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상 |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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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품자 |
곽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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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속대학 |
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 건축디자인전공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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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계개요 |
도시는 상실을 감지하지 못한다. 병원과 장례식을 빠져나온 죽음은 곧 일상에 파묻히고 , 개인의 이별은 공공의 망각 속에서 지워진다. 이 프로젝트는 도심의 심부에 되풀이 가능한 순례의 구조를 수직적으로 주입함으로써 기억을 붙잡지 않고, 오히려 잊을 수 있을 때까지 걷게 만드는 건축을 제안한다. 이 공간은 차연(Différance)을 기반으로, 고정된 의미나 완결이 아닌, 지연되고 반복되는 시간성을 품는 공간을 전개한다. 사용자마다 다른 상실의 속도와 리듬을 수용하며, 기억과 이별이 열려 있는 구조 안에서 추모가 이루어 진다. 그 결과, 이 건축은 완결을 유예함으로써 도시를 치유하는 순례의 형식이 되고, 망각의 도시를 회복의 도시로 전환시킨다.
동작주차공원은 도시 구조 속에서 오랜 시간 기능적이면서도 무의미한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도시의 리듬 속에서 지속적으로 회피되고 밀려난 장소, 즉 기피 시설의 상징으로 기능해왔다. 맞은편에는 국가가 승인하고 제도화한 추모 공간, 서울 국립현충원이 자리 잡고 있다. 현충원은 죽음을 ‘영웅화’하고 ‘기억할 만한 죽음’만을 공적으로 전시한다. 그곳은 정제된 슬픔, 허락된 이별, 사회가 ‘공감 가능한 감정만을 선별하여 추모하는 장소’다. 그에 반해, 동작주차공원은 이 공공적 기억이 조명하지 않는 어둠, 말해지지 않은 상실, 기억되지 못한 감정들이 겹겹이 쌓인 비공식의 그림자 공간이다. 이 대지는 국가가 승인한 죽음과, 도시가 방치한 감정 사이의 균열을 따라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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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설명 |
추모공간은 단순히 유골을 수납하는 기능적 시설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적 장례가 가진 근본적인 시간성과 공공성으로 돌아가 감정과 시간이 공존하는 생성적 장소로 재구성 되어야한다.
상실의 무감각을 전복하고자, 잊힘의 도시 구조에 감정의 시간과 기억의 리듬을 ‘도시 깊숙이 주입’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는 단순한 시설 삽입이 아니라, 상실의 감정이 도시의 심층에 퇴적될 수 있도록 공간적 리듬과 구조를 재구성하는 틈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깊이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긴 동선을 만들고 , 이러한 동선 구조는 ‘사람들과 공명할 수 있는 장’을 만든다.이렇게 만들어지는 추모의 리듬은 점차 도시의 속도와 멀어질 수 있으며 비로소 공동체가 상실을 감각하고 감정을 함께 생성하는 공공적 리듬으로 회복한다.
[How - Space of Generative Remembrance]
죽음을 하나의 ‘종결’이 아닌 공공적 감정이 생성되는 ‘과정’으로 전환시키는 장치가 되고자 한다. 이러한 공간 구조는 ‘생성적 사유’에 기반한다. 공간 자체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감정, 기억, 경험과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의미와 관계를 생성하는 공간적 장치이다. 추모공간은 하나의 완결된 기념물이 아니라, 이별과 기억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전개되는 감정의 장소가 된다.
환원장 시스템은 전통적 화장이나 매장 방식과 달리, 고인을 기계적 처리 대상이 아닌 도시 생태계의 일부로 인식하는 친환경적 장례 설비를 도입한다.
이 시스템은 육체를 토양으로 환원시키는 과정을 통해 유골과 영양소를 묘목 식재의 기반으로 전환하며, 궁극적으로 ‘기억의 숲’으로 확장된다.
전통적 추모공간이 일회적, 고정적 기념물에 머물렀다면, 개인의 추모 리듬과 기억의 유형에 따라 선택 가능한 아카이브 모듈을 도입한다.
무형의 기억부터 아날로그적 추모, 디지털 정보, 자연으로 환원된 조각의 형태까지 사용자는 감정의 상태에 따라 비선형적 동선 속에서 추모를 재구성한다.
[WHAT FOLLOWS - Différance in Architecture]
생성적 사유의 추모공간은 정형화된 추모 공간을 해체하고, 감정과 기억이 생성될 수 있는 느슨한 구조로 도시 속에 주입된다.
이때 이 공간은 단지 배치된 기능의 합이 아니라, 사용자가 머무르고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시간적 리듬을 품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감정은 반복과 지연 속에서 새롭게 의미화되고, ‘차연’이 건축 안에서 작동하기 시작한다.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차연(Différance)은 의미는 결코 고정되지 않는다. 어떤 기호도 하나의 확정된 의미에 도달하지 않고, 항상 다른 기호에 기대어 미끄러지며, 시간 속에서 ‘지연되고’, 관계 속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기억이 언제나 완결되지 않은 채로 유예되고, 그것이 반복을 통해 재기입된다는 점을 주목한다.
[Reduction]
‘보이지 않음’의 축적, 기억되지 못한 것들의 그림자 속에서 이 건축은 시작된다. 이 구조는 이중적인 음(−)의 음(−) , 결핍을 위한 결핍으로 작동하며, 슬픔을 억누르지 않고 비워진 채 수용하며, 감정을 천천히 생성하고 회복시키는 건축적 환원의 바닥을 형성한다. 이것은 비로소 감정이 다시 태어나는 장소이며, 삶의 감각이 되살아나는 생성적 양(+)의 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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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교수 |
이원재, 유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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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교수 작품평 |
본 작품은 “The Pilgrimage of Différance”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도시적 맥락과 건축적 의미를 깊이 탐구한 결과물로, 사고의 확장성과 디자인적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학생은 초기 리서치 단계에서 철학적 개념을 충실히 해석하여 건축적 언어로 변환하였고, 이를 통해 단순한 공간 구성이 아닌 ‘차이와 반복’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적 서사를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프로그램의 배치, 입면, 공간의 흐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도시 속 새로운 공공성과 장소성을 모색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도면, 모형, 렌더링 등 모든 과정에서 학생의 성실한 태도와 깊은 고민이 드러나며, 이는 학부 과정에서 보기 드문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지도교수로서 본 작품이 학생의 건축적 사고와 역량을 잘 드러내는 성과라 판단하며, 졸업전시 우수작품으로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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