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설명 |
한국의 도시는 모두가 오브제가 되려는 욕망의 전시장이다.
각자의 질서를 주장하는 건축물들이 서로 겹쳐지며, 도시의 풍경은
점점 더 복잡하고 과잉되어간다. 하나의 몸에 여러 정신이 깃든 한국
도시는 충돌하는 욕망과 환상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이러한 도시적 속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건축 유형이 바로
모텔이다. 모텔은 한국 사회의 욕망과 환상이 그대로 투영된 공간으로,
혼란스럽고 강렬하며, 주변과 모순되면서도 끊임없이 변형되는
한국적인 헤테로토피아다.
이러한 헤테로토피아적 건축 유형이 발생하게 된 배경에는 억압된
도시환경이 있다. 단조롭고 획일화된 도시 풍경은 오히려 수많은 “
모텔”의 돌연변이를 만들어내는 역설적인 토양이다.
코니아일랜드가 맨해튼의 무의식을 대변한다면, 모텔은 서울의
무의식이자 원형이다. 한국 사회의 억압된 현실 속에서 모텔은
유일하게 해방을 허락받은 공간이다.
이태원은 오랫동안 문화적 치외법권으로 기능하며 독특한 지역성과
서브컬처의 다양성을 품어온 문화적 방주였다. 그러나 이제, 한남동
뉴타운 계획에 의해 이 문화적 방주는 소멸 위기에 놓였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 다시금 허용과 해방의 공간을 제안한다.
K-SUPER MOTEL — 한국적 모순과 욕망, 그리고 환상이 충돌하고
발화하는 새로운 헤테로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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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교수 작품평 |
병치와 상징으로 구축된 한국성의 탐구
류승완 학생의 K-Super Motel은 학부 수학 기간 동안 꾸준히 탐구해 온 ‘한국성’이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라 할 수 있는 프로젝트이다. 한국의 풍경 속에서, 구성적 상관관계 없이 병치되는 다종의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혼잡함 속에서 한국성을 발견하려는 시도를 보여주며, 특히 맥락에서 벗어난 비일상적 판타지로 작동하는 모텔 건축의 양상을 보편적 건축 언어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돋보인다.
본 프로젝트는 ‘병치’, ‘규칙과 제한’, ‘비일상’, ‘상징’이라는 네 가지 개념을 중심축으로 삼고, 무국적 혼성의 장소인 이태원을 대상지로 설정하였다. 클럽 하위문화를 기반으로 파생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복합체를 통해 한국성을 구체화하였으며, 나아가 프로젝트의 현실적 실행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예술가 콜렉티브가 주체가 되는 부동산 개발 시나리오를 제안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도발적이고 급진적인 메시지를 통해 무겁게 여겨지기 쉬운 한국성이라는 주제를 경쾌하게 담론의 장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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