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개요 |
풍납토성은 현재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정주 주민과의 갈등을 겪고 있는 공간입니다. 복원 구역과 발굴 구역을 나누어 개발 구역을 지정하고, 권역을 나누어 점진적인 발굴과 개발을 진행하는 등 정주 주민과의 공존을 위한 방안들이 제시되었으나, 결국 토성은 높아지고 주민들은 고립될 뿐입니다.
풍납토성의 문제는 단지 주민의 고립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토성이 존재하게 되고, 시간의 흐름과 함께 토성을 중심으로 한 영역의 점유 관계에 대한 문제점도 발견됩니다. 이는 삶의 터전으로써의 영역인가, 방어의 영역 또는 유산으로써의 영역인가에 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가게 될 뿐입니다.
따라서 본 프로젝트는 유실된 토성 영역을 설계함으로써 삶의 터전과 토성 사이의 지배의 전위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향성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이 지역이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는 갈등에 대한 환기성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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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
[1] 풍납토성의 현황
풍납토성은 백제 시기에 지어져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유실되고, 일제강점기에 다시 발견된 이래로 다시 복원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공간입니다. 풍납토성은 같은 시기에 지어진 몽촌토성과 다르게, 발견 당시부터 내부의 개발을 허용함으로써 토성의 가치와 주민의 삶 사이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2] 공간 지배의 전위와 공존 가능성
풍납토성의 컨디션을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간에 따라 분석해봤을 때 나타나는 특징은 토성과 삶의 터전이라는 두 개의 상반된 요소가 공간을 점유하게 되는, 지배의 전위가 반복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양상은 앞서 말한 토성의 가치와 삶의 터전으로써의 가치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단기적인 관점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 현재의 컨디션을 지속하는 이상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어나게 될 일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과거의 가치인 토성의 가치를 존중하되, 현재의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풍납토성은 주거지역들로 둘러싸여 있는 공간으로써, 이 공간의 현재의 가치는 삶의 터전입니다. 따라서 저는 이러한 하나의 요소로 점유되는 갈등이 지속되는 공간이 아닌, 성벽과 주거가 공존하여 과거와 현재의 가치가 함께하는, ‘취락에 녹아든 성벽으로써 있을 수 없는 것인가’라는 의문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3] 대지
대지는 약 10000㎡의 가로로 긴 형상으로, 이곳은 풍납동을 둘러싸고 길게 이어지는 토성에서 유일하게 끊겨있는 부분입니다. 현재 이 공간은 토성의 복원을 목표로 대지가 매입되고 있으며, 매입된 구역들이 비어지거나 주차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토성은 유실되어 지상 2~4m 높이를 가지고 있으며, 저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지하 4m, 지상 11m의 복원된 상태를 가정하여 설계를 진행하였습니다.
[4] 설계
전체적인 매스 개념은 토성을 찢고 주거가 박히는 형상이며, 토성과의 연결성을 위해 하나의 곡선적인 흐름을 중심으로 두고 에스컬레이터를 토성에 박히는 형상을 구성하고, 기존의 길을 살리는 광장을 조성하였습니다. 또한 하나의 흐름으로 인해 구획된 구역들을 바탕으로 아래쪽에 주민시설을, 위쪽에 주거를 배치하였습니다. 1층은 주거와 주민시설이 혼합된 공간으로, 주거와 함께 도서관, 카페, 커뮤니티 시설, 돌봄교실을 만들고, 기존의 길을 흐름을 유지한 채 광장을 조성하였습니다. 2층부터는 주거가 주가 되도록 구성하여 토성 박물관, 토성 안내소을 조성하였고, 유닛들 간의 틈을 통해 트임과 채광적인 부분을 보완시키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11m라는 제한된 높이로 인해 한 층의 높이가 3600밖에 되지 않아서, 주민시설의 경우 수직으로 트임을 주어 좀 더 개방적인 공간을 구획하고자 하였습니다.
주거유닛의 경우 토성의 직선적인 부분을 따르는 것이 아닌 독립적으로 입체적인 형상을 띄면서도 입면적으로 연결되는 형태를 구성하고자 하였고, 이를 위해 침실 공간을 돌출시키는 형태를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사선으로 올라가는 샤프트를 입면부에 배치시켜 벽의 역할과 함께 입면적으로 토성의 사선과 이어지는 느낌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입면은 주거의 형상을 바탕으로 하여 주민시설과 이어지게끔 하는 것을 목적으로 구성하되, 좌측부와 우측부의 형상을 다르게 하여 긴 매스가 주는 단조로움을 피하고자 하였습니다. 재료는 테라코타와 목재를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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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 작품평 |
현은빈 학생은 본 대학에서 현재 5학년 2학기에 재학 중으로, 지난 겨울방학과 1학기 동안 졸업설계를 본 추천인의 지도 하에 진행하였습니다.
졸업설계 주제 및 대상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주도적으로 부지와 설계 주제를 결정하여, 리서치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학생이 과거에 진행하였던 설계 방향 및 형태적 어휘와는 다르게, 자신에게 도전적으로 새로운 접근과 개념을 도출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건축적 도전과 과제의 발굴과 도출에 집중하였습니다. 기존의 문화재에 대한 접근 방식과 복원 방향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자 대담한 선택을 하였고, 토성에 대한 일반적인 해법과 프로그램을 선정하지 않고,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를 학생의 졸업작품에서 제고하는 노력을 감행하였습니다. 이러한 설계의 방향과 발전은 성실한 조사와 분석, 진정성 있는 통찰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기에, 본 학생의 졸업작품의 우수성과 성취도는 충분히 학생작품전의 출품작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학부장으로서, 또한 현은빈 학생의 지도교수로서, 대한건축학회 2023 학생작품전 출품자로서 적극 추천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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