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개요 |
<서울 현충원 기념공원, 기념관 계획안>
[현충원과 한강 앞, 비장소성의 회색지대. 동작역 환승주차장 부지]
동작역 환승주차장 부지는 광복 이전에는 한강이었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현충원이 부지의 남측에자리잡은 뒤 서울의 발전과 함께 차도와 철도, 다리 등의 도시인프라 레이어가 겹겹이 쌓이며 땅으로 메워지고 접근이 어려워지며 주변과 섞이지 못한 채 존재했다. 더군다나 기존에 활용되던 환승주차장이라는 목적성도 잃어버린 채 겨우 그저 지나치는 공간으로만 남아있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현충시설 앞에 놓인 이 회색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몇몇의 시도가 있었지만 이렇다할 성과없이 비장소성을 띄고 있었다. 주변은 동작역, 반포천, 한강과 같은 일상적인 성격을 지닌 공간과 현충원과 같은 추모의 성격을 지닌 공간이 혼재한다. 그 둘을 이어주는 전이공간, 중간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이 이 대상지에 내포해있음을 알게 되었다.
대상지를 방문했을 때, 현충원은 주변에 숨겨진 듯 고요하게 자리하고 있었고, 대상지는 마치 도시 속 고립된 섬처럼 느껴졌다. 현충원을 오르며 보였던 수많은 비석들과, 언덕 위에서 바라본 한강과 서울의 모습은, 발전과 기적의 도시라는 인식보다 순국선열과 호국위령의 희생 위에 세워진,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역사의 무게를 떠올리게 했다. 그 순간 느꼈던 숭고함과 경외심 속에서, 일상의 소중함과 함께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이 대상지에서 경험될 필요성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비장소성을 띠던 이 공간에 주변의 장소성과 기억을 이식하고, 추모와 일상을 연결하는 중간지대로서 현충원 기념공원과 기념관을 계획하게 되었다.
|
작품설명 |
기존 대상지는 지상에 주차장과 공원이 있으며, 동쪽 끝에는 반포천을 가로질러 동작역 4호선과 연결되는 보행교가 있다. 그리고, 지하에는 동작역 4·9호선 환승통로, 9호선 역사, 그리고 복개된 현충천이 흐르고 있다. 또한, 주변에는 남서쪽의 현충원, 북쪽의 올림픽대로와 한강, 동쪽의 동작역과 반포동 주거단지가 있으며, 여러 도로가 교차해 주변이 혼란스럽고 정돈되지 않은 상태이다.
부산스러운 주변을 정리하고 새롭게 질서를 세우며 주변과 연결되는 새로운 장소성을 만들기 위해 고전적으로 사용되던 건축언어인 축을 이용하기로 했다. 주변의 수많은 축들을 찾고 일부를 선별해 대상지 내부로 끌고 들어와 시각적 이미지와 기억, 경험들을 결합해 특정 의미를 증폭시키고 서로 다른 축들을 통해 의미를 결합, 분리, 전개하며 무(無)의 공간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였다.
주변의 다양한 축 중에서, 우선적으로 대상지와 시각적으로 연결되었을 때 의미를 갖는 축을 선택하려 했다. 단순히 전시품이나 오브제로 이용자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직접 목격하는 것'의 효과를 얻고자 했다. 첫째는 대상지에서 현충지와 현충원을 중앙에서 연결하는 현충원의 가로축을 선택하여 추모의 의미를 부여했다. 둘째는 순국선열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한강과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인접한 동작대교의 축을 선택하여 일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그 외에도, 대상지 지하를 관통하는 9호선의 축, 기존 질서를 담당했던 4호선과 연결되는 보행교의 축, 그리고 인접하게 흐르는 반포천의 축을 취약한 접근성을 해결하는 진입의 축으로 선택했다. 이러한 축들은 각기 다른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대상지에 새로운 서사를 부여하고 접근성을 개선하려는 계획에 포함되었
대상지 중앙에는 '순국선열과 호국위령의 희생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의 모습'이라는 스토리를 담은 기념관을 배치하였다. 이 기념관은 추모와 일상이라는 두 축을 주변에서 끌어와 강하게 배치하여 중심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기념관을 기준으로 두 축, 기념과 일상을 주변의 현황 및 진입 성격과 연관지어 병치하였고, 이를 통해 대상지에 그 의미들이 퍼져 나갈 수 있도록 큰 공간의 성격을 정립하였다.
