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품

주요일정

  • 신청접수 2025. 09. 02(화) ~ 09. 12(금)
  • 작품접수 2025. 09. 18(목) ~ 09. 24(수)
  • 작품출력물 제출 2025. 09. 19(금) ~ 09. 24(수)

수상작품

An Impersonal Memorial, Golryeonggol

수상 장려상
출품자 서윤지
소속대학 국립한밭대학교 건축학과/5학년
설계개요 [어떻게 기념할 것인가?] 대전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수천 명이 군경에 의해 집단 학살·암매장된 장소로, 길이 약 1km에 달하는 매장지의 연속성으로 인해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 불린다. 그러나 사건의 규모와 참혹성에 비해 사회적 인식은 미약하며, 현재까지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해가 발굴되고 있어, 골령골은 단순한 과거 사건지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역사적 장치이자 사회적 갈등의 현장으로 남아 있다. 기념비적 건축은 역사적으로 과거를 보존하고 집단적 기억을 형상화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한국의 기념 건축은 물리적 오브제의 상징성에 치중하여, 과거의 사건을 고정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사건과 동시대인의 연결을 약화시키고, 기념 행위의 연속적 감응을 약화시키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학살과 같은 집단적 폭력의 현장은 유족을 넘어 제3자의 공감과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 요구되지만, 기존의 형식적 기념 양식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본 프로젝트는 기념을 ‘과거 회상’의 문제가 아닌 ‘미래를 위한 사건화’로 전환하고자 한다. 들뢰즈의 예술론에 따르면, 기념은 특정 인칭의 회고가 아니라 미래의 ‘누군가’에게 감각적 변용을 야기하는 사건이어야 한다. 따라서 기념은 특정 대상의 고정화가 아니라 그곳에 발딛을 누군가, 즉 비인칭(Impersonal)의 신체와 감각을 매개로 한 지속적 경험으로 기능해야 한다. 이 맥락에서 건축은 기념비적 대상이 아니라 감응을 매개하는 구조로 자리 잡는다. 골령골 프로젝트의 핵심은 ‘긴 무덤’이자 ‘골’이라는 대지의 연속적 특성을 건축적 흐름으로 변환하는 것이다. 한국 전통 장례에서 발견되는 만장과 행렬의 이미지가 설계 개념의 근간을 형성하며, 건축은 하나의 집단적 여정을 조직하는 매개체로서 작동한다. 또한 봉안당을 결합함으로써 기억의 장소를 일상적 행위와 연결하고, 개인적 추모와 집단적 기억이 중첩되는 구조를 형성한다. 결국 본 프로젝트는 ‘어떻게 기념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건축적 응답이다. 건축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누군가’를 잇는 비인칭의 중간매개체로서, 장소와 시대가 요청하는 불가피한 당위를 감각화하는 장치로 제안된다.
작품설명 대상지는 길이 약 1km, 고저차 33m의 장대한 경사지로, 학살 당시의 구덩이가 대지를 따라 연속적으로 분포한다. 설계는 이러한 대지적 조건을 공간적 흐름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출발하였다. 현장 조사를 통해 건물의 기준 레벨을 6m로 산정하고, 구조와 공간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9×9×20m의 모듈을 1.5m 간격으로 배치하여 대지 전체를 연결하였다. 방문자는 동일한 바닥 레벨을 따라 이동하지만, 주변의 지형과 시선은 점차 변화하여 결국 지하로 진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신체는 대지와의 관계 변화를 경험하며, 기억의 사건은 감각적 층위에서 체화된다. 프로그램은 추모와 봉안 기능을 복합적으로 연계하였다. 대전은 화장률 증가에 비해 봉안시설이 현저히 부족하며, 현재 공공봉안당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본 프로젝트는 발굴 유해의 보존과 시민들의 봉안 수요를 동시에 수용하는 시설로 계획되었다. 이를 통해 개인적 추모 행위가 집단적 기억과 자연스럽게 접속되는 구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공간은 네 단계로 조직된다. 첫째, ‘Observation (관찰)’의 영역은 메인 진입 브릿지로, 도시적 보행 동선과 연계되며 연구·행정 기능을 포함한다. 둘째, ‘Transition (전이)’의 영역은 제한적인 빛 조절로 길게 이어지는 어두운 복도를 통해 구성되며, 발밑에서 희미하게 들어오는 빛과 끝없이 이어지는 만장의 텍스트가 방문자의 시선을 아래로 유도하며 집단적 상실의 기억을 환기한다. 셋째, ‘Experience (경험)’의 영역은 제2학살지를 실물 스케일로 복원하여 학살의 규모와 현장을 직접 체감할 수 있게 한다. 이곳은 동시에 위령제, 교육, 문화적 모임을 수용하는 광장의 기능을 수행한다. 넷째, ‘Affect (감응)’의 영역은 곤룡천과 암반지형을 내부에 끌어들여 자연을 그대로 노출시키며, 봉안당이 시작되는 전이 공간으로 계획된다. 봉안 기둥 내부에는 디지털 추모 공간을 마련하여 개인적 기억과 집단적 기억이 교차하도록 하였다. 여정의 최종 지점인 메모리얼 공간에서는 수공간을 건너는 행위를 통해 망자를 떠나보내는 한국전통장례의 의례적 체험을 완성한다. 본 프로젝트는 대지의 물리적 조건과 역사적 층위를 동시에 담아내며, 기념의 방식을 ‘대상화된 오브제’에서 ‘신체적 경험의 연속’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골령골은 단절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는 기억의 장치로 재구성된다.
지도교수 김덕수, 조정화
지도교수 작품평 본 작품은 한국 현대사의 아픈 기억이 서린 골령골 민간인 학살지를 다루며, 기념 건축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탐구한 수작이다. 들뢰즈의 예술론을 참조하여 ‘과거의 회상’을 넘어 ‘미래를 향한 사건화’로 기념의 의미를 전환한 발상은 학술적으로도 설득력이 크다. 대지의 1km 연속성과 33m 고저차라는 조건을 정교한 건축적 흐름으로 변환한 방식은 공간 조직의 탁월함을 보여준다. 9×9×20m 모듈을 1.5m 간격으로 배치한 시스템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공간 논리를 구현하며, 동일한 바닥 레벨을 따라 이동하다 점차 지하로 진입하는 과정은 방문자의 신체적 경험을 통해 기억의 체화를 유도한다. 또한 Observation–Transition–Experience–Affect라는 4단계 공간 시퀀스는 기념의 과정을 면밀히 조직하고, 봉안당과의 프로그램 결합을 통해 개인적 추모와 집단적 기억의 중첩이라는 현실적 해법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기념 건축을 ‘비인칭적 감응 구조’로 재정의한 이 설계는 기념 공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중요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