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품

주요일정

  • 신청접수 2025. 09. 02(화) ~ 09. 12(금)
  • 작품접수 2025. 09. 18(목) ~ 09. 24(수)
  • 작품출력물 제출 2025. 09. 19(금) ~ 09. 24(수)

수상작품

Embassy of the Unseen: 사라진 빙하를 위한 대사관

수상 우수상
출품자 노율하
소속대학 한양대학교(서울) 건축학부 5년
설계개요 [ 사라진 빙하를 위한 대사관 ] Embassy of the Unseen: Mediating Arctic Voices in a Melting North 기후위기는 인간뿐 아니라 빙하·동물·생태계와 같은 비인간 존재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들은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기후 담론 속에서 위성 이미지나 수치 데이터로만 소비된다. 본 프로젝트는 이렇게 말하지 못하는 존재를 건축적으로 어떻게 대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그 대변의 방식으로 감각을 통해 부재를 인식하게 하는 공간을 제안한다. 대표 사례로 빙하를 선택했다. 빙하는 기후위기의 가장 강력한 증언자이지만, 변화가 너무 거대하고 느려 쉽게 감각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거대한 존재의 부재를, 건축적 공간을 통해 다시 감각하게 하고자 한다. 이 대사관은 실제 행정 기능을 수행하는 외교 시설이 아니다. ‘대사관’이라는 제도적 언어를 빌려, 비인간 존재를 위한 새로운 외교 공간을 제안한다. 여기에서 외교는 말이 아닌 감각을 통해 시작된다.
작품설명 [ Embassy Trail: 빙하의 흔적을 따라 ] 프로젝트의 대상지는 그린란드 일루리삿이다. 이곳은 수십 년간 빙하가 후퇴하면서 드러난 지형과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지역이다. 기존의 Blue Trail은 후퇴한 빙하의 경로를 따라 형성된 탐방로로, 본 프로젝트는 그 일부를 Embassy Trail로 전환하였다. Embassy Trail에 배치된 네 개의 구조물은 더 이상 빙하가 존재하지 않는 자리에 놓이며, 사라진 빙하의 흔적을 외교의 여정으로 전환한다. [ Four Structures: 흔적 위의 외교 ] 첫 번째 구조물은 Climate Dialogue다. 과거 빙하가 붕괴되던 자리에 기울어진 매스를 세워, 무너진 얼음의 잔해처럼 보이도록 했다. 내부에는 청각 장치를 설치하여 사라진 붕괴음을 다시 울려 퍼지게 하며, 방문자는 잃어버린 소리를 듣는 경험으로 여정을 시작한다. 두 번째 구조물은 Arctic Archive다. 세 개의 빙퇴석 띠 위에 놓인 건물로, 각 띠는 빙하의 침식과 퇴적 흔적을 드러낸다. 방문자는 유리 다리를 걸으며 빙퇴석을 관찰한다. 내부의 열람 공간, 시네마, Trace Room을 거치며 빙하의 부재가 기록과 기억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경험한다. 세 번째 구조물은 Trace of Crevasses다. 과거 빙하 균열이 형성되던 지형 위에 얇은 수직 판을 클러스터로 배치했다. 멀리서는 희미한 선처럼 보이지만, 그 사이를 통과하는 동안 방문자는 과거 빙하의 균열 속을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듯한 공간적 체험을 한다. 마지막 구조물은 Arctic Pledge Station이다. 수직적 타워로 구성된 이 장소에서 각 슬라브는 특정 연도의 빙하 두께를 나타낸다. 방문자는 층을 따라 오르며 빙하의 후퇴를 수직적으로 감각하고, 최상부에서 기후 서약을 남긴다. [ 감각으로 다시 쓰는 외교의 언어 ] 이 프로젝트는 인간 중심의 외교를 넘어, 감각을 매개로 비인간 존재와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한 외교적 실험이자 건축적 제안이다. 사라진 빙하를 듣고, 걷고, 기억하는 방식으로 다시 감각하게 하며, 방문자를 수동적 관찰자에서 기후 동맹자로 나아가게 하는 공간. 그것이 Embassy of the Unseen이 제안하는 외교의 시작이다.
지도교수 김재경 교수님
지도교수 작품평 본 프로젝트 Embassy of the Unseen 은 기후위기로 인해 사라진 북극의 빙하를 위한 비인간 대사관이라는 설정 아래, 기존 건축이 다뤄온 공간성과 외교의 상징성 사이의 접점을 재구성하려는 시도이다. 말할 수 없는 존재들이 감각되지 못하고 데이터로만 소비되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그 부재를 감각의 질서로 다시 호출하는 건축적 매개체를 제안한다. 설계자는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사라진 빙하의 흔적을 따라 네 개의 구조물을 배치했다. 각각 빙하의 상징적 단계를 반영한 이 구조물들은 ‘부재’를 지각 가능하게 전환하며, 사용자의 공간 경험을 통해 외교적 태도의 전환을 유도한다. 구조물의 배치는 시간성과 감각, 조형과 기능을 정교하게 매개하며, 설계 전반의 개념적 통일성과 공간적 조율력을 함께 성취하고 있다. 이는 건축을 감각과 윤리를 매개하는 실천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감각, 구조, 프로그램, 장소 간의 긴밀한 연결을 단정하면서도 밀도 있게 풀어낸 이 작업은 높은 수준의 기획력과 사고력을 보여준다. 본 작품은 비인간 주체를 다루는 동시대 건축 담론에 응답하는 윤리적 건축 실천으로서, 전시 출품작으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