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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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자 |
김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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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대학 |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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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개요 |
경계의 섬, 격리와 해부 그리고 찾아온 죽음.
하늘의 재가 되어 사라지는 순간마저 끝까지 살고자 했던, 가장 강인한 그들의 삶이 담긴 섬.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눈을 감는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5시간이 지나서야 전남 고흥군에 있는 작은 섬에 도착한다.
작은 사슴을 닮아 붙여진 이름, 소록. 그 이면에 고통의 역사 속 희망과 함께한 삶이 남아있다.
1916년 자혜의원으로부터 시작된 소록도 수난의 삶은, 당시 나병 또는 문둥병이라 불리던 피부가 썩는 저주의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일제 강점하 조선 총독부는 전국 각지의 한센병 환자들을 여의도 면적 1.5배 규모의 소록도에 가두었고, 해방과 전쟁, 경제 성장과 사회변화를 거치는 100년의 세월 동안 소록도는 갖은 인권유린과 싸우며 살아왔다.
그러나 현재 소록도 한센인의 평균 나이 77세, 20년 뒤 그들의 삶의 기억은 사라질 것이다.
더불어 고흥군은 138만 평에 이르는 국유지 일대에 호텔과 수영장, 콘도 등 해양 관광 단지를 조성함에 따른 소록도의 기억을 지워내려 하고있다.
또다시 그들은 하늘의 재가 되어 사라지는 것일까.
이제 눈을 뜬다.
공간은 소록도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을 기억한다. 우리는 비어있는 집을 보며 과거 사람들의 삶을 엿보곤 한다.
세상의 외면과 온갖 핍박의 시선 속에도 살고자 했던 사람들의 삶. 격리만이 유일했던 시대 속, 우리는 그들을 섬으로 내몰았던 시간을 외면치 말고 남은 흔적을 간직해야 한다.
기억의 섬, 소록도는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감염병의 아픔과 한센인들의 삶의 트라우마는 기억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치유가 필요하다.
소록도는 그렇게 기억되어야만 한다.
상처는 드러냄으로 치유된다.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말했다. “표현하지 않은 감정은 절대로 죽지 않는다. 이것들은 생생하게 살아서 묻혀 있고, 매우 추악한 방식으로 드러날 것이다.”
100년의 시간 사이, 대한민국은 감염병 치료를 위한 연구를 계속하여 진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치료법을 개발해 내었다.
이제, 소록도는 우리의 지난 상처를 다시금 드러낼 기회의 땅이 된다.
다시금 그들은 외면받지 않아야 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뿐 아닌 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를 살아갈 사람들의 마음에 아로새겨질 기억과 기록, 치유를 소록도에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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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
프로젝트 아로새기는 앞으로 20년 뒤 소록도를 계획하는 것을 제안한다. 전남 고흥군에 위치한 이 섬은 지난 100년의 시간 동안 한센병 환자들이 격리되어 세상의 차가운 시선들을 받은 시간이 기록되어있는 공간이다. 현재 소록도 한센인 평균 나이 77세로 이후 20년이 지나면 삶의 기억은 사라질 것이다.
아로새기 프로젝트의 3가지 목표
아로새기 프로젝트는 현재, 과거, 미래로 소록도를 기억한다.
첫 번째로 모든 건물의 완전한 보존을 통해 소록도의 현재를 보여준다. 한 인간이 사라지게 되면, 살았던 공간이 그 삶의 기억을 담는다. 우리는 그 공간을 통해 한 인간의 삶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소록도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기존 소록도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건물을 보존해야 한다.
두 번째로, 소록도 한센인 기념관을 통해 소록도의 과거를 보여준다. 기존 건축물의 보존만으로는 소록도를 쉽게 이해할 수 없다. 1916년부터 시작된 소록도의 역사와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고난의 순간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 감염병 연구 및 치료시설을 통해 소록도의 미래, 앞으로의 소록도를 보여준다. 소록도는 지금까지 격리의 섬, 아픔의 섬으로 기억되어왔다. 앞으로의 소록도는 새로운 방향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새로운 방향성이 지금까지의 소록도를 잊도록 해서는 안 된다. 다시는 감염병으로 인해, 소외되고, 잊혀지는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깊은 상처가 새겨진 이 땅의 기억을 치유로 승화시킬,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에 과거, 감염병으로 인해 격리의 섬이 되었던 소록도에 감염병을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는 연구 및 치료시설을 제안한다. 앞으로의 소록도는 격리의 섬이 아닌 희망의 섬이 된다.
