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상 |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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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품자 |
손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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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속대학 |
울산대학교 건축학부/건축학전공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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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계개요 |
건축이 무언가를 담는 그릇이라면, 그 안을 채우고 있던 모든 것들이 빠져나간 뒤에도 남는 것은 무엇일까. 비워진 후에야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들이 있다. 오롯이 공간만이 남겨졌을 때, 우리는 그것이 본래 특별했던 것인지 혹은 그 안을 채우고 있던 것들이 특별했던 것인지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드러난 건축의 물성이 보잘 것 없게 느껴질 때, 우리는 그것을 깨뜨려 없앨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길지 고민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그 결말에 대한 선험적 탐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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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설명 |
일상적인 풍경 속에 자리한 탑리리의 폐교와 폐역은 주민들의 기억을 품은 채 흔적으로만 남아있다. 그들 자신이 책가방을 메고 다녔던,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던 공간들은 이미 역할을 다한 듯이 텅 비워져 있다. 건축의 마침표는 어디에서 찍히는가? 그 물성은 기억을 축적하기보다는 시간을 멈추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썩지도 않고, 지워지지도 않고 영원히 그릇만이 우뚝 서있을 것만 같다.
프로젝트는 그 남은 것들을 다시 읽어내는 일로, 평범하고 보편적인 표면들은 오히려 타인의 기억에 이입하고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비워진 구조는 지워지지 않고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읽어내는 하나의 태도로서 남겨진다. 기억의 주체인 주민들은 다시 공간을 짓는 주체가 되며, 주변에서 자란 농작물은 재료가 되어 새로 건축을 빚어낸다. 농촌 마을에 남겨진 잔해들을 따라 느린 순환의 시퀀스로 구성되어 있는 이 프로젝트는 양조장, 연구소, 관조공간, 공원화된 폐역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시간성과 감각을 품은 채 하나의 유기체처럼 서로를 매개하며 흐름을 형성한다. 그렇게 완성된 공간은 다시 새로운 기억을 품는 그릇이 되어 마을과 함께 천천히 나이 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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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교수 |
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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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교수 작품평 |
이 프로젝트는 건축의 물리적 흔적과 눈에 보이지 않는 기억과 시간의 차원을 동시에 다루는 드문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작업은 “건축이 비워졌을 때, 무엇이 남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손양지군은 건축을 단순한 용기의 개념을 넘어, 기억과 변형, 새로운 거주의 그릇으로 설정하고 폐교와 폐역과 같은 일상의 흔적을 다루면서, 건축을 물리적 사용이 끝난 이후에도 주민들의 기억이 머무는 “종결의 선험적 탐구”로 접근했다.
단순한 보존이 아닌, 그을린 표면, 풍화된 층위, 새로운 재료의 삽입을 통한 재료 실험을 통해, 소멸과 축소, 갱신이 공존하는 건축적 서사를 구축했다. 특히 건축가는 주변의 부산물을 건축 재료로 다시 들여옴으로써 건축이 마을 맥락과 분리되지 않고 함께 살아가길 의도한다.
공간·시간·기억을 하나의 유기체로 엮어내어 양조장, 연구소, 사색의 공간, 마을길 등을 거쳐 방문객들이 재료의 풍화와 농촌 풍경의 시간성을 체험하게 한다. 이 프로젝트는 물성과 시간성, 지역 공동체를 연결하는 섬세한 태도로 건축이 어떻게 지속·적응·공생할 수 있는지를 제시한 작업이며 치밀한 건축적 사고와 감수성을 동시에 반영하는 완결성 있는 하나의 작업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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