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계개요 |
한국사회는 일제시기 및 군부정권시기 등 압축적이고 급진적인 시기를 겪으며, 매우 서서히 변화했어야 할 상제 문화 또한 불과 100여 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압축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일제는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의례 간소화를 진행하였고, 이러한 국가 권력에 의한 상례의 통제는 해방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국가에 의한 통제가 약화되면서 근대 상례는 현대 장례로 넘어오게 되는데, 장례식장의 등장을 통해 성장한 의례자본은 간소화된 의례를 상품화하여 판매하면서 의례의 권력화를 통해 현대 장례를 주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비율의 절차가 소실되었고, 절차가 소실됨으로 인해 그 의미 또한 함께 잃어버려, 현재는 거대 상조 자본에 모든 절차를 맡기는 수동적인 의례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장례식장이나 화장장 등 상제 인프라의 혐오시설로써의 인식, 그리고 죽음이라는 주제를 극도로 터부시하는 우리나라 현재 문화의 변화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본 프로젝트는 도시와 단절되어 있던 장례 인프라를 도심지 내부로 다시 끌어들이고, 장례식장, 화장장, 장묘시설로 파편화된 장례 인프라를 하나로 엮어, 유족에게 장례의 의미와 절차를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최대한의 배려를 하는 새로운 장례시설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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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설명 |
평면적으로는 등고선의 형태를 따라가며 매스들이 땅에 박혀 있는 형태에, 중앙에 강한 직선 축을 배치해 옹벽을 활용하여 동선과 영역 분리가 의도되었다. 입면적으로는 강한 직선 옹벽을 자연스러운 지형이 감추기도 하고 드러내기도 하며 다양한 환경을 형성하고, 그 위로 근대 시대 화장장의 굴뚝으로 상징되던 장례 인프라의 성격을 수직 조형으로 활용하여 이정표 및 실용적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었다.
결과적으로 옹벽을 활용한 축들이 각각 입장, 발인, 퇴장 동선을 만들어내고, 그 뒤로 장례동과 화장동, 그리고 봉안동이 절차의 순서에 맞게 배치되었다. 세 개의 축이 만들어내는 삼각형 형태의 거대한 정원은 사용자가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하며 차분히 죽음을 사유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유족과 조문객, 그리고 성묘객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동선분리가 의도되었다.
[초종각과 운구길]
초종각에서는 사무적인 처리를 하고 상복을 입음으로써 속세와 단절될 준비를 한다. 사무처리가 완료되면 유족은 관을 들고 첫번째 축인 운구길을 따라 장례동으로 이동한다. 운구길과 맞닿은 정원은 수공간과 식재, 그리고 뒤의 거대한 옹벽이 켜를 이루며 경관을 형성하고, 유족에게 안정감과 위로를 준다.
[장례동과 1차 발인]
장례동은 분향당과 조문당으로 분리되어 있다. 분향당에는 차분한 애도가 필요한 분향실과 안치실, 그리고 염습실이 각 동에 개별적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그 위로 높게 솟은 천창은 공간을 은은하게 밝혀준다. 조문객으로 시끌벅적한 분위기의 조문당은 망우산 쪽으로 열려있어, 옹벽 사이로 쏟아져내리는 토양과 숲을 감상할 수 있다.
장례동에서 사흘이 지나면 발인을 하게 된다. 완만한 경사로 위를 수평적으로 지나는 지붕은 상여를 모티프로 디자인되었으며, 출발지점에서는 16미터의 높은 공간을 만들어내지만 끝에서는 4미터의 천장고로 완결된다. 무한히 반복되는 듯한 양쪽의 기둥은 이별의 시간과 공간을 배려하기 위해 발인길을 감싸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바닥의 어두운 석재 타일은 유족에게 길을 안내한다.
[화장동과 2차 발인]
화장동의 밝게 빛나는 마사토와 군데군데 심어진 소나무는 전이공간을 형성하며, 로비와 관망실, 그리고 8개의 화장시설로 둘러싸여 사적인 공간을 형성한다. 화장 후, 유족은 유골함을 들고 다시 흑색 석재 타일의 안내를 받아 옹벽의 사이를 지나간다. 2차 발인길은 하늘로 열려 있어 폐쇄보다는 개방적 분위기를 형성하며, 삼각형 형태의 수공간은 3일 간의 여정이 끝나감을 암시한다.
[봉안동과 반곡길]
봉안동에는 공동분향단이 높은 천창 아래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뒤로 제사실이 배치되어 있다. 봉안당은 각 칸 별로 충분한 간격을 주어 자유롭게 제사드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앞으로 기울어진 지붕은 바깥의 자연과 수공간이 만들어내는 경관에 프레임을 만들어 내부에 있다는 안정감을 주고, 깊게 들어갈수록 높아지는 지붕은 동시에 개방감을 느끼게 한다.
3일간의 모든 의례를 마치고 난 후, 유족은 세 개의 축 중 마지막 축인 반곡길을 따라 초종각으로 되돌아가게 되고, 의례가 처음 시작되었던 운구길에서의 경관을 다른 각도에서 보며, 시작할 때와는 다른 감정을 가진 채로 상도를 온전히 다 걸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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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교수 작품평 |
이 작품은 죽음과 상(喪)의 문화를 단순한 장례 프로그램으로 다루지 않고, 우리가 죽음을 맞이하고 애도하며 기억하는 일련의 과정을 건축적으로 형식화한다. 의례와 이동, 머묾과 이별의 순간을 공간의 질서로 치환하고,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적 경험을 섬세하게 조직함으로써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방식에 새로운 차원의 공간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절제된 형태와 빛, 재료, 동선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주제의 무게를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정서적 울림을 만들어낸다. 개념과 공간, 표현이 높은 수준으로 일관되게 완성된 작업으로, 건축이 죽음이라는 보편적 경험을 어떻게 품고 성찰하게 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훌륭한 졸업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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