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계개요 |
세운상가는 오랜 시간 상업·제작·주거 기능이 층별로 분리된 채 반복되는 공간구조를 유지해왔다. 그라운드 레벨에는 상업과 제작 활동이 집중되고, 3층의 브리지는 보행을 위한 이동공간으로, 상부는 주거 중심의 공간으로 사용되면서 각 층은 서로 다른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러한 구조는 기능적으로는 명확하지만, 서로 다른 프로그램과 이용자가 만나는 접점이 부족하고 각 층의 활동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진다는 한계를 가진다.
오늘날의 도시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위해 하나의 공간을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간과 사용자, 행사와 필요에 따라 공간의 역할이 변화하는 유연한 사용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세운상가는 서로 다른 기능을 단순히 층별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를 공유하고 변화시키는 새로운 도시적 관계를 제안한다. 두 사람이 각각 하나의 완성된 공간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간이 필요에 따라 이동하고 결합하며 여러 사람에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는 새로운 도시 체계, ‘AC 시대 — Adaptive Commons’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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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설명 |
세운상가는 상업·제작·주거 기능이 수직적으로 쌓여 있는 거대한 도시 건축이지만, 각 기능은 오랜 시간 층별로 고정된 채 독립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1층의 상업과 제작공간, 3층의 보행 브리지, 상부의 주거공간은 하나의 건물 안에 존재하면서도 서로 다른 이용자와 프로그램을 직접 연결하는 접점은 제한적이었다. 본 프로젝트는 이러한 고정된 공간구조에서 벗어나, 하나의 공간이 시간과 상황,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이동하고 결합하며 여러 프로그램에 공유될 수 있는 새로운 도시 체계인 ‘AC 시대 — Adaptive Commons’를 제안한다.
이를 위해 기존 세운상가의 중층 4개 층을 비워내어 건물 내부에 거대한 외부공간을 형성하였다. 기존의 수평적인 층을 단순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3층의 보행 레벨이 2층과 1층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도록 바닥을 연속적으로 연결하였다. 거리에서 유입된 사람들은 계단이나 특정 출입구를 통해 건물 내부로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지면이 세운상가 내부까지 이어지는 듯한 공간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된다. 이 외부공간은 보행과 휴식을 위한 공간인 동시에 전시, 시장, 이벤트, 공연 등 다양한 도시 활동이 발생하는 새로운 공공영역으로 작동한다.
중층의 열린 공간에는 위치와 높이가 변화할 수 있는 건축공간을 배치하였다. 평상시에는 각각 전시, 교육, 연구, 작업, 휴식 등 비교적 작은 규모의 독립적인 프로그램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공간이 상승하면 기존 바닥과 건축 사이에 새로운 틈이 형성되고, 그 아래에 위치한 상업·제작공간이 외부에 드러난다. 방문객은 이동하면서 기존 상인들의 작업과 상품, 제작 과정을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으며, 기존 상업공간 역시 폐쇄된 내부가 아니라 새로운 외부공간과 직접 관계를 맺게 된다. 건축의 이동은 단순히 형태를 변화시키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기존 세운상가의 활동을 새로운 이용자에게 노출하고 연결하는 매개가 된다.
또한 각각 독립적으로 사용되던 공간들은 필요에 따라 서로 이동하여 맞닿고 결합한다. 일상적인 시간에는 작은 전시실이나 교육공간, 휴게공간으로 분리되어 사용되지만, 공연이나 행사, 특별 전시가 열리는 날에는 여러 공간이 하나의 큰 공간으로 연결되어 대형 전시장, 공연장, 이벤트 공간으로 변화한다. 즉, 여러 개의 완성된 공간을 각각 만드는 대신 하나의 공간을 여러 사람이 공유하고, 필요한 순간 크기와 관계를 변화시키는 방식이다.
외부공간의 형태 역시 기존 세운상가의 직선적이고 반복적인 구조와 대비되도록 계획하였다. 3층에서 1층까지 흘러내리는 비정형적인 바닥은 주변의 공구상가와 시장, 기존 도시조직의 보행 흐름을 받아들이며 세운상가 내부와 주변 지역 사이의 경계를 완화한다.상부의 주거영역은 옥상정원과 연결하여 기존의 주거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거주자와 외부 방문객이 함께 머물 수 있는 새로운 공공공간으로 확장한다. 결과적으로 세운상가는 상업, 외부공간, 주거가 각각 고정된 층에 존재하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의 이동과 프로그램의 변화에 따라 공간이 열리고, 드러나고, 결합하며 관계를 지속적으로 바꾸는 도시공간으로 재구성된다.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건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세운상가 안에서 이미 존재하는 공간을 필요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고 공유함으로써 프로그램을 다시 연결하고 공유함으로써 변화하는 도시의 사용방식에 대응하고 도시 안에서 새로운 관계와 교류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건축적 체계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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