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품

주요일정

  • 신청접수 2024. 09. 02(월) ~ 09. 11(수)
  • 작품접수 2024. 09. 19(목) ~ 09. 23(월)
  • 작품출력물 제출 2024. 09. 19(목) ~ 09. 23(월)

수상작품

Flat Ontology

수상 최우수상
출품자 박세진
소속대학 한양대학교 ERICA 건축학과 5년
설계개요 데이터 센터, 반도체 공장, 물류센터와 같은 '현대적 창고'가 건축적으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 중심에 이제는 인간이 있지 않은, 탈인간적(non-anthropocentric) 공간이라는 점이다. 인간이 없어진 그 자리는 기계와 알고리즘, 상품과 데이터가 가득 채우고 있다. 탈인간중심주의는 건축 분야에서 주로 생태학적 관점에서 논의되어 인간과 자연을 융합하려는 시도로 나타났지만,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기계, 알고리즘, 데이터와의 융합이다. 그렇다면 현대 건축에서 형태란 인간의 관점에서, 인간의 쓸모와 인간의 감각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에 의해 결정되지 않은 건축물을 이미 목격해왔다. 시멘트 공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파이프(pipe)’라는 지배적인 형태 논리는 분명 인간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그것은 시멘트의 공간으로, 시멘트에 의해 결정된 형태이다. 물류센터에서 볼 수 있는 자동차 램프들과 연장된 슬라브는 역시 인간에 의해 결정된 형태가 아닌, 물류를 위해 이동해야 하는 차량들로 인해 결정된 형태이다. 본 프로젝트는 이와 같은 현대적 창고에서 이전의 건축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건축적 미감은 물론, 향후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으려는 건축적 실험이다.
작품설명 본 프로젝트는 네 명의 건축가의 글과 건축이론을 인용/편집하며 시작한다. 다음은 그중 일부이다. 1. Complexity and Contradiction in Architecture, 1966 - Robert Venturi "나는 건축의 요소 중 "순수함"보다는 혼성을, "깔끔함"보다는 타협을, "솔직함"보다는 뒤틀림을, "뚜렷함"보다는 애매함을... 직접적이고 명확한 것보다는 모순되고 불분명한 것을 선호한다." 2. Deep Aesthetics, 2021 - Ali Rahim "(건축에서) 다양한 영역이 포용되어야 할 때, 심미적 접근법은 이 이산적인 시스템들을 기술을 포함하는 시각적 언어로서의 형태로 통합할 수 있다... 다양한 요소와 시스템의 관계가 건축에서 조화를 이룰 때, 그 병치에서 해결되지 않거나 혼란(chaotic)한 감각이 아닌 우아한(elegant) 감각이 획득될 것이다." 3. Towards a Flat Ontology of Architecture, 2020 - Tom Wiscombe "우리 프로젝트는 생기 있고 이산적인 객체들의 위계 없고 민주적인 관계 맺음에 대한 생태학으로 인식된다... 우리의 프로젝트에서 객체는 이동되거나, 회전되거나, 규모가 변경되거나, 복제될 수는 있지만 절대로 변형되거나, 융합되어 그들의 정체성을 잃지는 않는다." 4. Killing Simplicity: Object-Oriented Philosophy in Architecture, 2015 - Mark Foster Gage "객체 지향 존재론은, 그들이 말하는 객체와 같이, 건축도 수많은 특성과 속성 그리고 관계들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그러면서도 건축의 실존은 단일하거나 단순한 관찰에 의해 축소되어 이해돼서는 안 될 것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객체란 자기 자신의 조각들로도 환원될 수 없고, 그것의 외부적 관계로도 환원될 수 없는 진공으로 봉인된 크리스탈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본 프로젝트가 진행하고자 하는 ‘건축 실험’은 다음의 세 단계를 거친다. 1. Tom Wiscombe와 Mark Foster Gage의 이론으로 바탕으로, 내가 건축에서 고려할 수 있는 "객체"란 무엇일까? (무엇을 실험해야 하는가? 실험의 Setting) 2. 그 객체들을 고려하면서 어떻게 Ali Rahim이 말한 통합적 디자인 언어를 바탕으로 한 Elegance한 아름다움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 (어떻게 실험해야 하는가? 실험의 Method) 3. 이와 같은 프로젝트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Representation 될 수 있는가? (실험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가? 실험의 Modeling)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면, 위의 건축가들이 언급한 Flat Ontology, 즉 인간 이외의 모든 객체, 동물은 물론 심지어는 알고리즘, 이데올로기와 같은 사변적인 존재들도 인간과 동등한 위치에서 고려되어야 한다는 이 급진적인 존재론을 건축적으로 실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Setting 본 프로젝트에서는 이론적 배경에 대한 강조점이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하여,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설득하는 단계까지는 접근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미 존재하는 프로그램 중 적절한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발견하려 했는데, 정부에서 추진 중인 "Y-Valley 프로젝트"는 이러한 의도에 적합했다. Y-Valley 프로젝트는 쇠퇴한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1) 기존 용산전자상가의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디지털 콘텐츠와 연계하여 재개발의 당위성을 강화하고, (2) 용산역과 연계한 화물 기차 시스템, 드론을 이용한 배송 시스템을 포함한 스마트 통합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며, (3)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세부적 내용을 추진하는 것이 골자이다. 