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설명 |
[Site]
서울 강남구 대치동은 기능 중심 도시 구조가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지역이다. 서울 전체 학원의 약 11%가 집중된 ‘사교육 1번지’로, 교육이라는 기능이 도시의 구조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생활 녹지는 1%도 되지 않아 심리적 긴장과 불안을 가중하고, 이에 따라 청소년과 학부모들의 불안장애와 우울 증세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대치동에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
하지만 단순히 새로운 공간을 조성한다고 회복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설치된 ‘스트레스 프리존 파빌리온’은 지역의 생활 구조와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탓에 낮은 이용률을 보였다. 이 사례는 회복이란 외부에서 주어진 장치가 아니라 지역의 흐름 속에 유기적으로 개입할 때 비로소 작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대치동에는 지역의 특성과 일상적 흐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회복 공간의 제안이 필요하다.
[Concept]
대치동에는 ‘라이딩 문화’라는 특유의 이동 행태가 존재한다. 학생들은 하루 평균 2~3곳의 학원을 이동하고, 학부모는 차량으로 반복적인 픽업과 드롭을 수행한다. 이 과정은 대치동의 시간 경쟁이 만들어낸 지역 고유의 반복 루틴이며, 학생과 부모 모두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하루의 유일한 ‘틈’이다.
이 불가피한 이동 시간은 단순 통과가 아닌, 회복의 순간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갖는다. 그리고 이 가능성을 수용할 공간 장치로 ‘주차 램프’에 주목한다.
[Program]
대치동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프로그램을 학원 시설 중심으로 배치하였다. 저층부는 가로와 맞닿은 상업시설로 활기를 만들고, 중층부는 학원 시설로 교육적 특성을 담았으며, 고층부는 학원과 기숙사를 결합한 ‘학사’를 두어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한다.
상업과 학원 사이에는 주차장을, 학원과 학사 사이에는 보이드 가든을 두어 완충 역할을 하도록 했으며, 수평적으로 분리된 프로그램은 차량과 보행 램프가 만드는 수직 보이드로 연결되어 건축 전체가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Strategy 1. 주차 램프]
주차 램프는 건축법상 연면적에 산정되지 않기 때문에, 같은 대지와 비용 조건에서도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또한 램프가 만들어내는 공간은 건물 내부에 수직 보이드를 형성하는 구조적 장치로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곡선 형태의 램프는 기능의 효율성과 조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에 주된 디자인 언어로 택했다. 이 곡선의 흐름은 보행 동선으로 확장되며, 건물 전체를 관통하는 ‘수직 동선의 리듬’을 만든다.
[Strategy 2. 램프의 난간]
기존에 단순히 안전을 위한 장치로 사용되던 난간을 새로운 공간 자원으로 재해석하였다. 주차 램프의 난간에 식재를 삽입함으로써 부족한 생활 녹지를 수직적으로 보충하고, 이동 과정에서 도시 풍경을 조망하며 감정 환기를 유도하는 시각적 시퀀스를 형성한다. 이로써 단순한 이동의 순간은 회복의 순간으로 전환된다. 더 나아가 램프 위를 오르내리는 차량의 움직임은 입면에 그대로 드러나며, 대치동 고유의 라이딩 문화를 시각화하고 건축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Strategy 3. 타공판의 사용]
입면의 재료를 타공판으로 하여 빛과 바람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반 외부적 성격의 공간을 형성하였다. 이는 내부가 지나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연속적 흐름을 지닌 공간으로 인식되도록 한다. 이러한 구성은 램프가 만들어낸 보이드의 연장선상에서 수직적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며, 학생들에게는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동시에 언제든 머무를 수 있는 열린 장소로 기능한다.
[기대효과]
본 프로젝트는 대치동의 불가피한 이동 동선에 주목하여, 주차 램프를 단순한 기능 공간이 아닌 수직적 공공 장치로 재해석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곡선형 보이드 공간은 감정 환기의 여백, 즉 도심 속 ‘ZEN’으로 작동하며, 시민들에게 일상의 회복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수직 정원, 테라스, 반외부 파사드 등 연면적 비산정 요소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법적 기준을 준수하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수직적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능에 치중된 도시 구조 속에서 감정의 흐름을 회복의 장치로 전환하고, 도시의 부산물에서 공공성과 여백을 도출하는 건축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나아가 램프의 순환적 흐름은 차량 정체 문제의 완화에도 기여하며, 기능과 회복, 도시와 감정이 공존하는 새로운 도시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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