아로새기 프로젝트는 소록도의 마스터플랜부터 시작한다.
1. 현재 건축물의 현황 및 건축물을 파악한다.
2. 소록도가 가지고 있는 주요 장소를 기준으로 거점을 형성한다.
3. 거점을 연결 지어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4. 소록도의 시작점인 소록해안길에 기념관과 감염병 연구치료시설을 건설한다.
한센인 구역과 관리인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 네트워크를 연결 짓고, 동시에 소록도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기념관과 연구치료시설을 지나도록 해 소록도의 과거와 현재의 소록도, 그리고 연구 및 치료시설을 통해 앞으로의 소록도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Massing
거대한 건물이 아닌, 기존의 소록도의 경관을 해치지 않는 건축을 설계하고자 했다. 이에 건축물을 지상이 아닌 최대한 지하로 숨기되, 소록도를 바라볼 수 있는 뷰는 유지하고자 했다. 기존 소록도의 지형을 필요한 부분만 들어, 소록도의 낮고, 수평적인 능선을 건축물에 적용했다.
기념관의 시퀀스
기념관의 시퀀스는 “한센인은 3번 죽는다”라는 말에서 구성되었다. 한센인은 사회로부터 격리되며 한 번의 사회적 죽음을 받아들이고, 죽어서도 해부가 되는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하고, 해부된 뒤 화장되며 세 번의 죽음을 맞이한다. 이 시퀀스를 공간에 적용하고자 했다. 전시관을 들어오며 나타나는 보이드속에서 격리를 경험한다. 두 번째 전시관으로 들어서며 빛이 건물을 찢어 들어오며 해부의 공간을 경험한다. 마지막, 소록 카페로 들어가며 하늘이 뚫린 계단을 걸어가며 하늘로 올라가는 해부의 공간을 경험한다.
감염병 연구 및 치료시설의 프로세스
연구 및 치료시설은 연구 – 치료 – 적응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감염병을 연구하며, 그 연구의 결과를 통해 사람들을 치유한다. 치료된 사람들은 사회로 나가기 전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완치된 사람들을 위한 적응 공간을 설계했다.
한센인 기념관과 감염병 연구 및 치료시설의 연계
방문자와 연구원, 의료진은 Auditorium, Library, Café 이 세가지 공용 프로그램에서 동선과 시선이 교차된다. 또한, 이 세가지 공용 프로그램은 각각의 설정된 뷰를 공유한다. Auditorium은 과거 소록도로 한센인이 배를 타고 들어왔던 제비선창, 그들의 길을 향해 있다. Library는 전시관과 더불어 육지로 향하는 바다를 바라본다. 일반인들에게는 휴식의 공간이자 개방감을 느끼는 바다라는 존재는 한센인에게 육지로부터 단절시키는 경계가 되었다. 일반인으로서 바라보는 바다가 아닌, 경계로서의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을 형성했다. 마지막으로 Cafe공간은 현재의 소록도 건물들을 바라보는 뷰를 설정했다. 항상 현재의 소록도를 바라보며, 그저 휴식의 공간만이 아닌, 소록도민에 대한 기억과 추모를 심어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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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 |
맹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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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 작품평 |
이 프로젝트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소록도와 한센인 집단이주지가 위치한 사회적인 의미에서 시작하여 근대 건축물 및 마을의 보존과 재생, 섬 전체 스케일에서의 프로젝트의 위상 및 역할에 대해 섬세하게 해석하였습니다. 또한, 과거 전염병에 대한 격리, 고립의 틀을 벗어나 전염병에 대한 열린 연구와 치료라는 섬의 미래를 위한 제안을 하였으며, 이를 창의적이고 과감하면서도 실현 가능한 도시와 건축 스케일의 디자인으로 완성한 수준 높은 작업입니다.
건축물은 집단이주지에서 떨어진 초입 해변 도로의 지형과 진입 풍경을 섬세하게 고려하여 배치되며, 기존 마을의 풍경을 그대로 지키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합니다.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두 개의 프로그램인 소록도 메모리얼 시설과 감염병 연구 및 치료를 위한 시설은 각각의 기능이 독립되면서도 내외부의 공공공간과 이를 연결하는 동선을 통해 입체적,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상호보완적으로 섬의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시설로 역할 합니다.
본 작품은 현재의 공간에 부끄러운 과거의 기억을 정직하게 담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한 적극적인 제안으로 이끄는 학생 프로젝트 특유의 접근이 두드러지는 훌륭한 작품이라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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