지하에서의 접근성을 활용하여, 현충원에서 반포천까지 흐르는 복개된 현충천을 복원하고 이를 일상과 추모 공간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보행로로 계획했다. 이 보행로에는 일상과 추모에 관한 두 개의 선큰마당과 함께 휴게, 문화, 기념공관을 배치했다.
지상에서는 기존의 월남전 참전비를 없애지 않고, 추모의 축과 수직이 되도록 돌려 기념공원의 ‘현충길’ 끝점에 위치시키며, 이 길을 통해 기념공원의 공간들을 주된 경험하도록 했다. 또한, 다양한 마당을 부드럽게 단절하기 위해 레이어와 1m에서 1.5m의 작은 단차를 적용했다.
위의 계획을 통해 일상적인 공간에서 진입한 이용자들은 주변에 부족한 문화, 휴게시설을 사용하다가 점진적으로 추모의 공간을 경험하고, 현충원에서 접근한 이용자들은 점진적으로 다시 일상으로 환원되는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특정 전이지점에서 기념관으로 유도하는 진입로들을 배치하여 기념관에서 현충원과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두 축으로 만들어진 현충원 기념관]
현충원 기념관은 일상과 추모의 축을 겹쳐 현충원에서 바라보았을 때 부산스럽지 않게 정돈된 형상으로 디자인하였다. 우선 추모의 축을 따라 올라가며 현충원과 대한민국의 역사에 관한 전시실을 보여준다. 기념관의 모든 여정에서는 내부의 레이어와 개구부를 통한 다양한 빛을 통해 순차적으로 이용자들을 유도해간다. 올라가며 지상에서 보았던 기념공원 중 남측의 추모공간의 모습들을 높은 곳에서 다시 마주하고 추모의 축 맨 끝 여정에서는 현충원을 바라보며 기념하는 기념관이 이용자들을 맞이한다. 단 하나의 큰 개구부를 통해 이용자들은 현충원을 처음보는 높이에서 마주한다.
이제 일상의 축으로 향하며 기념공원의 일상부분인 북측의 공간을 높은 곳에서 다시 마주하고 빛이 떨어지는 사색의 복도를 지나 이미 마주했거나, 마주할 동작역과 반포천을 바라보고 일상의 축으로 향해 내려가게 된다. 이후 한강과 그를 가로지르는 동작대교, 그리고 그 너머의 서울의 모습을 본다. 이용자들에게 서울의 잊혀진 모습을 다시 상기시킨다. 이후 2층에서 지하 1층까지 한 번에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통해 내려간다. 이 계단의 끝은 반포천과 마주하는 일상선큰마당이며, 내려가며 보이는 개구부를 통해 이전에 지나쳐왔던 공간들을 다른 위치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상기시키며 마무리하도록 하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의 섬처럼 고립된 이 땅에서 단절된 현충원을 찾아내고 순국선열의 희생 위에 발전한 서울의 모습을 다시 상기하며 일상의 소중함과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
지도교수 작품평 |
현충원은 호국선열과 국가유공자들의 희생, 자부심, 슬픔으로 가득하다. 그 전면은 동작역, 반포천, 한강, 도로 같은 일상적 공간으로 가득하다. 특히 대상지는 다양한 도시 인프라에 에워싸여 남겨진 곳이다.
학생은 초기에 말하길 "현충원은 숨겨진 듯 자리했고, 비석 너머 한강과 서울을 보며 잊었던 역사와 감정이 이곳에 표현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느꼈어요." 정체성이 모호한 회색부지에 비일상적 장소를 완성해 현충원의 추모와 감사가 더욱 강조되길 바라는 것 같았다.
계획안은 추모와 일상의 두 축으로 구성되고, 중앙에는 ‘희생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이라는 스토리를 담은 기념관이 있다. 중심 홀에서 두 축은 주변 상황을 끌어들이고 교차, 확산된다. 특히 현충원과는 강한 매스로 마주하고, 기존 인프라와는 물의 흐름과 방향 전환으로 풀어냈다. 현충원에서 반포천까지 흐르던 현충천을 복원해 일상과 추모의 교차 보행로로 계획한 점은 지상의 실상과 지하의 허상이 연출된 흥미로운 해석으로 보인다.
작품은 두 개의 강한 축으로 정돈된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내부 공간의 겹침과 어긋남, 다양한 빛의 연출로 긴장과 이완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다. 이는 이 작품의 최대 강점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