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
우리나라의 재해 대부분은 호우와 태풍에 집중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집중호우의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집중호우는 도시홍수라는 문제를 야기한다. 도시 홍수란 도시화에 따른 불투수 지역의 증가로 인한 것으로, 첨두 홍수의 증가 및 도달시간 단축으로 도시 지역에서 많은 침수 피해를 발생시키는 자연재해이다.
이 프로젝트는 바로 이 도시홍수라는 문제에 천착하여, 그것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삶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서초의 진흥아파트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다. 해당 대지의 선정은 과거 침수피해 구간, 누적 피해액, 평균 강수량, 건물 노후도 등 다양한 스케일의 데이터를 중첩하여 결정되었다. 결과적으로 선정된 이 대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습침수구역으로 잘알려져있는 강남역 일대 구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 재건축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노후 주거 단지이다.
대지면적 3만 8천제곱미터 이상의 거대한 스케일의 공간을 다루게 된 중요한 이유는, 이 프로젝트에서 단일 부지의 규모를 넘어 범도시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인프라시설을 통합디자인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해당 부지에 대형저류조를 설치하여 인근 우수처리 부하를 경감하고, 저류 이후에는 서울시에서 계획중인 대심도 배수터널과 연계하여 한강으로 방류한다는 것이 기본 계획이다. 해당부지는 실제로 지구단위계획에서 저류조 설치를 통한 종상향을 검토중인 대지이기 때문에, 이는 단순히 민간개발에 부과하는 이상적 제안이 아니라 이를 통한 용적률 확보와 개발이익 증가 측면에서 실현가능성을 고려한 제안이라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이 프로젝트에서는 건물 전체에 걸쳐 다양한 빗물 관리 시스템을 구성하고자 하였다. 먼저 주거타워에서는 크게 세가지 요소를 통해 빗물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여 부지표면에 떨어지는 우수처리 부하를 경감하였다. 첫째, 각 타워의 최상층에는 대형 빗물받이 구조물이 설치되어 옥상으로 떨어지는 빗물을 코어로 모아 아래로 흘려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둘째, 타워 상층부에서는 각층의 외주부를 모두 다른 형태로 디자인하면서 그것들의 엇갈림이 만들어내는 면적에 rain pocket 발코니를 설치하여, 디자인적 다양성과 시스템적 기능성을 동시에 충족하였다. 셋째, 타워의 저층부에는 원형 발코니가 형성되어 보다 많은 양의 빗물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일 수 있게 하였으며, 동시에 이용자들에게 사적 외부공간을 제공해준다.
타워 매스와는 달리 포디움에서는 넓은면적의 매스를 펼친 이후 중간중간 보이드를 형성하여, 지붕 및 그라운드 레벨로부터 흘러드는 빗물을 지하로 끌어들이도록 하였다. 모든 빗물은 결국 지하 저류조로 향하게 되는데, 저류조의 경우 대형 기둥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하고 신비한 공간감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요소를 평상시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시각적 장치로 활용하고자 하였으며, 레벨 차를 통해 선큰광장과 주차장에서 이러한 기둥열을 시각적으로 노출시켜 새로운 공간적 장치가 되도록 하였다.
빗물 관리 시스템은 그것의 확보와 저장을 넘어서 새로운 방식의 활용까지 포함하고자 하였다. 우수활용을 위한 다양한 수공간 및 녹지조성이 단지 내에 통합적으로 디자인되었으며, 특히나 강남역 방향으로 형성된 거대한 선큰 공간은 이러한 인프라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계획되었다. 이러한 시도는 그간 대한민국 아파트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온 자폐적단지의 틀을 깨고 공공과의 새로운 융합방식을 제안하고자 한 것이다.
최종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빗물관리라는 큰 주제를 통해 재해방지, 지속가능한 자원 관리, 그리고 커뮤니티 활성화라는 세가지 구체적 목표를 이루고자 하였다. 다가오는 기후변화 속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우리 도시의 새로운 재편이 하루 빨리 실천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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