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품

주요일정

  • 신청접수 2026. 08. 25(화) ~ 09. 04(금)
  • 작품접수 2026. 09. 07(월) ~ 09. 15(화)
  • 작품출력물 제출 2026. 09. 11(금) ~ 09. 16(수)

수상작품

알뜨르, 기억이 흐르는 뜰

수상 우수상
출품자 이예진
소속대학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 5년
설계개요 제주 남단 모슬포 들판에 위치한 ‘알뜨르’는 농경과 목축이 이루어지던 평야지대로, 지역 주민들의 생산과 생활의 기반이 되는 땅이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이 중국 대륙을 공격하기 위한 중간 경유지로 이 곳을 점유하면서, 알뜨르에는 거대한 군사 비행장과 콘크리트 비행기 격납고, 지하 벙커 등 아픈 전쟁 유적들이 들어서게 되었다. 해방 이후에도 국방부 소유의 군사 보호구역으로 묶여 오랜 시간 사회와 단절되었던 이 땅은, 최근 제약이 풀리고 제주평화대공원 조성이 추진됨에 따라 비로소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본 프로젝트는 단순히 과거의 비극만을 나열하고 박제하는 ‘전시형 기념관'이 지닌 한계를 경계한다. 유물을 유리장 안에 가두어 두고 관람객이 제3자의 시선으로 훑어보고 떠나는 방식은 역사의 기억을 현재의 삶과 분리시키며, 방문 이후 빠르게 잊히는 단발적 경험에 그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에 전쟁 유적이 들어서기 전 대지가 본래 품고 있던 평화로운 일상의 맥락을 복원하고, 그 다층적인 삶의 켜 위에 전쟁 유적이 던지는 무거운 경각심을 입체적으로 중첩하는 '살아있는 메모리얼(Living Memorial)'을 제안한다. 대지가 지닌 기억은 거대한 하나의 상징물로 획일화될 수 없기에, 건축은 과거의 상흔을 물리적으로 대면하게 함과 동시에 동시대인의 삶이 자유롭게 흐르는 입체적인 장을 마련해야 한다.
작품설명 전쟁의 비극을 직시하고 평화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 순간은 일상과 단절된 어두운 전시장 내부가 아닌,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평화로운 일상의 한복판에서 그 일상이 깨어질 수 있음을 자각할 때 비로소 가슴 깊이 체득된다. 따라서 지역 주민에게 부족했던 문화 및 교육 생활 SOC를 충실히 제공함과 동시에, 과거의 유산을 미래 세대로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기억의 매개체로서 '도서관'을 대지 위에 도입한다. 단일한 거대 건축물 대신 제주의 삶과 밀접한 3가지 일상적 모티프인 산담, 퐁낭, 올레를 바탕으로 3개의 특화 거점으로 도서관을 해체·배치했다. 방문객은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고 담소를 나누는 지극히 평화로운 일상적 행위를 즐기다가, 문득 시선을 돌렸을 때 들판 위로 드러나는 차가운 비행기 격납고들을 목격하게 된다. 이 평화로운 일상과 차가운 전쟁 유적의 이질적 병치는 방심하던 감각을 깨우며 일상의 소중함을 극적으로 일깨운다. 역사 아카이브 거점인 ‘산담’은 제주 전통 무덤 양식에서 영감을 받았다. 좁고 어두운 ‘신문’ 램프는 들판 위 비행기 격납고들과 직결되어, 지하 동선 속에서 전쟁 유적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통로 끝의 원형 수공간과 빛, 현무암 판의 기록은 역사의 무게를 깊이 감각하고 추모하게 한다. 커뮤니티 거점인 '퐁낭'은 팽나무 아래 모이던 제주 고유의 소통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다. 주민들이 어울려 소통하는 동안, 주위 들판의 격납고들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일상 속에 평화의 가치가 스며들도록 하였다. 리서치 거점 '올레'는 골목길의 시선 축과 경계의 미학을 건축 언어로 치환한다. 건축적 벽체를 따라 걸어나가는 동안, 벽체의 변화와 절개부를 통해 섯알오름 학살터 등 전쟁 유적지들이 프레이밍되어 눈앞에 등장한다. 이처럼 프로젝트는 알뜨르가 품은 비극 이전의 평화, 비극 이후의 상흔, 그리고 동시대의 일상을 정교하게 적층한다. 책을 빌리고 들판을 걷는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역사적 잔상들은, 방문객으로 하여금 지금 누리는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만드는 장소의 그릇이 될 것이다.
지도교수 유다은
지도교수 작품평 본 작품은 제주 알뜨르의 역사적 상흔과 지역의 일상을 수용하는 ‘살아있는 메모리얼’을 제안하며, 동시대 추모 공간의 가능성을 탐구한 설계입니다. 전통적인 기념관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도서관을 매개로 기억과 일상이 교차하는 공공 공간을 제시하였습니다. 산담·퐁낭·올레라는 제주의 일상적 공간 요소를 세 개의 거점 공간으로 재해석하여 분산 배치하고 장소의 맥락을 존중하면서 문화·교육 기능과 추모의 경험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였습니다. 이는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전쟁의 흔적을 마주하게 하며,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각을 연결합니다. 지역 주민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며 장소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공유되고 계승되도록 한 점에서도 공공적 의미가 큽니다. 기념과 일상, 보존과 활용을 서로 분리된 가치로 다루지 않고 하나의 건축적 경험 안에서 통합하였다는 점 역시 이 작품의 중요한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본 작품은 장소에 대한 치밀한 해석을 바탕으로 역사적·사회적 문제의식을 구체적인 공간 언어로 발전시키는 설계 역량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나아가 역사 유산의 보존과 활용, 지역사회의 일상과 기억의 계승을 함께 사유한 설계 작업으로서 의미가 크기에 이 작품을 추천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