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계개요 |
현대 의료 시스템은 질병의 치료와 생명 연장 측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으나, 전문 의료기관의 퇴원이 곧 온전한 '사회적·심리적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히 치료 이후 병원과 일상 사이에 놓인 회복의 공백은 중소도시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상지인 강릉은 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치료 이후의 회복과 일상 복귀를 지원하는 치유·재활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적 한계를 보인다.
본 계획안은 이러한 지역적 결핍을 건축적 해법으로 전환하고자, 이미 다수의 환자와 방문객이 자생적으로 치유 목적으로 찾는 강릉시 송정동 해송 숲(솔밭)과 해안선 일대를 대상지로 선정하였다. 끝없이 펼쳐진 동해안의 해안선과 유서 깊은 솔밭이 교차하는 이 장소는, 강릉에 거주하는 지역주민, 회복단계에 있는 치료자, 치유 목적의 관광객이라는 세 주체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복합치유센터의 입지로서 자연환경과 도시환경이 교차하는 장소적 가능성을 지닌다.
다만 도심과 인접한 자연경관지구에 대규모 치유 시설이 들어설 경우, 지역 주민의 반발과 고립된 기피 시설로 인식될 가능성(NIMBY)도 배제할 수 없다. 본 계획은 이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건축적 기회로 치환한다. 대상지의 자연환경을 배치의 중심축으로 수용하고, 저층부와 전면 영역에는 지역환원 및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배치한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 회복자,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열린 공공 인프라를 구축한다. 나아가 6×6m 구조 그리드를 기반으로 한 매스팀버 중목구조를 적용하여 건축이 송정동의 자연 맥락을 보존하며 공공의 가치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해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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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설명 |
본 프로젝트는 개인회복–신체활성–생산경험–사회복귀–정주의 5단계 치유 시퀀스를 제시한다. 수평적으로 펼쳐진 송정동 해송 숲의 정적인 흐름을 수용하는 저층 랜드스케이프 매스와, 수직으로 상승해 동해안 오션뷰를 확보하는 11층 규모의 주거 타워를 직교시킨 배치 전략을 취한다. NIMBY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대지 전면부와 공공 접근 동선은 주민 지향적 커뮤니티 공간으로 내어주고, 내밀한 치유 영역은 솔밭 내부로 매장하는 '외개내폐(外開內閉)'형 클러스터 배치를 수립하였다.
각각의 클러스터는 정서적 안정에서 신체 활동, 생산적 경험, 사회적 관계, 정주 순으로 심화되며, 단계마다 지역과 만나는 접점을 달리해 치유 과정이 곧 지역사회와의 관계 회복 과정이 되도록 계획하였다.
■ Recovery Cluster (개인회복 영역 : 정서적 안정 및 내밀한 치유 단계)
초기 회복 단계의 이용자를 위한 공간으로, 외부의 시각적 자극을 차단하고 솔밭 고유의 정온한 소리와 촉각적 환경을 경험하도록 솔밭 가장 깊숙한 곳에 배치되었다.
■ Physical Cluster (신체활성 영역 : 기능적 회복 및 신체 활동 단계)
정서적 안정을 얻은 회복자가 점진적으로 신체 기능을 회복하고 활동 범위를 확장하는 영역이다. 송정동 해안길과 솔밭 산책로라는 지형적 자원을 대지 내 동선 체계와 연결해, 회복자의 운동 동선이 지역주민의 산책로와 자연스럽게 겹치도록 계획하였다.
■ Healing Production Cluster (생산경험 영역 : 자존감 획득 및 주민 참여형 상생 단계)
치유의 수동적 대상에 머물던 회복자가 스마트팜 등 생산적 경험을 통해 사회적 주체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단계이자,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생산활동의 핵심 거점이다. 이곳의 결과물과 경험은 지역환원 프로그램으로 이어져, 치유가 지역경제·지역공동체와 순환하는 구조를 만든다.
■ Social Recovery Cluster (사회복귀 영역 : 사회적 연결 및 지역환원 오픈 인프라 단계)
회복자가 일상과 사회로 복귀하기 전 커뮤니티 리허설을 수행하는 공간이자, 치유 레서피 도서관 등을 통해 송정동 주민을 위한 생활·복지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지역환원 프로그램]의 핵심 축이다. 이 클러스터에서 회복자, 지역주민, 치유목적 관광객이 한 프로그램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시설이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되지 않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열린 인프라로 작동한다.
■ Stay Cluster (정주 영역 : 지속가능한 장·단기 체류 단계)
지상 4층부터 11층까지 적층된 주거동은 회복자와 치유목적 관광객이 자연 속에서 머무르며 치유 시퀀스를 완성하는 정주 영역이다. 전 객실에 독립된 프라이빗 테라스를 두어 전면으로는 동해안의 수평적 조망을, 배면으로는 울창한 해송 숲의 자연환경을 경험하도록 계획하였다.
본 계획안은 치료 이후의 회복을 개인의 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지역사회와의 관계 회복으로 확장한다. 다섯 단계의 치유 시퀀스와 열린 공공 인프라를 통해 회복자와 지역주민, 관광객이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지역형 치유시설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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