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품

주요일정

  • 신청접수 2026. 08. 25(화) ~ 09. 04(금)
  • 작품접수 2026. 09. 07(월) ~ 09. 15(화)
  • 작품출력물 제출 2026. 09. 11(금) ~ 09. 16(수)

수상작품

추출, 충전, 해체

수상 우수상
출품자 이동구
소속대학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건축학과 5학년
설계개요 건축은 영원을 구걸하지 않을 때, 비로소 가장 강력한 기계가 된다. 내연기관 중심의 교통 체계가 전기자동차(EV)로 전환됨에 따라 도심 속 주유소는 점차 그 기능을 상실하고 유휴 시설로 전락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주유소 부지 이면에 지하 유류 탱크로 인한 심각한 토양 오염이라는 환경적 과제가 방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본 프로젝트는 판교 서일주유소 부지를 대상으로 기존 화석연료 인프라를 EV 충전 허브이자 복합 문화 공간으로 적응적 재사용하는 건축적 해법을 제안한다. 특히 주유소의 '스쳐 가는 3분'이 전기차의 '머무는 30분'으로 늘어나는 시간의 지연에 주목했다. 충전 영역과 차량을 위한 공간, 교차 삽입된 사람의 머무르는 공간을 재정의한다. 또한,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토양증기추출법(SVE)을 도입하고, 정화 공정에 수반되는 배관 및 기계설비(MEP)를 하이테크 건축의 어휘를 빌려 건축물의 주요 입면 요소로 시각화하였다. 기하학적 형태를 기반으로, 건물의 외곽을 순환하는 램프와 충전 공간이 전체 매스를 감싸는 형식을 취하여 동선의 효율성과 조형적 역동성을 동시에 확보하였다. 본 설계는 대지 정화라는 토목 공학적 과제가 어떻게 건축적 형태와 공간 경험으로 치환될 수 있는지 증명하며, 고밀도 도심 내에서 환경적·사회적 회복을 이끄는 새로운 도시적 보이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더 나아가, 내연기관의 소멸과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하는, 그 사이의 시대를 잇는 생태적 충전소이자 땅을 치유하기 위한 한시적 인프라이다. 10년의 수명을 다하고 정화가 완료되면 구조물은 흔적 없이 소멸한다. 건축은 영원성을 포기함으로써 역설적으로 가장 깊은 대지의 상처를 영구히 치유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온전한 대지를 내어준다.
작품설명 1. 적응적 재사용(Adaptive Reuse)과 현재의 재구성 적응적 재사용은 노후화되거나 기능이 소멸된 기존 건축물 및 인프라의 물리적 수명을 연장하고, 새로운 프로그램과 사회적 요구를 주입하여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현재의 재구성'은 과거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적 특성을 현대 전기차 시대의 요구에 맞게 '덮어쓰기' 하는 과정이다. 주유소 부지를 선택한 이유는 주유소가 본래 가진 '도시 접근성의 노드'라는 장소적 가치 때문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소멸로 주유소가 폐업을 한다 하여 그 땅의 가치 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단순한 리모델링을 넘어 환경 치유와 새로운 도시 구조를 삽입하는 적극적인 재생의 의미를 내포한다. 2. 하이테크 건축과 설비(MEP)의 시각화 본 설계는 구조 및 기계·전기·배관설비(MEP)를 의도적으로 외부에 노출시켜 미학적 요소로 승화시키는 하이테크 건축(High-Tech Architecture)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한다. 색상으로 구분된 파이프들은 기계적 로직 자체를 완결된 건축적 파사드로 만들어낸다. 오염된 토양의 유기화합물을 진공 추출하는 SVE 배관망을 외피 시스템과 통합하여 노출시킴으로써, 대지가 호흡하고 정화되는 과정을 시각적 상징으로 치환한다. 3. 