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계개요 |
[도시홍수에 대응하는 건축]
서울의 집중호우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2022년 동작구 일대에 폭우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도시 홍수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중대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도시 홍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기후 변화이다. 21세기 말까지 서울의 평균기온은 약 4.7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며,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대기 중 수증기량은 약 7% 증가해 연간 강수량도 약 300mm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주요 원인은 기후 변화와 도시화로 인한 불투수 면적의 증가이다. 도로, 건물 등 인공 구조물이 토지를 덮으면서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자연 순환이 차단되고, 이에 따라 빗물이 빠르게 지표에 흘러 범람을 유발한다.
결국, 인간 활동으로 가속화된 기후 변화와 자연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서울의 도시 구조는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홍수를 불러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 인프라, 인간의 삶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회복력 있는 도시와 건축을 제안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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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설명 |
[사이트 분석 – 신대방삼거리와 대방천]
서울의 과거 홍수 피해 사례, 불투수 면적 분포, 빗물펌프장 위치, 빗물 관련 민원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신대방삼거리 일대는 집중적인 대응이 시급한 지역으로 확인되었다. 이곳은 2022년 집중호우 당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지역 중 하나였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방재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지형적으로 주변에 고지대로 둘러싸여 빗물이 집중되기 쉬운 구조이며, 과거에는 대방천이 흐르던 지역이었다. 대방천은 1970년대 후반 서울의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 집중으로 인해 복개되어 현재는 도로와 건물 아래 묻혀 있다. 지형에 따라 형성된 하천을 인위적으로 덮은 결과, 자연 배수 능력이 저하되어 집중 호우 시 심각한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대방천 복원과 Green-Grey Infra Village]
이 프로젝트는 지하에 묻힌 대방천을 복원하여 불투수 면적을 줄이고, 빗물이 지중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Green-Grey Infra Village를 제안한다. 이는 단순히 하천의 복원이 아니라, 도시 전역으로 빗물을 분산시켜 침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전체 시스템은 네 가지 주요 요소로 구성된다.
- Buildings : 건축물 하부에는 지하 빗물 저장 탱크를 설치하여, 강우 시 수집된 빗물을 정화 후 주거 및 공공 공간에서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 Urban Canal : 평상시에는 도로 주변의 녹지 공간으로 기능하고, 비가 올 때는 배수로 역할을 하여 도로 및 인구 밀집 지역으로부터 물을 우회시켜 홍수의 위험을 줄인다.
- Stream : 원만한 곡선 형태로 설계되어 물의 흐름 속도를 낮추고, 하천 내 여러 개의 섬은 유속을 제어하면서 여가 공간 및 생태 서식지로 활용된다.
- Water Catchment : 지표면에서 빗물을 선제적으로 흡수하며, 평상시에는 자연 습지 및 커뮤니티 공간으로 사용된다.
[자연, 인프라, 삶의 레이어가 얽혀진 Social Housing]
성대시장은 지형상 골짜기에 위치하며 과거 대방천이 흐르던 곳이다. 서달산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이 사이트에 집중적으로 저장한다면, 저지대의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빗물펌프장 인프라 위 자연과 시장, 반지하 거주민의 주거 레이어가 겹겹이 쌓인 Social housing을 제안한다.
녹색 지붕에 떨어진 빗물은 물기둥 시스템을 통해 여과되어, 지하 저장소에 모인 뒤 다시 주거, 시장, 커뮤니티 공간에서 재활용된다. 지하의 빗물 저장소는 대방천과도 연결되어 하천의 수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곡선의 녹색 지붕은 대방천 수변공원과 연결되어, 빗물이 자연스럽게 곡선을 따라 흘러 땅속으로 스며드는 구조이며, 동시에 사람들에게는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공 여가 공간이 된다. 건물 하부에는 시장, 상부에는 녹색 지붕 위로 띄어진 주거 유닛이 배치되어, 과거 반지하의 침수 트라우마로부터 상징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극복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전반적인 조경의 오목한 지형은 빗물을 분산하고, 볼록한 지형은 레인 가든으로 작동해 자연스러운 물의 흐름과 생태 회복을 유도한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와 자연, 인프라와 인간의 삶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를 통해 기후 위기 시대의 회복력 있는 도시 모델을 제안한다. 이는 단순한 방재 대책을 넘어 사회적 약자와 커뮤니티를 포용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 재생 전략이자, 자연 친화적 사회 기반 시설과 주거를 융합한 새로운 건축적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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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교수 작품평 |
본 작품은 서울의 홍수 위험과 회복력 있는 도시 재생의 필요성을 다룬다. 서울의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하천이 매립돼 생태계 기능이 저하되고,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 현상에 취약해진 현실을 비판적으로 진단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매립된 하천의 생태적 복원과 재난 예방을 동시에 구현하며, 새로운 도시 경관으로 탈바꿈시키는 혁신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하천 복원은 기술적 차원만 아니라 문화적 의미를 포함한다. 자연 수문 순환 체계를 회복하여 홍수 완충 기능을 제공하는 한편, 시민들에게 잊힌 생태 유산과 재연결될 계기를 마련한다. 이 개입은 일관성 있는 도시 전략으로 발전되어, 개방된 하천 공간이 선형 공원으로 조성되고, 홍수 조절 기능과 새로운 공공 편익 시설을 통합한다. 또한 기존 시장을 보존하며 주거, 커뮤니티 시설과 연계된 세심한 설계는 환경적 회복력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지속가능성까지 구현한다.
수문학적 분석과 도시 계획적 연구를 체계적으로 결합하고, 지역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수행되었다. 도면과 제안서는 대규모 도시 전략과 세밀한 건축적 디테일을 조화롭게 표현하여, 기술적 전문성과 디자인 창의성을 동시에 구현한 우수한 결과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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