을 인공적인 단면으로 변모시키며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와 서식지를 앗아갔다. 주목해야할 부분은 현재 쇠퇴하고 있는 조선 산업의 추세다. 많은 조선소들이 폐쇄와 재개발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하지만 폐쇄된 공간을 방치하거나 단순히 인간만을 위한 공간으로 재조성한다면, 철새들을 위한 생태적 가치는 또 다시 외면당할 것이다. 따라서 폐조선소에 대한 접근 방식은 기존처럼 인간의 필요성만을 고려한 구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잔해에 조심스럽게 개입해 철새들의 영역을 돌려주며 인류와 조화롭게 살아가는 공생의 공간으로써의 접근이어야 한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철새들이 다시 ‘인식-접근-서식’할 수 있도록 폐조선소의 잔해를 활용한 공생 전략으로 ‘Camouflage’, 위장을 사용한다. 드라이 도크와 잠수함 잠망경 조립 구조물의 잔해, 콘크리트 땅은 각각 철새들의 습성에 맞는 습지, 둥지 공간, 숲으로 위장해 사이트 전체에 다양한 서식지를 조닝한다. 철새들의 시선에서 인간의 움직임을 최소화해 설계된 이러한 공간은 철새들의 서식지 복원과 더불어 인류와 공생하는 지속 가능한 환경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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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
#1. Introduction
철새들은 ‘여름의 번식-가을의 이주-겨울의 월동-봄의 이주’ 패턴을 가지며,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종들이 비슷한 경로로 이동하기 때문에 주요 경로는 9개로 수렴한다. 이러한 철새들의 여정에서 해안의 습지는 중간 기착지와 서식지로써 중요한 공간이다. 그러나 인간 활동으로 인한 환경 변화는 매해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와 서식지를 앗아가며 개체 수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조선소의 개발은 습지 영역을 파괴해왔다. 경사지에 물이 넘나들며 다양한 생물이 서식해 먹이와 안식처를 찾기 위한 최적의 공간을 인공적인 단면으로 변모시켰다. 실제로 55종, 30만 개체의 철새들의 지구적인 이주 경로와 전세계 조선소의 위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한 지도에서 발견한 사실은, 많은 이주 경로와 조선소의 위치가 겹쳐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 프로젝트는 감소하는 조선 산업의 추세에서 폐조선소의 잔해에 개입하여 또 다시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철새들의 영역을 돌려주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공생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기존 잔해를 최대한 유지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2. Site and Remains ; Mare Island Naval Shipyard
단순한 산업적 공간의 재구성이 아니라, 철새들의 생태적 경로를 복원하고 자연과 인류가 공생하는 공간을 제안하기 위해 선택한 사이트는 캘리포니아 메어섬에 위치한 폐조선소다. 해당 사이트는 1996년 공식 폐쇄되었으나 개발이 되지 않은 채로 잔해가 남아있으며, 9개의 철새 이주 경로 중 ‘Pacific Americas’ 경로에 위치해 있어 프로젝트의 의의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사이트에서 주목한 잔해는 크게 세 파트로 나뉜다. 게이트 시스템을 이용한 선박 건조 시설인 드라이 도크와 핵 잠수함 잠망경 조립을 위한 구조체인 하이베이 엔지니어링 스트럭쳐, 그리고 크레인이 지나다니던 레일웨이의 흔적이 남아있는 콘크리트 땅이다.
#3. Concept ; Camouflage
폐조선소의 잔해와 그곳에서 발생하는 움직임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결을 새들이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 전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생의 전략으로 Camouflage, 위장을 사용했다. 따라서 인간의 결이 자연의 결로 위장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개입된 결을 제시한 것이 본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잔해들 각각은 여러 종의 습성에 맞게 습지, 둥지 공간, 숲으로 위장해서 사이트 전체에 다양한 서식지를 조닝한다. [드라이 도크]같은 경우 기존 게이트와 펌프 시스템을 활용해 해안의 습지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함과 동시에 연구소의 모니터링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계획했다. 서식하는 새들은 주로 낮은 고도에서 비행하거나 은신처가 필요한 새들이다. [스트럭쳐]들은 둥지 공간으로 위장하는데, 각 버드타워들은 새들의 둥지 고도와 해안에서의 조닝에 따라 기존 구조를 최대한 활용해 배치된다. 엇갈리는 매스의 캔틸레버와 끝부분이 결합되지 않고 연장되는 목재 스트럭쳐는 새들에게 다양한 고도의 야외 틈새 공간을 조성한다. 특히 번식기에 도래하는 세가지 종의 디테일한 신체 사이즈와 기존 둥지 특성을 고려해 기능을 위장하는 방법으로 디자인했다. 버드타워의 내부는 인간의 탐조 공간으로, 램프들과 이어지면서 연속적인 동선을 형성한다. [콘크리트 땅]은 숲으로 위장하고 레일웨이의 흔적은 인간의 동선이 된다. 레일웨이와 버드타워들을 잇는 램프 외에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곳으로 설계해 새의 입장에서 인간의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4. Conclusion
‘Mare Island Naval Shipyard‘ 라는 하나의 사이트에서 프로젝트를 제안하였으나 철새들의 이주 경로에 있는 방치되거나 인간 위주의 재개발이 계획되어있는 다양한 사이트에도 적용되어 확장되길 기대한다. 본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조선소의 재개발이 이러한 철새 보호의 필요성을 반영하여 이뤄진다면, 우리는 철새들에게 그들의 영역을 돌려주고 인류와 공생하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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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 |
김정현, 차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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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 작품평 |
지난 십 년간 467종의 새가 지구상에서 사라졌습니다. 한편 조선업의 쇠퇴로 미국의 공공조선소는 이제 단 4곳만을 남기고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작품 'Symbiosis'는 이 두 가지 사건을 자연과 인류의 공생이라는 주제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폐조선소의 지리적 분포양상과 철새들의 주요 이동 경로가 대략 일치하고 있다는 조사와 분석에 기반하여, 과거 산업현장의 산실이었던 폐조선소를 생태계 회복의 교두보로 삼고자 하는 시의적절한 프로젝트입니다.
작품 'Symbiosis'는 인류만을 위한 건축이 아닌, 자연계의 또 다른 생명체들과의 공존과 상호작용의 공간을 집중적으로 탐구합니다. 폐조선소가 남긴 잔해를 위장(Camouflage)의 개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종의 새를 위한 서식지로 재구성하고, 인간 활동과의 간섭 또한 최소화되도록 계획하였습니다. 현대 건축이 다루어야 할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여 고민한 흔적이 잘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산업 유산을 재활용하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시각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학생다운 패기와 신선함이 돋보이는 작품이기에 최고의 추천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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