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계개요 |
[가고 싶은 공간]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하지만, 그만큼 효율성과 경제성에만 방점을 두고 발전해왔다. 도시민의 다층적인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복합적으로 기능하는 공간으로 지향점을 둘 수 밖에 없다.
평소 자주 경유했던 고속버스터미널역을, 가야만 하는 공간이 아닌, 가고 싶은 공간이 되면 어떨까라는 상상에서 시작했다. 활성화된 지하 공간에 비해, 버스만으로 채워진 창백한 공간을 좀 더 ‘기분 좋은 공간’으로 바꾸고 싶었다.
고속버스는 교통 수단의 발달과 확장으로 인해, 점차 축소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9년 대비 81%로 승객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30여개의 버스터미널이 문을 닫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 곳곳을 연결해주는 고속버스는 교통 공백을 해소하는 '교통 모세혈관'으로써 존재의 이유가 분명하기에, 버스와 버스 터미널은 우리 일상에 남아있어야 한다.
[근미래의 고속버스터미널]
본 프로젝트는 여전히 존재해야 할 고속버스터미널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야하는지를 탐구한다. 이는 온전히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교통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에 초점을 둔다.
현재 고속버스터미널은 주거 단지 한가운데 자리한, 약 91,000㎡ 에 달하는 메가 블록임에도 불구하고, 교통과 사람 사이의 공간적 균형이 부재한다. 오히려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들이 곳곳에서 드러나며, 이에 사람을 위한 공간을 구상하기 위해 고속버스터미널이 가진 문제점과 잠재적 가능성을 탐구했다.
[비워진 공간을 채워넣다]
본 설계에서는 고속버스터미널 본관의 수직적 슬럼화를 해소하기 위해 3층과 5층의 입체 승하차 공간을 되살리며, 버스가 점유하는 지상의 공간을 사람들에게 환원하기 위해 2개 층의 실내 주차장을 구상한다.
3층과 5층, 실내 주차장과 연결되는 램프 공간을 넓은 부지에 새롭게 구성하면서 생기는 여백의 공간에, 사람들이 머물기 위한 공간을 채워 넣는다. 야외 공연장, 체육 시설, 공원, 진입광장 등, 새롭게 생길 공간들은 버스로 가득 찼던 고속버스터미널을, 사람들로 채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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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설명 |
[InTerminal - 도시민의 삶과 호흡하는 근미래의 고속버스터미널]
강남 반포동에 위치한, 서울고속버스터미널(경부영동선)은, 1970년대에 등장한 서울의 아이코닉한 근대 건축물 중 하나다. 흉물이라는 혹평이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의 브루탈리즘 양식을 담은 건축물'이라는 평가 또한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강남 개발이 가속화되고,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주변에는 수많은 대규모 주거 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도심 외곽의 넓은 부지를 점유하던 고속버스터미널은 어느새 도시 한 가운데에 위치하게 되면서 교통, 소음, 환경, 공실 등의 복합적인 이슈가 지금의 고속버스터미널을 만들게 되었다. 버스의 지하화와, 수직 증축을 통한 주거 공간 확보 등의 경직된 해결책에서 벗어나, 본 프로젝트에서는 교통 인프라와 사람의 관계를 융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대지가 갖는 가능성과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의 경계선을 버스의 동선이 규정하는 “보차결합”의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01 교통의 흐름]
고속버스터미널을 둘러싼 우측통행의 교통동선은, 경부고속도로에서부터 터미널로 진입하는 고속버스동선과 간섭이 발생한다. 이에, 기존의 버스 출입 동선을 대지의 동측에서 남측으로 변경하여, 일반차량과의 동선흐름을 일치시킨다. 이는 교통채증을 해소함과 동시에, 고속버스터미널의 정면성을 회복한다.
[#02 대지의 흐름]
터미널 부지는 남측의 대지와 약 8m 의 고저차로, 불연속적인 흐름을 갖고 있다. 이는 터미널이 대규모 주거단지의 중심에 있다는 지리적 접근성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지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가고싶은 공간을 넘어서, 가기 쉬운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03 보차융합]
본 프로젝트는 교통을 다루는 프로젝트인 만큼, 교통동선에 대한 해결책이 주된 과제였다. 이에 일반적으로 다루는 '보차분리'의 개념에서 벗어나, '보차융합'의 개념을 새롭게 도입했다. 각 이동수단은, 그에 맞는 회전반경과 도로폭이 요구된다. 이를 면밀히 분석하여, 버스가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을 만들었고, 그 사이에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삽입했다.
[#04 기존의 것을 남기고, 새롭게 만들다]
무엇을 보존하고 무엇을 변화하는지에 대한 선택은,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에서 제일 중요한 가치이다. 서울의 관문으로서 역할하던 상징적인 삼각형의 터미널 건물은 보존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였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건물은 소거했다.
이후, 땅을 들어올림으로써, 8m 격차의 대지를 연속적으로 만듦과 동시에 내부 주차 공간을 2개층으로 확보했다. 지상 공간을 점유하는 버스로 인해 발생했던 환경과 소음 문제를 해소함과 동시에, 사람들에게 도심 속 공원으로써 환원할 수 있다.
버스를 위한 동선을 재배치하고 재구성하면서, 남은 이외의 여백 공간을, 사람이 머무는 공간 프로그램으로 그려넣는다. 원형 램프 사이에는 중심성을 갖는 공간적 특성을 활용한 야외 공연장, 직선형 램프에는 버스의 속도감을 활용한 체육시설을 배치했다.
그렇게 사람과 교통은 함께 어우러지고,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피어난다.
[#05 발전가능성]
새로운 램프 공간은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사용하던 기존의 '다층화 교통시스템'을 부활시킨다. 설계 초기에 기획되었던, 그리고 사용했던 3층과 5층에 승하차 공간을 사용한다.
기존의 설계 의도와는 달리, 현재는 지상 1층에서만 고속버스를 승하차할 수 있다. 도시 속 사람들은 3층과 5층으로 가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점차 터미널 건물의 수직적 슬럼화가 진행되고, 3층부터 9층까지의 공실률이 높은 것이 그 결과이다.
옛 것을 보존하고 새 것을 만들어냄으로써, 고속버스터미널 공간을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본 프로젝트의 목적이자 의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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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교수 작품평 |
INTERMINAL은 서울시 서초구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재구성하는 계획이다.
현재 쓰이고 있는 터미널 건물은 1979년 5월 신축 계획을 확정하고 건설을 시작하여, 1981년 10월에 준공했다. 완공 당시에는 2층과 3층에도 승차장이 있는 동양 최대의 버스 터미널 중 한 곳으로 꼽혔으나, 철도나 항공으로 승객 수요가 이동함과 더불어 건물이 노후하여 현재는 1층만 승강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3층은 화훼상가로, 5층에는 신세계백화점 본사가 상주해 있다.
본 계획안은 교통섬으로 전락한 현재의 시설이 터미널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도심속 시민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버스탑승공간을 3층과 5층으로 올리고 1층은 체육시설, 팝업스토어, 쇼핑몰 등을 배치하여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안하였다.
건축의 규모가 방대하고, 다양한 기능이 복합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 계획안은 극도로 세련된 기능공간의 배치 및 연계, 보행 동선과 자동차 동선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계획을 보여준다. 특히 기존의 터미널 건물 형태를 유지하면서 다양하게 추가된 균형 잡힌 기하학적 구성이 돋보인다. 대규모 계획안 임에도 완성도가 높은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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