사이트 특성 설계 대상지인 판교 서일주유소 부지는 우리나라에서 전기차 보급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면서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다. 교통량이 집중되는 주요 결절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변이 고밀도 개발로 꽉 막혀 있어 도시적 관점에서는 오염된 토양을 굴착해 외부로 반출하는 방식(Ex-situ)은 제약이 크고 어려움이 많은 곳이다. 이는 부지 내에서 정화하는 지중 정화(In-situ, 원위치 정화) 방식인 토양증기추출(SVE)을 선택한 것의 이유이며 건축적, 도시적 맥락에서 현실적인 접근이다. 또한, 판교라는 사이트에 국한되지 않고 고밀도 도심지의 폐주유소 부지에 새로운 프로토 타입을 제안하기에 적합하다. 4.체류 시간의 연장과 복합 프로그램 기존 주유소가 평균 5분 내외의 짧은 목적형 체류를 유도했다면, EV 충전 허브는 배터리 충전에 필요한 최소 30분에서 수 시간의 잉여 체류 시간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시간적 지연을 도시적 잠재력으로 해석하여 다층적인 프로그램을 적층하였다. 이에 따라 건물 내부는 각층의 충전 공간 위치에 따라 차량 공간과 사람 공간이 각 층별로 교차가 되며 자연스럽게 공간이 분리된다. 충전 시설과 인접한 면은 정비소, 세차장, OTA 전용 라운지, EV&코딩샵 등의 차량 관련 시설이 들어가며, 반대편에는 EV 충전 대기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과 수직 정원, 오피스를 유기적으로 배치하였다. 5. 램프 차량의 순환 동선은 건물 내부로 관입하는 대신, 건물의 외곽을 나선형으로 감싸고 도는(Wrapping) 형식으로 전면 배치되었다. 충전 공간과 램프가 매스의 외부 껍질을 형성하며 입체적으로 상승하는 이 구조는, 전기차가 램프를 오르고 내리는 동적인 움직임 자체를 건물의 파사드로 만들어낸다. 이는 내부의 주요 코어와 업무, 정원 공간을 외부의 차량 소음 및 매연으로부터 보호하는 완충 역할도 수행한다. 6. 구조 전체적인 형태는 기능적이고 단단한 철골 박스 구조체로 이어져 있다. 이 거대한 구조체 안에서 차량의 진출입 흐름을 유도하는 동선과 충전 대기 시간동안 사람들의 행위를 지원하는 공간 메스들이 입체적으로 꽂히듯 관입된다. 본 프로젝트의 구조는 자율주행 시대가 정착되기까지의 10년, 그 기간동안 제 기능을 다하면 구조물은 철거되고, 다음세대에게 오염없는 온전한 대지를 내어줄 수 있는 가벼운 철골 구조를 도입한다.
지도교수 김조윤
지도교수 작품평 사라짐을 전제로 하는 건축 건축은 오랫동안 견고한 재료와 구조로 오래 남는 것을 가치로 여겨왔다. 그러나 도시의 변화와 기술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오늘날, 건축은 얼마나 오래 남을 것인가보다 언제 사라져야 하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는 판교의 버려진 주유소를 통해 내연기관에서 전기 모빌리티로 넘어가는 약 10년의 과도기를 건축적 시간으로 포착한다. 영구적인 건축 대신 해체를 전제로 한 가벼운 구조를 제안하고, SVE 시스템으로 오염된 대지를 정화하며 그 과정의 에너지를 충전과 프로그램의 동력으로 연결한다. 건축을 새로운 것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대지를 회복시키는 과정으로 바라본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주유소의 ‘스쳐 가는 3분’이 전기차의 ‘머무는 30분’으로 변화하는 데 주목함으로써, 기술의 변화가 자동차뿐 아니라 사람의 머무름과 도시의 풍경까지 바꾼다는 사실을 공간으로 풀어낸다. 앞으로의 건축은 영원히 존재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시간 동안 존재하고 필요가 다하면 해체되는 건축이 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건물을 남기는 대신, 건축이 사라진 뒤 더 온전한 땅을 남기는 미래의 건축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