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계개요 |
낙원상가는 서울이 급속한 도시 발전을 겪던 전환기에 도로 위에 다층 복합 건축물로 등장했다. 시장, 문화 공간, 주거 프로그램이 수직적으로 적층 된 구조는 당시 저밀도였던 종로의 도시 조직 속에서 하나의 실험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한 용도의 집합을 넘어, 도시 기능의 중첩과 새로운 흐름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도시적 시도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주변 도시 맥락은 급변했고, 기존 주거 성격이 강하던 종로는 현재 상업적 성격으로 변화했다. 반면 낙원상가는 초기의 밀도와 형태를 유지한 채, 변화한 도시와 관계 형성에 실패했다. 거대한 매스는 도시 속 시각적·물리적 장벽이 되었고, 닫힌 입면과 소극적인 연결 동선은 보행의 흐름을 가로막았다. 프로그램은 특정 사용자층에 국한된 채 도시와 소통하지 못하는 고립된 구조로 남아 있다.
이제 낙원상가는 ‘두 번째 전환점’을 맞이해야 한다. 메가스트럭처의 틀을 넘어 비움을 통한 유연한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전면적인 철거가 아닌 일부 요소를 덜어내고 기존 구조체를 열린 방식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주변 도시와 흐름을 회복하고 다양한 사용자들을 연결하는 새로운 도시적 요소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
| 작품설명 |
Site Analysis : 도시의 단절과 파편화
낙원상가는 과거의 밀도와 형태를 고수하며 수십 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 내부 프로그램은 과거 다층적 구성을 잃고 탑골공원 아케이드 철거 이후 유입된 악기 상가가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그 결과, 꾸준히 변화한 종로의 도시 맥락과의 관계 형성에 실패하며 특정 사용자만 이용하는 제한된 공간으로 남았다. 여기에 거대한 매스와 닫힌 입면은 도시적 맥락에서 시각적·물리적 장벽이 되어 주변 도시를 단절시키고, 블록 간 연결을 약화시켰다. 하지만 단절은 주변 블록들의 명확한 정체성과 고유 사용자 집단을 형성했다. 이처럼 현재의 한계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Proposal : 비움을 통한 재구성
도시와의 공존을 위한 '비움을 통한 재구성'을 제안한다. 변화한 낙원상가는 도시를 연결하는 거대한 브릿지 역할을 하며, 주변 블록들의 다양한 공간 성격과 사용자들을 흡수해 새로운 도시적인 장을 만들어 낼 것이다.
Design Concept : 도시 맥락을 수용
비움을 통한 재구성으로 도시를 연결하기 위해,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종로의 도시 형태를 끌어들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종로를 분석하였고, 선택적 동선, 무작위적 연결 동선, 다양한 활동 행위를 수용할 비워진 공간, 내외부가 시각적으로 연결되는 모호한 경계를 도출했다. 이러한 도시의 형태 요소는 낙원상가 재구성 과정에서 건축적 장치로 활용되며, 기존 도시 맥락을 받아들이면서 종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낙원상가가 되길 기대한다.
STEP 1 : 도시에 대응하는 매스 변형
첫 번째로, 낙원상가가 도시와 공존할 수 있도록 도로 위를 가득 채우던 거대한 매스를 조절했다. 이는 건축적 비움을 만들어내어 낙원상가가 도시와 관계를 맺고, 주변의 다양한 지역과 사용자들에게 열려있는 형태를 제공하고자 했다. 동시에 수직 동선을 계획하고, 도시 맥락을 끌어와 공간들을 도시와 시각적·물리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STEP 2 : 도시 맥락을 반영한 공간 재구성
기존에 조밀하게 채워진 프로그램을 비워내고, 앞서 분석한 도시 형태 요소를 반영해 내부 동선과 공간을 재구성했다. 동선은 도시의 보행로를 내부로 연장해 도시와 연결되도록 했으며, 내부 공간은 분절하고 비움으로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새로운 내부 시스템을 형성했다.
STEP 3 : 낙원상가의 역사를 반영한 내부 프로그램 구성
목적성에 맞춰 운영되던 악기 상점들은 본래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사람들을 수용하고 교류할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으로 재구성되었다. 오픈 스튜디오, 음악 도서관, 팝업 스토어, 뮤직 라운지, 교육체험실, 상황에 따라 변형 가능한 유연한 공연장, 탑골공원과 연결되는 하늘공원 등은 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사용자들에게 열려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다. 주변 도시 맥락에 맞춰 재구성된 낙원상가는 도시와 공존하고 다양한 지역을 연결하는 동시에, 다양한 사용자와 문화가 어우러져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