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계개요 |
공산성은 백제의 수도였던 공주의 역사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상징적 공간이다. 그러나 현재는 지역민과의 일상적 관계를 잃고 관광객 중심의 전시 공간으로 소비되며, 공주의 지역성이 단편화되고 있다. 공산성이 단순한 유산이 아닌 지역성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는 장소라면, 이제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경계의 틈'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오랜 시간 이곳을 경험한 지역민과 잠시 머무는 관광객 사이의 인식 차이는 지역성을 더욱 다층적으로 드러내며, 이번 설계는 이러한 경계의 특성을 바탕으로 시간과 시선,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틈[間]'을 공간화해 지역성과 공동체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문화적 거점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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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설명 |
“틈의 재구성: 공산성 경계의 장소성과 지역성 회복을 위한 건축적 제안”
공산성은 백제의 도읍지였던 공주에 위치한 대표적인 역사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오늘날 공산성은 지역 정체성을 대표하는 동시에,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에 집중되어 소비되고 있다. 그 결과 공산성은 지역민에게는 점차 일상과 분리된, 관광객을 위한 ‘관람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생활 경관 및 기억의 장소로서의 의미는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이러한 장소적 문제는 단순히 운영방식이나 접근성 개선을 요구하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역사문화유산이 현대 도시 속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건축적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본 설계는 이와 같은 장소성의 단절에서 출발해, ‘공산성의 경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경계를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시간적, 사회적, 도시적 층위의 단절 구조를 관찰하고자 한다. 공산성의 경계는 물리적인 성곽이기도 하지만, 지역 주민과의 관계, 도시 조직과의 흐름, 그리고 기억과 실천 사이에 존재하는 무형의 장벽이기도 하다. 나는 이러한 복합적 경계에 주목하여, 그 사이를 잇는 ‘틈(間)’을 건축적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이 틈은 단절을 해소하거나 완전히 통합하기 위한 구조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과 시선, 목적과 역할이 공존할 수 있도록 여백을 열어주는 구조다.
본 설계에서 제안하는 ‘틈’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층위로 나뉜다. 첫 번째는 시간의 틈이다. 과거의 유산이 현재에 박제되지 않고, 미래의 사용성과 연결될 수 있도록 유산의 보존과 동시대적 해석 사이에 새로운 통로를 만들고자 한다. 두 번째는 시선의 틈이다. 공산성을 매일 마주하는 지역민과 처음 방문하는 관광객 사이에는 분명한 감각의 차이가 존재한다. 나는 이 두 시선이 교차하고 충돌할 수 있는 중첩의 공간을 설계하여, 지역민의 일상과 관광객의 체험이 동일한 장소 안에서 어긋나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제안한다.
결론적으로, 본 설계는 물리적 연결이나 시각적 장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틈’은 새로운 사용을 위한 간격이자, 서로 다른 지역의 공존을 허용하는 여백이다. 이는 건축이 기술이나 형태를 넘어, 사회와 장소를 읽고 해석하며 실천하는 하나의 담론적 행위임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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