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상 |
우수상
|
| 출품자 |
지민희
|
| 소속대학 |
인천대학교 도시건축학부/4학년
|
| 설계개요 |
[POLYPHONIC COURT_대법원 리노베이션]
법원은 공공성과 개방성을 요구 받은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공간적 발전은 여전히 더디며 과도기적 상태에 머물러 있다.
1985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시작으로 상징성과 권위를 강조하면서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법원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참여 민주주의가 확산되면서 공공기관의 개방성과 권위 탈피가 강조되었고 법원도 공공기관이기에 그 영향을 받으며 변화해왔다.
현재까지 법정동을 전면에 배치하고 외장재를 바꾸는 등의 변화가 있었으나, 이용자 편의에 초점을 맞춘 공간에 머물러 있다. 대표적으로 참여 민주주의 실현의 상징인 ‘배심원 제도’는 법적으로는 큰 전환점이었지만, 공간적으로는 여전히 사각형 평면 안에서 가구 배치만 바뀌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이렇듯 다수가 모여 사회적 의미를 판단하고 논의하는 장소임에도, 법원 건축은 오랜 시간 효율성과 통제 중심의 방식으로 구성되어 왔다. 이에 본 프로젝트는 대법원 리노베이션을 통해 기존 법원이 지닌 상징성과 제도적 가치를 새롭게 해석하는 법원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
| 작품설명 |
본 프로젝트는 공공기관 건축의 변화를 바탕으로 법원의 새로운 방향을 탐구한다. 시청과 도서관이 권위적·폐쇄적 성격에서 벗어나 이용자 중심으로, 더 나아가 기능이 확대되었다. 이러한 흐름처럼 법원 또한 재판만을 위한 공간을 넘어 확장될 필요가 있다. 법원은 본래 각기 다른 이야기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 사회적 논의를 하던 장소였다. 특히 법률심을 다루는 대법원은 사실 판단보다 법적 해석과 사회적 의미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는 사유와 숙고의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법원은 획일적인 경험을 하는 공간이 아닌,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법원을 경험하고 다양한 담론이 교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본 프로젝트는 이를 바탕으로 대법원을 단순한 판결 공간이 아닌, 사건을 되짚고 사회적 의미를 반추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안한다.
과거의 대법원은 사법 독립성을 강조하기 위해 권위적이고 형식적인 건축 언어를 사용하였으며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논의는 한정된 이용자만의 영역에 머물렀다. 오늘날 사법의 가치는 독립성만이 아닌 시민의 신뢰와 사회적 소통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본 설계는 이를 건축적 언어로 구현하고자 하였다.
기존 대법원의 대홀은 법정을 향한 통과 공간에 불과했고 일반 시민에게는 닫혀 있었다. 본 프로젝트는 대홀의 개념을 확장하여 법정 이용자뿐 아니라 누구나 머무르고 논의할 수 있는 세 개의 court로 재해석하였다. 이 세 개의 court는 법원의 중심에 배치되어 분절된 기능을 통합하고 사회적 담론이 흐르는 축으로 작동한다. 기존의 권위적 형태가 기능을 감싸던 구조를 해체하고 논의의 공간을 중심에 두고 그 주변으로 업무 공간을 배치하였다. 이때 대법관의 구성 원리를 공간적 배치에 반영하여 과거의 수직적 위계 대신 수평적 연계가 이루어지도록 설계하였다. 또한, 사법의 독립성 상징의 시작점이었던 6층을 개방하여 목적 없이 방문한 시민들도 머무르며 법원의 공간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공의 층으로 전환하였다. 마지막으로, 과거 수직적 권위를 지탱하던 타워부 코어는 이제 새로운 수평적 공공 공간을 받치는 구조적·상징적 역할로 재편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법원은 더 이상 닫힌 권위적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와 공론을 품은 열린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대법원이 지닌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구조를 해체하고 사회적 담론이 흐르는 중심 공간을 새롭게 제안한다. 이를 통해 법원은 더 이상 단절된 기관이 아닌 도시와 호흡하는 열린 구조로 거듭나며,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법을 경험하고 의미를 나누는 공공의 장으로 확장된다.
|
| 지도교수 |
박유정
|
| 지도교수 작품평 |
이 작품은 최고 사법기관인 현 대법원 청사가 지닌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이미지와 동선 체계 등을 재조명하고, 미래지향적인 공공기관 공간의 가능성을 제안한 점이 인상적이다. 기존 청사의 대칭적·수직적 구조와 중성적 색채, 제한된 채광 같은 요소를 과감히 해체하고,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공간으로 재구성한 시도가 돋보인다.
특히 전면 유리 파사드를 통해 드러나는 아트리움 속에 대법정을 배치함으로써 ‘열린 법원’의 이미지를 구현했으며, 기존 코어를 남겨 과거의 흔적과 상징성을 동시에 담아낸 점도 의미가 크다. 또한 보안과 통제라는 법원의 기능적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시민에게 열린 공간을 제공하려는 균형 잡힌 접근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외부 공간 배치와 건축물과의 조화를 조금 더 발전시켰다면 한층 완성도가 높아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위적인 공공청사를 시민 친화적인 공간으로 재구성하려는 의도가 잘 드러난, 의미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