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계개요 |
“우리는 도시를 떠날 수 없기에, 도시 안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현대 도시는 속도와 효율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끊임없는 생산과 소비 속에서 도시는 더 높은 밀도와 기능을 수용했고, 인간은 건물과 간판, 소음, 경쟁이 만들어낸 과도한 자극 속에서 살아간다.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은 이러한 대도시의 끊임없는 자극이 인간의 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인이 주변의 자극에 무감각해지는 태도를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도시를 떠날 수 없다. 일자리와 교육, 교통과 문화 등 현대 사회의 기반은 여전히 도시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도시를 벗어나는 탈출이 아니라, 도시 안에서 감각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이다.
강남은 이러한 도시적 조건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소이다. 거대한 메가블록과 끊임없는 유동인구, 차량, 광고와 고층 빌딩은 도시의 압박과 감각적 과부하를 만들어낸다. 그 중심에 자리한 국기원은 강남의 개발 이전부터 태권도의 수련과 정신 수양을 담아온 장소이지만, 높은 경사지와 특수한 프로그램으로 인해 오늘날 도시인의 일상과는 다소 거리를 둔 공간이 되었다.
본 프로젝트는 이러한 국기원의 장소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태권도의 본질을 단순한 무술이 아닌 반복적인 수련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으로 바라보고, 이를 현대 도시인의 감각을 회복하는 새로운 수련으로 확장한다. 주변의 어린이도서관과 대지를 연결하여 도시와 단절되어 있던 국기원을 일상 속으로 다시 열고, 도시의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진입하여 점차 감각의 긴장을 낮출 수 있는 공간을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팔라스마(Juhani Pallasmaa)가 말하는 시각 중심의 건축을 넘어 몸 전체로 경험하는 다감각적 건축을 공간의 주요한 태도로 삼는다. 빛과 그림자, 소리와 침묵, 온도와 바람, 물과 재료의 질감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사용자가 공간을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몸으로 체화하도록 한다.
도시의 과부하로 닫혀버린 감각을 다시 열고,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 본 프로젝트는 국기원의 ‘수련’이라는 장소적 가치를 현대 도시의 삶으로 확장하여, 도시를 떠나지 않고도 스스로를 회복할 수 있는 감각적 해방의 공간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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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설명 |
도시 안에서의 해방을 구체적 건축 공간으로 구현하기 위해, 본 프로젝트는 도시와 해방을 연결하는 산책로를 구축하고, 일상적 해방에서 비일상적 해방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공간 시퀀스를 계획하였다. 해방을 하나의 목적지가 아닌, 도시의 자극으로부터 점진적으로 벗어나는 과정 자체로 바라본 것이다.
[산책로: 언제든 일상에서 해방으로]
먼저 국기원을 도시와 분리된 목적지가 아닌,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통과하고 머무를 수 있는 장소로 전환한다. 주변 도시 조직에서 발견되는 여러 축을 연결하여 누구나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걷는 행위 자체가 도시의 빠른 흐름을 늦추는 첫 번째 해방의 경험이 되도록 한다. 산책로는 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한 단순한 동선이 아니라, 도시의 흐름을 해방의 흐름으로 전환하는 공공적 장치이다.
또한 산책로는 외부에 머무르지 않고 건축의 내·외부를 연속적으로 관통하며, 도시와 건축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사용자는 산책하듯 자연스럽게 건물 내부로 진입할 수 있고, 별도의 목적이나 프로그램의 이용 없이도 자유롭게 머물 수 있다. 그리고 언제든 다시 산책로를 따라 도시로 돌아갈 수 있도록 계획하여, 진입과 이탈이 자유로운 열린 해방의 구조를 만든다.
결국 이 산책로는 도시를 떠나야만 경험할 수 있었던 해방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고, 도시에서 해방으로, 그리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순환적인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첫 번째 공간적 장치가 된다.
[단계적 해방: 일상적 해방에서 비일상적 해방까지]
해방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상태가 아니라, 도시의 자극으로부터 점진적으로 거리를 두며 변화하는 과정이다. 이에 따라 도시와 가까운 열린 공간에서 시작하여 깊은 공간으로 이동할수록 감각적 자극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공간의 시퀀스를 계획하였다. 대지의 경사가 낮고 도시와의 연결성이 높은 지점에는 산책로, 공원, 도서관과 같이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일상적 해방의 공간을 배치하고, 대지의 깊이가 깊어지고 높이가 높아질수록 명상, 요가, 스파, 스테이와 같은 보다 개인적이고 느린 경험을 담는 비일상적 해방의 공간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하였다. 이를 통해 수평적 이동과 수직적 상승 자체가 도시의 자극을 점차 감압하는 하나의 해방의 시퀀스가 되도록 하였다.
