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개요 |
TO MAKE SEEN THE UNSEEN – renovation of 1960s monolithic heritage
[도시의 요구에 따른 낙원상가 재창조]
이 프로젝트는 낙원상가의 역사성과 그 구조체의 물성을 존중하면서 도시의 요구에 따라 건물을 변화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낙원상가의 파사드를 도시의 도로망에 따라 개방하고, 새로운 지상으로의 출입구를 제공하며, 건물을 타고 흐르는 새 동선을 제공하여 도시의 맥락과 동떨어진 거대구조물이 아닌 도시의 일부로 탈바꿈한다.
리노베이션은 건물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콘크리트 구조체를 파쇄하고, 나온 잔해를 모아 새로 생겨난 공극을 강조하는 벽으로 만든다. 건물을 타고 흐르는 균열을 따라 층을 오가는 동선을 마련했고, 이를 통해 이용자는 자유롭게 주변 도시환경에서 낙원으로, 낙원을 뚫고 그 너머의 도시환경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지상의 도로망을 정비하고, 지하에 방치되었던 낙원시장을 올려 탑골공원과 노포거리를 연계하는 도시환경으로 만들었다. 또, 악기 상가를 여러 층으로 확장함과 동시에 전시공간, 다목적홀, 음악 녹음 및 작업실 등 상업을 넘어선 문화생산기지로의 발전을 도와줄 시설들을 다수 담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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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
[종로와 단절, 낙원]
종로 3가 일대는 노인의 영역인 탑골공원 일대와 노포 식당이 모인 거리들, 젊은이로 넘쳐나는 익선동, 정체불명의 모텔촌,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길 건너있는 인사동 등 파편화된 양상을 띤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3.1대로와 낙원상가가 자리하고 있다.
1960년대 말, 유서깊은 낙원시장과 그 일대의 판자촌을 밀고 놓인 3.1대로는 도시를 동서로 나누었고, 위에는 백화점과 영화관, 아파트가 섞인 거대 구조물 낙원상가가 올라갔다. 낙원은 근대 입체복합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꿈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가며 건물은 이 지역을 갈라놓았고, 폐쇄적인 외벽은 안의 상가를 고인 물과 같게 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낙원상가가 도시의 흐름을 가로막는 지점들로부터 출발한다. 꼴라주 작업으로 길을 막아서는 그 파사드를 찢어내는 상상을 한다. 낙원 안의 악기 상가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 구조체의 깨어짐은 낙원의 안으로 이어져, 도시조직의 흐름을 건물이 이어가는 것으로 발전하게 된다.
“낙원의 노래”는 프로젝트의 주제문이다. 역동적이던 그 시절 대한민국과 찬란하던 낙원의 시작을 이야기한다. 또, 다른 많은 거대 모더니즘 구조물이 그러했듯, 이 육중한 유산이 놓친 것을 노래하며, 이제 나아가야 할 변화의 방향을 제시한다.
[낙원의 노래]
그때는 그런 때였다
망국과 전쟁의 아픔을 딛고 벅차게 뛰던 그 때
따라잡아야 한다는, 바꿔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여
밀고 묻고 세워서,
미래로, 하루라도 더 빨리 미래로
나는 찬란히 빛나는 근대의 상징
대로가 앗아간 삶의 터전을 내 안에 담았다
시장과 백화점, 영화관, 아파-트
나는 도시의 이상향이자 대한의 낙원
참으로 나는 낙원이었는가
나를 지은 이들이 상상한 육중한 미래는 어디로
내 안의 사람이, 곁의 마을이 빛나야 했거늘
바래질 것을 모른 채 홀로 찬란하고자 했던 죄다
갈라지고 외로워진 사방으로
내 안의 따스한 노래가 보이기를
가르고 깨어내어 내 안을 보이리라
지우고 무너뜨려 내 안으로 들이리라
그렇게 우리는 낙원이 되겠지
[깨짐을 통한 연결과 변화]
지금의 낙원은 엄격한 층간 분리로 인해 건물 전체를 아우르는 공간적 특성이 부재하다. 조선시대로부터 이어오는 역사를 지닌 낙원 재래시장은 지하주차장 같은 공간에 방치되어 있고, 공실율이 절반에 달한다. 낙원의 아래 지상은 걸어 다니기에 매우 부적절하며 건물 안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외벽에 붙은 좁은 계단들이 전부다. 2층은 악기 상가로 잘 활성화되어있으나 3층부터는 사실상 창고이다.
낙원의 깨어짐은 층을 넘어서는 연결의 장소들을 만들어낸다. 지상의 도로를 낙원의 중심에서 서쪽으로 옮기고, 지하의 재래시장을 지상으로 옮겨 탑골공원 • 노포 거리와 연계한다. 중심부에는 큰 동공을 만들어 건물 아래 지상으로 해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한다. 이 동공은 낙원의 동쪽으로 이어지며, 그 위에는 새로운 공연시설이 들어온다. 건물의 균열을 타고 계단이 배치되어 지상과 건물 안, 층과 층을 있는다. 이를 통해 탑골공원에서부터 근대문화유산 전시공간을 지나 4층의 실버 시네마와 공연시설로 이어지는 동선의 흐름이 만들어진다.
[철거와 재창조]
빽빽하게 들어찬 라멘 구조체를 균열의 흐름에 따라 걷어낸다. 기둥과 보를 그대로 둔 채 슬래브를 파쇄하여 여러 층을 관통하는 보이드를 만든다. 이때 발생하는 콘크리트 파편들을 모아 개비온 벽을 만든다. 이 개비온 벽은 바닥의 깨짐을 따라 배치되는데, 때로는 난간 높이로, 때로는 바닥의 균열에서부터 천장의 균열까지 이어진다. 이를 통해 공간은 단순히 바닥의 깨짐에서 건물을 관통하는 동굴로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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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 작품평 |
최재서 학생의 낙원상가 재생 프로젝트는 도시, 건축, 그리고 역사적 레이어를 재해석하고, 그 과정을 구체화한다. 60년대 서울의 격변 속에서 탄생한 낙원상가는 현대적 복합 건축물의 상징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단절되고 폐쇄적인 공간으로 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추억과 비물리적인 가치를 지닌 장소로 자리 잡았다. 문제이지만 또 우리의 일부가 되어 버린 것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학생은 낙원상가를 도시와 다시 연결한다.
프로젝트는 낙원상가의 외피를 과감히 제거함으로써 도시와의 단절을 해소하고, 내부에 균열을 만들어 새 동선이 흐르도록 한다. 낡은 구조체는 개비온 벽으로 재활용하여 공간의 유기적 변화를 유도했다. 이 과정은 건축적 흐름을 재구성해 생명력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키면서도, 낙원상가가 지닌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존중하는 동시에 포용하고 있다. 상업적 기능을 잃은 상층부는 전시와 공연 등 문화생산의 장으로 변화한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건축적 재생을 넘어 도시와 건축,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장소를 경험하는 방식을 재정립하려는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학생의 맥락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과 창의적 해석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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