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설명 |
[인천 내항의 기능 이전: 인천 내항의 한계]
1974년 개장한 인천 내항은 경인 공업지역의 원자재와 소비재 물동량의 증가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곳에 위치한 곡물 사일로 또한, 1979년부터 근대 산업화 시기 국가적 차원의 식량 공급과 물류를 책임지던 핵심 기반시설로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물류량의 증가로 인한 선박의 대형화는 갑문 규격 한계와 얕은 수심을 가진 인천내항에 진입이 불가능해졌고, 이에 인천신항을 건설하고 물류 기능을 이전하였다. 기능을 잃은 인천내항의 곡물 사일로는 노후 산업시설로 전락하며, 쓰임을 잃었다.
[곡물 사일로의 활용: 가치의 계승]
인천내항의 곡물 사일로는 높이 48m의 거대 원통형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연속적으로 병치되어 있으며, 내부에는 층간 구분이 없는 수직 보이드가 형성되어 있다. 또한, 구조물 외벽 전반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벽화'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는 벽화가 있다. 근대산업화 시절, 곡물을 저장하던 곡물 사일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이터 센터로 '저장'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계승한다. 층간 구분이 없는 거대 수직 보이드에는 데이터 랙이 채워지며, 굴뚝효과와 해수냉각을 활용하여 쓰임을 극대화한다.
[구조적 보강: 구조적 안정성 확보]
노후화된 산업의 잔재를 비워내고, 새로운 내용물로 채울 그릇으로 탈바꿈한다. 오랜 기간 곡물을 저장하던 시간의 흔적과, 야외 벽화가 남아있는 원통형 콘크리트 외피는 보존하되, 내부의 구조는 들어낸다. 1차적으로, 벽화가 있는 원통형 콘크리트 외벅을 이어주는 기둥과 보를 형성한다. 여기에 사일로의 연속적인 원의 형태를 이어주는 원형 보를 추가하고, 원형 보의 하중을 기둥으로 전달하는 막구조를 덧댄다. 이렇게 형성된 내부의 구조는 외부까지 확장되어 외벽과 구조체의 결합을 단단히 하고, 나뉘어 있는 사일로를 하나의 매스로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한다.
[NON-HUMAN SCALE: 기계적 척도 도입]
공간의 구성은 건축이 오직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한다는 인간 중심주의의 관습을 해체하는 포스트휴머니즘적 사고에서 출발한다. AI의 등장은 인간의 발길이 필요없는 무인(無人)공간을 가능하게 한다. 신체 치수에 갇혀 있던 비례를 해체하고, 기계적 척도 즉, ‘NON-HUMAN SCALE’을 통해, 건축적 스케일을 재구성한다. 불필요한 층의 슬래브를 걷어낸 거대 수직 공간과, 데이터 랙의 반복적인 배열은 인간이 공간의 주체가 아님을 보여준다. 공간은 철저히 연산과 효율을 위해 구축된 '이성의 영역(기계)'과 정주와 경험을 위한 '감성의 영역(인간)'으로 분리되어, 공간의 대비를 보여준다.
[소형모듈원전(SMR) 결합: 데이터 센터의 한계 극복]
일반적인 CPU 대비 AI 전용 프로세서는 약 5배 이상의 막대한 전력을 소모한다. 이는 기존의 전력망과 재생에너지원만으로는 24시간 가동하는 데이터센터의 기저 전력을 감당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무탄소 기술인 SMR은 기존 발전 대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며, 데이터 센터와 결합 시 전력 및 송전 비용이 약 37%가 절감이 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운영을 위한 막대한 전력 확보를 위해, SMR 기업들과 전력 공급 계약 경쟁을 하고 있다. 곡물 사일로에 이식되는 SMR은 Nuscale Power Module로, 높이: 23m, 지름: 4.5m의 총 4개의 SMR 모듈을 삽입한다. 모듈 당 77MWe(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며, 이는 7만~8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SMR에서 생성되는 전기는 데이터 랙을 넘어, 도시까지 이어진다.
[에너지 순환 시스템: 수직적 열역학적 대사(Metabolism)]
곡물사일로는 에너지가 수직적으로 순환하는 완벽한 열역학적 대사 과정을 거친다. 하층부로 유입된 해수는 SMR의 열기를 극저온으로 식히고, 여기서 생산된 막대한 전력은 중심부의 데이터 랙으로 공급된다. 데이터 랙에서 연산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고열은 대형 팬을 통해 유입된 외기와 만나 섞이며, 48m 수직 원통형 구조가 지닌 굴뚝 효과를 타고 상승한다. 이 거대한 폐열은 상층부에 위치한 스마트팜으로 이동하여 온실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필수 에너지원으로 재활용된 후 최종적으로 대기로 배출된다. 기계의 에너지 부산물이 연료가 되는 자생적 순환 시스템이다.
[도시적 환원: 자생적 도시 인프라로의 진화]
궁극적으로 곡물 사일로는 고립된 폐산업시설에서 벗어나, 도시에 식량과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도시의 기초 인프라로 환원된다. 해수 냉각에서 시작하여 데이터 연산, 그리고 식량 생산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사일로를 도시 맥락 속에 살아 숨 쉬는 '거대 유기체'로 편입시킨다. 이는 대지가 품어온 과거의 물리적 층위 위에 유산을 계승하고, 기계와 인간의 새로운 공생 모델을 제시하는, 시대적 딜레마에 대한 건축적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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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교수 작품평 |
본 작품은 AI 시대의 전력 인프라 요구와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딜레마를 깊이 통찰하고,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건축적 해답을 탁월하게 제시한다. 기능을 상실한 인천 내항의 곡물 사일로를 데이터 센터로 치환함으로써, 과거의 유산에 담긴 ‘저장’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훌륭히 계승하였다. 특히, 야외 벽화가 있는 외벽을 보존하며 사일로를 재해석한 내부 구조 보강 방식은 본 작품의 미학적, 공학적 완성도의 백미를 보여준다.
또한, 소형모듈원전(SMR)의 제원과 형식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도입함으로써 막대한 전력 문제를 해결하였다. 하층부의 해수 냉각에서 시작해 상층부의 스마트팜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열역학적 에너지 순환 시스템을 구축한 점도 매우 혁신적이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고립된 폐산업시설을 지속 가능한 도시의 기초 인프라이자 살아 숨 쉬는 거대 유기체로 성공적으로 환원시킨,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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