특히 기존 국기원이 위치했던 가장 높은 대지는 이러한 감각적 해방이 수직적으로 집약되는 장소로 설정하였다. 도시와 가장 높은 지점의 높이 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동선을 수직화하고, 사용자는 상승하는 과정에서 구형의 매스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며 사색과 감각의 전이를 경험한다. 상승의 동선은 단순한 이동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시로부터 자신을 점차 분리하고 내면으로 향하는 건축적 장치가 된다.
그리고 그 시퀀스의 정점에서 사용자는 마침내 구의 내부로 진입한다. 외부 도시와 완전히 차단된 구 내부는 시각적 정보와 도시의 소음을 최소화하고, 오직 상부에서 떨어지는 하나의 빛만을 공간의 중심으로 받아들인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넘쳐나는 도시의 자극과 달리, 이곳에서는 빛과 어둠, 공간과 신체만이 남는다. 도시에서 가장 멀어진 지점에서 가장 단순한 감각과 마주하는 것. 이것이 본 프로젝트가 설정한 해방의 정점이며, 과도한 도시적 자극으로 무뎌진 감각을 다시 가장 본질적인 상태로 되돌리는 공간이다.
[본연의 건축적 재료를 통한 감각의 회복]
현대 도시의 건축은 효율과 미관, 관리와 이미지의 요구에 따라 재료의 본래 물성보다 표면의 이미지가 먼저 인식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콘크리트는 도장과 마감재로 덮이고, 건축의 외피는 재료의 본질보다 하나의 이미지로 소비된다. 우리는 재료를 만지고, 무게를 느끼고, 온도와 질감을 경험하기보다 그것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표면을 바라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
본 프로젝트는 이러한 표면 중심의 도시적 재료 경험에서 벗어나, 재료 자체의 물성을 드러내는 건축을 지향한다. 재료를 다른 것으로 꾸미거나 감추는 것이 아니라, 재료가 가진 질감과 무게, 온도, 거칠기와 같은 본연의 특성을 공간의 경험으로 직접 전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현무암 골재 콘크리트와 천연석 등의 재료를 사용하여 건축의 표면을 하나의 이미지가 아닌 몸으로 체화되는 감각의 매개체로 계획하였다.
거칠게 드러난 골재의 촉감, 돌의 무게감과 온도, 빛에 따라 달라지는 표면의 깊이는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과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인식된다. 도시가 잃어버린 재료의 본질을 다시 드러내고, 그것을 온몸으로 경험하게 함으로써 무뎌진 감각을 깨우는 것. 이것은 본 프로젝트가 공간적 해방과 함께 추구하는 또 하나의 감각적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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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교수 작품평 |
본 작품은 고밀도 도시에서 발생하는 감각적 과부하와 현대인의 심리적 피로에 주목하여, 도시를 떠나는 것이 아닌 도시 안에서의 해방이라는 새로운 건축적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강남의 중심에 위치한 국기원의 장소성과 태권도의 수련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도시인의 감각 회복과 자기 성찰을 위한 공간으로 확장한 점이 인상적이다.
주변 도시 조직의 축을 연결한 산책로를 통해 국기원을 일상 속으로 다시 열고, 일상적 해방에서 비일상적 해방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공간 시퀀스를 구축하였다. 또한 대지의 고저차를 활용하여 수평적·수직적 동선을 구성하고, 상승할수록 도시의 자극으로부터 점차 멀어지는 감각적 경험을 구현하였다. 특히 기존 국기원 부지의 가장 높은 지점에 구형 공간을 배치하고, 외부의 자극을 차단한 채 하나의 빛으로 경험을 수렴시킨 것은 작품의 개념을 건축적으로 극대화한 장치이다. 더불어 현무암 골재 콘크리트와 천연석 등 재료 본연의 물성을 드러내어 시각을 넘어 촉각과 신체로 경험하는 건축을 구현하였다. 도시와 단절되었던 국기원을 새로운 공공적·감각적 인프라로 재해석하고, 도시 속 해방의 경험을 건축적 시퀀스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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