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
프로젝트 진행 중에 가장 중점적으로 고민한 부분은 한국건축의 다양한 특징 중에서 어떤 부분을 재해석해야 할지였다. 관습적으로 사용되었던 전통 건축의 묘사나 변용에 그치지 않고, 더 근원적인 관점에서 원형을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그 결과, 전통 건축의 보편적 가치를 탐색하였고 요소가 아닌 전체를 이루는 큰 틀에 집중하며 한국건축의 핵심 요소를 기둥, 담, 지붕으로 정립하였다. 이 원형을 기반으로 한 공간적 요소를 통해 대사관이 외교의 무대로써 기능하도록 설계안을 정리했다.
전 세계 많은 나라 중 동양의 건축적 요소와 대조적이며 한국건축의 프로토타입을 제시했을 때 높은 파급력이 나타날 수 있는 나라의 대사관을 선택하려고 하였다. 그 결과 서양 국가의 대명사 라고 불리는 미국을 선택하였고, 이 선택은 주미 한국 대사관이 한국의 재외공관으로서 정식으로 설립된 최초의 대사관임을 감안할 때 더욱 의미 있다고 보았다.
주미 한국 대사관은 현재 미국 워싱턴 D.C의 외교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 거리에는 한국대사관, 문화원, 영사관 등이 여러 개의 건물을 사이에 두고 분리된 건물에 있어 물리적 거리로 인한 제약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사관의 '외교의 기능'을 활발히 증진하기 위해, 물리적 거리를 해소하고 대사관, 문화원, 유학원 기능이 하나의 대지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건물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결국, 대사관 양옆에 있는 부지를 통합하여 대사관, 문화원, 유학원의 기능을 가진 건물을 위치시켰다.
재외공관은 보완성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기존의 대사관은 보안 위계별로 3단계로 구성해 공간구성에 적용하였다. 하지만 세계화는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진화할 것이기 때문에 대사관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용도의 확장도 요구될 것이다. 따라서 폐쇄적인 외교가 필요한 공간과 개방적인 외교 공간을 설정하고 이 두 가지 공간 사이에 대규모 아트리움과 같은 완충 공간을 배치하여 제한적으로 시각적 및 물리적 연결성을 유도하였다.
- 기둥
한국 목구조 건축은 지붕, 외장 등의 요소를 제거하면 기둥의 배열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통 건축을 모티브 해 계승한 사례는 많지만 기본 뼈대를 중심으로 유형화하여 건축을 계획한 사례는 드물다. 그렇다면 기둥사이로 인해 변화하는 공간감을 토대로 한국건축의 원형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기둥이 없는 대청 공간, 기둥의 배열에 따라 동선이 생성되는 회랑, 기둥의 배치에 따른 툇마루의 생성. 이렇듯 기둥의 크기, 위치에 따라 다양한 공간과 분위기가 생겨난다. 이러한 요소들은 사용자의 행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기둥의 배열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대스판이 사용되는 철골구조와 스판의 길이가 비교적 짧은 목구조의 상반된 특징을 사용하였다. 주요한 공간에 목조기둥을 배열해 기둥을 통한 공간감을 극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서로 다른 재료를 사용해 발생하는 보의 간섭은 각 실 사이에 높이 차이를 두어 해결하였고, 이는 한국건축의 기단 부분을 차용한 것이다.
- 담
담장은 한국건축을 아우르는 틀로써 작용하고 있다. 단순히 한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주택가에서도 다양한 재료로 구성된 담장이 거리를 따라 나타나고 아파트에서도 높은 담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다. 하지만 담장은 단순히 건물을 에워싸는 용도뿐 아니라 집합성과 흐름성 같은 다양한 질서를 부여한다. 따라서 이러한 담의 질서를 한국건축의 원형으로 제시하며, 큰 틀로서 우리 곁에 존재해왔던 담의 존재감을 대사관 건축을 통해 새롭게 표현하고자 한다. 먼저 철골구조와 목구조 경계에 담을 두어 담 너머 나타나는 목기둥의 배열을 더욱 극대화했다. 또한 공간을 이용하면서 담장의 존재를 인식하도록 계속해서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void 공간을 창출하였다. 이러한 공간은 기둥과 담의 상호작용을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또한 외부 공간에 다양한 높이의 담을 배치하여 시각적 차단을 조절하고 다양한 마당을 형성하였다. 이를 통해 현대의 마당 개념을 재해석하고 대사관의 공간과 연결했다.
- 지붕
한옥의 지붕은 재료의 무게, 정교한 기술력, 그에 따른 비용의 증가로 점차 선호되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이에 따라 지붕의 형태를 재해석하여 새로운 프로토타입의 지붕을 제안하고자 한다. 한옥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지붕의 각도, 처마 그리고 풍판을 새롭게 고려하였으며, 박공과 우진각 지붕의 형태를 변형하여 다양한 기울기와 처마의 깊이를 설정하도록 하였다. 또한 용마루의 위치를 조절하여 다양한 지붕 형태가 나타나도록 하였다. 대사관의 지붕이 내려와 대지와 연결되어 하나의 가림막이 되는 디자인은 한국건축의 요소 중 하나인 풍판에서 차용되었다. 이러한 디자인적 요소의 결합은 한국건축에서 볼 수 있는 ‘지붕의 파도’와 같은 흐름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건축의 정체성을 재해석한 하나의 프로토타입이며 대사관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한 설계안이다. 이러한 선례를 시작으로 앞으로 다양한 제안들이 나올 것을 기대하며, 한국건축의 고유한 정체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발전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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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 작품평 |
한국전통건축을 현대 시대에 맞추어 적용하려는 노력은 우리나라 건축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필수 불가결하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건축의 정체성 이슈를 전통 요소의 재해석을 통해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프로젝트는 한국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 적합한 미국 소재 한국대사관을 주제로 삼아, 제한적이었던 기존 대사관의 기능과 기존에 분리되어 있던 문화원 및 영사관을 통합해 한국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조건이 맞는 프로그램을 계획하였다. 기둥, 담, 지붕을 개개의 기능적인 요소로만 적용하지 않고 한국 건축을 표현할 수 있는 요소로 확장하여, 내외부의 공간을 나누거나 연결하고, 각 공간이 가진 위계를 표현하는데 적용하고, 공간을 수직적으로 나누는 데 활용하여 계획하였다. 이를 위해 철골 구조와 목조 구조의 대비, 실내화된 담의 적용, 한국건축의 고유한 요소인 풍판의 활용 등 구체적인 디자인 요소들을 제시하였다.
현대건축과 전통건축의 언어는 그 괘가 달라 결합하기가 쉽지 않지만,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고민을 늘려나간다면 현실의 건축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늘어날 것이라 생각하며, 그런 시도의 출발점으로 큰 의미를 갖는 프로젝트라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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