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품

주요일정

  • 신청접수 2025. 09. 02(화) ~ 09. 12(금)
  • 작품접수 2025. 09. 18(목) ~ 09. 24(수)
  • 작품출력물 제출 2025. 09. 19(금) ~ 09. 24(수)

수상작품

테라리움, 생명의 장 (塟)

수상 장려상
출품자 박유진
소속대학 선문대학교 건축학과 5학년
설계개요 [서울 서초구 생태계 복원을 위한 새로운 장례 문화 제안] 기존장례방식인 매장 장례방식과 화장 장례방식은 공간포화, 생태계파괴 등의 문제가 있어 지속가능한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또한 최근 우리나라는 급격한 기후변화, 무분별한 도시확장으로 생태계서식지가 파괴되어 생물다양성의 위기가 찾아왔다. 이러한 두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간퇴비화" 라는 친환경 장례방식을 멸종위기 식물종 복원과 연결지어, 새로운 방식의 장례시설을 제안하고자 한다. 인간퇴비화란, 말 그대로 인간의 시신을 화장이나 매장이 아닌 퇴비화 과정을 통해 흙으로 되돌리는 장례방식이다. 화장보다 탄소배출이 훨씬 적고, 매장보다 공간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인간퇴비화로 나온 흙을 보관 또는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것에서 넘어 생태계 복원을 위한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멸종위기 식물종 복원에 이 흙을 활용할 수 있다면, 죽음 이후에도 새로운 생명을 키우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장례문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설명 대상지는 서울추모공원 인근의 부지로서, 선정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번째, 해당 지역이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이기 때문이다. 개발 압력과 생태보존이 충돌하는 이러한 지역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제시한다면 장소성과 함께 더 큰 상징성을 갖을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인근 서울추모공원과의 연계 가능성 때문이다. 인간퇴비화 라는 장례방식에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기존 장례시설 근처에 계획하여 장례방식에 대한 선택지를 늘린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세번째, 해당부지가 17년간 방치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단순히 해당 부지의 공백을 채우는 것이 아닌, 방치되어 오던 땅 또한 생명과 순환의 거점으로 되살아난다면 계획건물의 상징성이 극대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설계를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죽음을 다루는 장례공간과 생명을 다루는 멸종위기 식물복원 공간, 이 정반대 성격의 공간을 어떻게 공존하도록 할 것인가? 였다. 이를 위해 추모동과 식물복원동을 분리하여 각각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내었다. 이렇게 성격이 다른 두 동 사이에는 "테라리움"동이 배치되며 죽음과 삶, 정적공간과 동적공간을 이어주는 핵심역할을 하도록 했다. 건물의 형태는 설계 목표이자 컨셉이었던 "순환과 공존"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뫼비우스 띠 형태를 적용했으며 가장 상징적인 테라리움동과 비바리움동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순환을 상징하는 "씨앗"형태로 계획하게 되었다. 씨앗은 끝과 동시에 시작이며, 죽음에서 다시 생명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상징이 된다. 테라리움은 모든 방문객이 감상할 수 있는 퇴비를 뿌리는 의식공간이자 식물복원의 장이 되며, 비바리움은 추모동 이용객만 감상 가능한 공간으로서, 장례행진을 진행하며 영혼을 상징하는 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공간 모두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으며 연구원들만 출입이 가능한 눈으로만 볼 수 있는 "밀폐형 생태계"의 개념이다. 이처럼 죽음을 다루는 추모동과 생명의 탄생을 다루는 식물복원동은 "테라리움"이라는 밀폐형 생태계 개념의 거대 온실을 통해 공존하게 되며 이곳에서의 죽음은 곧 새로운 생명이 되어 시간을 계속 이어가게 된다. 현재 한국은 인간퇴비화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건물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화장방식 장례가 처음 도입될 당시 큰 비판과 거부감을 받다가 현재는 가장 보편적인 장례방식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인간퇴비화 장례방식 또한 서서히 거부감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끝은 반드시 사라짐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죽음은 또 다른 생명의 터전이 되고, 사라진 자취는 자연 속에서 조용히 순환된다. 이곳은 죽음을 이별이 아닌, 생명의 씨앗으로 받아들이는 공간이다.
지도교수 이기석 교수님
지도교수 작품평 본 작품은 장례문화를 생명과 생태계의 관점으로 재구성한 시도가 돋보인다. 인간퇴비화를 도입하고 이를 멸종위기 식물복원과 결합한 발상은 환경위기와 문화적 한계를 동시에 성찰하게 한다. 이 학생은 죽음을 ‘종결’이 아닌 ‘순환’으로 바라보며 장례시설을 기피 대상에서 생태회복과 생명존중의 장으로 전환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건축적 표현에서도 이러한 사유가 드러난다. 씨앗을 닮은 온실과 뫼비우스띠 형태의 매스는 생명의 탄생과 순환을 상징하며, 추모동과 식물복원동은 테라리움동을 매개로 연결되어 죽음과 생명의 연속성을 은유한다. 또한 대상지의 레벨차를 활용해 시선의 고저에 따라 죽음과 생명의 공간을 다르게 인식하게 한 점은 방문자의 경험을 세심하게 고려한 전략으로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 본 작품은 장례문화를 새로운 차원에서 탐구한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아직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지만, 이러한 도전적 상상은 미래의 건축과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이 작품은 건축을 통해 죽음과 생명, 개인과 생태, 공간과 문화가 교차하는 새로운 지평을 제시했으며, 깊은 문제의식과 설계적 탐구가 드러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