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상 |
우수상
|
| 출품자 |
김서정
|
| 소속대학 |
인제대학교 건축학과 5년
|
| 설계개요 |
[활짝 열린 방: 바다의 기억, 미래의 다리]
도시는 기억의 축적으로 이루어지지만, 때로는 그 기억의 무게가 현재의 흐름을 단절시키는 경계가 되기도 한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예술혼이 응축되었던 부산의 원도심 속 영도다리는 오늘날 전통시장과 현대 상업 지구 사이의 단절된 공간으로 남아있다. 한때 희망과 '약속의 장소'였던 이곳은 도시의 성장 속에서 점차 잊혀가는 섬이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상흔과 도시적 단절에 건축은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가? 본 프로젝트는 단순한 건물 하나를 넘어서,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문화로, 단절된 경계를 소통의 장으로 전환하는 '매개공간(Intermediary Space)'으로서의 예술단지를 제안한다.
과거 판잣집이 모여 생존의 군락을 이루었듯,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모여 미래의 창작 생태계를 형성한다. 역사, 예술, 사람, 도시, 바다, 이 요소들이 서로 단절되지 않고 함께 호흡하며 새로운 기억과 약속을 만들어가는 '활짝 열린 방'이 되기를 기대한다.
|
| 작품설명 |
[Site Analysis]
프로젝트의 대지는 부산 중구 남포동 건어물시장 일대로, 자갈치시장 등 전통시장과 롯데백화점 등 현대 상업 지구가 만나는 경계에 위치한다. 이 두 영역 사이에는 물리적, 심리적 벽이 존재하여 도시의 흐름을 단절시키고 있다.
특히 이 대지는 한국 최초의 도개교인 영도다리(1934년 준공)와 직접 맞닿아 있다. 영도다리는 단순한 교량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헤어진 가족들이 만남을 기약하던 '약속의 장소'이자 희망과 슬픔이 교차하던 상징적 공간이었다. 도개가 중단되고(1967년) 복원되기까지(2013년) 도시의 변화를 묵묵히 지켜본 역사의 증인으로서, 이곳의 단절을 극복하고 도시적 연결을 회복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사적 맥락을 제공한다.
[Concept]
단절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매개공간(Intermediary Space)'이라는 개념을 설정했다. 이는 단순히 비어있는 공간이 아닌,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고 흐름을 유도하는 건축적 장치이다.
#과거와 현재의 매개: 전통시장(Old)과 현대 상업 지구(New)의 맥락을 잇다.
#도시 흐름의 매개: 남포-영도-중앙동 세 지역의 흐름과 경계를 잇는 도시적 연결점 역할을 한다.
#삶의 매개: 예술가들의 사적인 창작 공간(Private)과 시민들을 위한 공적인 문화 공간(Public)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Design Concept]
과거 피란민들이 판잣집을 덧붙여 삶의 터전을 만들었듯, 본 프로젝트는 거대한 단일 건물이 아닌 작은 단위의 예술가 스튜디오들을 켜켜이 쌓아 올리는 '매스 프로세스(Mass Process)'를 통해 전체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공극(Void)'과 '사이공간(In-between Space)'은 도시와 바다를 향한 시각적 통로를 열어주고, 프로그램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빛과 바람이 통하는 열린 외부 공간을 만든다.
이렇게 분절된 매스들을 통합하는 것은 해안선을 따라 흐르는 거대한 '곡선의 길'이다. 이 길은 도시와 수변을 잇는 넓은 판으로 시작하여, 광장, 정원, 뮤지엄, 예술단지 등 모든 프로그램을 막힘없이 연결하는 주동선이 된다. 방문객들은 이 부드러운 곡선의 길을 따라 걸으며 단절 없이 건물 전체를 경험하고, 다양한 높이에서 도시와 바다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
| 지도교수 |
이장민
|
| 지도교수 작품평 |
본 작품은 영도대교와 자갈치시장의 역사적 맥락을 건축적으로 해석하며, 피란민의 기억을 오늘날의 도시문화로 이어내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매스는 피란과 이동의 축을 따라 리듬감 있게 배열되고, 그 사이의 공극은 사람들의 흐름과 시각적 교류를 담아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수변과 광장을 연속적으로 연결한 열린 공간은 과거의 장소성을 체험과 참여로 확장시키며, 도시 속 새로운 플랫폼으로 작용한다.프로그램은 예술가 작업실, 시민 참여 공간, 전시 영역을 대지의 레벨 차와 흐름을 활용해 유기적으로 조율하였다.
이를 통해 ‘활짝 열린 방’이라는 개념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유의 장소로 구체화되었다. 작품은 기억과 미래를 잇는 건축의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며, 도시 맥락과 사회적 의미를 공간으로 풀어낸 의미 있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