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품

주요일정

  • 신청접수 2026. 08. 25(화) ~ 09. 04(금)
  • 작품접수 2026. 09. 07(월) ~ 09. 15(화)
  • 작품출력물 제출 2026. 09. 11(금) ~ 09. 16(수)

수상작품

사라져가는 흔적의 공간화: 반구천 암각화 보존 방식의 전환

수상 우수상
출품자 김서희
소속대학 울산대학교 건축학과 5학년
설계개요 소멸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연 속 유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영원한 것은 없듯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멸해 간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간의 개입으로 억지로 붙잡아 두려 한다. 시간이 흐르며 사라지는 흔적을 물리적으로 보존하는 것만이 그 가치를 이어가는 방법일까? 암각화 역시 건축은 아니지만 하나의 기록이며 공간적 의미를 가진다. 어쩌면 건축과 건축이 아닌 것 사이에는 명확한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건축의 언어로 해석할 수 있는가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이 프로젝트는 과거의 기록을 건축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려는 시도이다. 그동안 유적을 둘러싸고 이루어져 온 보존 방식에서 한 걸음 떨어져 ‘공간 아카이브'라는 방법론을 통해 유적을 바라보는 대안적 방식을 제시한다. 암각화를 보호하기 위한 또 하나의 구조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암각화의 흔적과 행위를 건축의 언어로 번역하여 기록하는 공간 아카이브를 제안하고자 한다. 소멸해 가는 흔적을 붙잡아 고정하기보다 그 흔적이 지닌 시간과 의미를 새로운 공간의 경험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작품설명 [여정의 전제] 암각화 박물관에서 방문자는 반구천 암각화에 대한 정보를 먼저 접하고 글과 이미지로 머릿속에 남는다. 이 여정은 이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적 경험으로 번역하는 과정이다. 반구대 암각화 속 사건이 하천을 따라 이어진 넓은 영역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에 주목해 프로젝트는 그 확장된 영역 전체를 하나의 아카이브로 바라본다. 따라서 다섯 개의 공간 아카이브는 길과 풍경 속에 흩어진 사건처럼 놓이고 방문자는 이를 따라 이동하며 감각과 기억을 축적한다. 여정 끝의 암각화는 더 이상 하나의 기록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과 감각이 겹쳐진 현재의 경험으로 인식된다. [01 드러남과 감춤과 휴식] 첫 번째 공간 아카이브는 시야와 빛의 변화를 통해 긴장과 휴식을 경험하게 한다. 열린 풍경을 바라보던 방문자는 대나무 사이를 지나며 시야가 차단되고, 외부와 분리된, 낮고 어두운 공간으로 진입한다. 좁아진 폭과 낮아진 높이는 움직임을 늦추며 주변의 변화에 감각을 집중시킨다. 열리고 닫히는 시야를 따라 이동한 끝에 높은 암벽과 하천의 풍경이 한 번에 드러난다. 앞서 축적된 어둠과 긴장감은 풍경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고 방문자는 그 앞에 머무르며 휴식한다. [02 소리와 축제] 두 번째 공간 아카이브는 하천과 주변 환경의 소리를 드러내고 증폭시킨다. 첫 번째 원형 공간에서는 자갈을 밟는 소리와 물소리가 벽면에 반사되며 겹쳐진다. 열린 천장을 통해 떨어지는 빗물도 바닥과 수면에 부딪혀 원형 구조 안에 울림을 만든다. 두 번째 원형 공간에서는 수면 위 슬라브를 따라 걸으며 물의 흐름과 주변의 소리를 직접 체험한다. 마지막 원형 공간은 물의 속도와 방향을 흔들어 부딪히고 흩어지는 소리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낸다. [03 다양한 시점과 사냥] 세 번째 공간 아카이브는 높이와 방향이 다른 동선을 따라 대상을 탐색하는 경험을 만든다. 방문자는 여러 갈래의 길을 선택해 습지와 수목, 하늘을 서로 다른 거리와 각도에서 마주하고, 프레임과 전망 포켓을 지나며 풍경을 관찰한다. 마지막에는 분산된 동선과 시선이 하나의 방향으로 모이며 서로 다른 장면이 하나의 풍경으로 연결된다. 여러 시점에서 대상을 살피고 추적하다 시선을 좁혀가는 과정은 사냥의 탐색 행위를 연상시킨다. [04 빛과 제의] 네 번째 공간 아카이브는 열린 평지에서 지하로 내려가며 어둠 속에서 빛을 인식하는 경험을 만든다. 방문자는 상부의 틈과 개구부로 스며드는 빛을 따라 이동하고, 거친 돌 표면의 빛과 그림자를 통해 공간의 깊이와 변화를 감각한다.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빛과 흩어졌던 시선, 몸의 움직임은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한다. 빛은 단순한 조명을 넘어 시간과 공간의 감각을 드러내며 방문자를 중심에 머물게 하는 제의적 장면으로 작동한다. [05 중첩과 집회] 다섯 번째 공간 아카이브는 어긋난 벽과 슬라브 사이를 지나며 시간과 움직임의 중첩을 경험한다. 벽 사이의 간격은 좁아지고 넓어지며 다음 공간을 감추거나 드러내고 시선과 동선을 변화시킨다. 동선 중간에는 함께 앉아 머물 수 있는 두 공간이 나타나며, 흩어져 이동하던 사람들이 잠시 모여 서로를 인식한다. 개인의 이동은 공동의 머무름으로 전환되어 집회의 장면을 만든다. 서로 다른 흔적이 겹쳐 하나의 암각화를 이루듯, 사람들의 경험과 움직임도 중첩되어 하나의 장소를 형성한다. 다시 이어진 길 끝에서 반구천 암각화를 마주한다. 이전에는 ‘무엇이 그려져 있는지’를 보았다면 이제는 ‘어떤 행동이 있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지나온 공간의 경험은 암각화의 장면과 겹쳐지고, 각 공간은 특정 행위를 재현하기보다 그 행위가 발생하던 감각과 상태를 현재의 몸으로 다시 유도한다.
지도교수 오정헌
지도교수 작품평 김서희 학생의 ‘사라져가는 흔적의 공간화’는 최근 유네스코 유산에 등재된 반구천 암각화의 보존 방식에 대한 깊이 있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작품입니다. 기존의 물리적 보호와 거리 두기 중심의 보존에서 벗어나, 오래된 유적을 ‘경험 가능한 공간’이자 ‘공간 아카이브’라는 대안적 방식으로 보존을 제안한 점이 돋보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반구천 암각화를 단순한 2차원 이미지가 아닌 시간과 행위가 축적된 감각적 공간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먼 접근 거리를 경험구조로 상정하고, 현장의 장소적 특성과 암각화에서 분석된 특성들을 통합하여 1. ‘드러남과 감춤’, 2. ‘소리’, 3. ‘다양한 시점’, 4. ‘빛’, 5. ‘중첩’이라는 다섯 가지 핵심 요소를 도출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관람자가 이동하며 입체적으로 기억을 지속하도록 돕는 서사적 동선 계획이 인상적입니다. 빛과 소리, 감각과 시선, 움직임을 아우르는 공간적 조작과 재료의 질감, 구조적 텍토닉에 대한 탐구는 공간-감각 관계를 구체화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탄탄한 문제의식과 지속 가능한 아카이브 프로세스를 보여준 이 작품을 문화유산 보존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연구이자 설계안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