스마트 통합물류 시스템은 배송의 루트를 다각화하는 것에 성패가 달렸고, 정부의 지역사회와 상생 의지가 강력하여 주변 맥락에 맞는 다양한 건축적 요구들을 수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험의 장'으로 채택하기에 적합하였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에서 고려하고자 하는 객체를 물류 / 드론 / 인간 / 승용차 / 탑차 / 대형 로리 / 화물 열차로 선정하였고, 이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존재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적 관점에서 이들을 Agent로 명명하여 이들의 물리적 다양성과 한계에 대해 분석하였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반드시 이동해야 하는데, 그때 만드는 궤적이 있다는 것에서 디자인 언어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 Method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얻어진 ‘통합적 디자인 언어’는 ‘Line’과 ‘Fillet’이다. 이 언어에 따라 선들이 가질 수 있는 기하적 관계(Align, Tangent 등)에 대해 탐구하고, 그 분류를 세분화하였다. 또한 그들이 건축 공간화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탐구하였다. 이들은 단순히 거대하고 순수한 기하적 형태에 뭉뚱그려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요소들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설령 없어지더라도 흔적을 남기는 방식으로 존재해야 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공간의 단위가 도출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이것들을 조합하여 최종적 형태를 만들어내었다. 북측이 주택단지에 위치하고, 남측은 용산국제업무 단지에 위치함에 따라 북측은 레스토랑, 식료품점/창고형 마트와 같이 물류센터의 장점을 활용하면서도 주변 환경과 협응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배치하였고, 남측은 오피스, 물류센터, 아파트형 공장과 같이 물류가 집약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배송이 가능하면서도 용산국제업무 단지와 어울리는 프로그램으로 배치하였다. - Modeling 전체적인 프로젝트에서 Perspective View로서의 평가는 제외하였는데, 이는 Perspective View는 원래 세상이 존재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간의 안구의 한계로 인해 인간의 관점에서 해석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을 위한 공간감의 판단 기준이 되고, 오직 인간만을 위한 표현 방식이다. 이에 따라 본 프로젝트에서 모든 표현 방법을 등각투상도(axonometric)로 제한하였다. 건축이 다양한 선과, 그들의 병치와, 교점에서의 Fillet 등으로 인해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 Agent들의 움직임을 모두 선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Perspective View는 제외하였지만 복잡한 내부를 이해할 수 있도록 Choisy Style의 Axonometric을 표현하였다.
지도교수 이강준
지도교수 작품평 <Flat Ontology>는 철학적 담론을 건축화하는 실험적 작품이다. 네 명의 건축가들의 이론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프로젝트는 Agenda-Setting-Method-Modeling이라는 논리의 형식적 엄격함을 통해 새로운 건축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거대한 담론으로부터 스스로 Agenda를 설정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풀어가며 독자적 디자인을 완성했다는 측면에서 학생 자신에게도 의미있는 프로젝트임과 동시에 건축 내외적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탈인간’이라는 주제를 독특한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보편성, 시의성 및 독창성을 획득하고 있다. 그 결과 물류창고라는 ‘현대적 창고’에서 새로운 건축적 미학과 경험을 제시한다는 측면은 산업혁명 시기 피터 베렌스나 발터 그로피우스가 모더니즘의 미학을 공장에 적용한 사례를 연상케 한다. 프로젝트에서 논리 전개의 과정에서 강약 조절, 그리고 그 논리에 따른 디자인의 표현 방식에 대한 고민과 엄격한 제어가 돋보인다. 정제된 하나의 실험과 같은 본 작품은, 현재 제시된 방식으로 완결된 '닫힌 프로젝트'가 아니라, 또 다른 프로젝트에 토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풍부한 '열린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