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품

주요일정

  • 신청접수 2024. 09. 02(월) ~ 09. 11(수)
  • 작품접수 2024. 09. 19(목) ~ 09. 23(월)
  • 작품출력물 제출 2024. 09. 19(목) ~ 09. 23(월)

수상작품

let’s make geometry

수상 우수상
출품자 허해인
소속대학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5학년
설계개요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 주변의 사물, 사람, 공간과의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동시에, 이동은 필연적으로 사람과 사물, 공간과의 변화를 야기합니다. 따라서, 이동하며 일어나는 주변 관계의 변화는 곧 정체성의 변화-정체성의 획득 혹은 탈피-를 의미합니다. 이동에 수반되는 정체성의 변화 중 단연코 가장 먼저 발생하는 것은 이방인, 혹은 원주민이라는 정체성입니다. 도착한 이는 이방인이 될 것이고, 이들로 인해 이미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원주민이 될 것입니다. 원주민은 떠나가며 또 다른 이방인이 될 것이고, 이방인은 시간이 흘러 다시, 원주민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늘 이동하며 사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 관계는 고정되거나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며 동시에 원주민입니다. 이렇게 이동하며 정체성의 변화를 겪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환대의 감각입니다. 우리는 여태 배제, 차별, 동화, 관용, 인정의 단계로 이방인-원주민의 관계를 만들어 왔는데, 인정의 단계는 그저 상대를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는 것이지, 스스로가 바뀌진 않습니다. 서로를 인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기꺼이 상대를 위해 내가 바뀔 때, 진정한 환대는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공간이, 또 건축이 찾아온 이방인, 그리고 그들을 맞이하는 원주민의 필요와 바람에 따라 변용, 적응이 가능하다면, 이방인- 원주민 모두 그 과정에 참여하며, 상호 간의 영향을 주고받는, 기꺼이 서로를 위해 변화하는 환대의 감각을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품설명 이방인-원주민의 관계가 담긴 세가지 에피소드에 대한 건축적 제안. EPISODE 1. 혜화동 필리핀 시장 [BACKGROUND] “19세기 후반부터 서울은 이미 외국인과 섞이어 사는 것이 허용된 ‘잡거지’였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강고한 단일민족의식은 외국인과 함께 살아온 오랜 경험들을 망각시켰고, 그로 인해 서울이 당면한 과제들은 낯선 것이 되어버렸다(서울 내 외국인 집단활동지의 역사, 서울역사편찬원, 2022).” 우리나라의 체류 중인 외국인의 수는 이미 전라남도 전체 인구수를 초과했을 만큼 늘어났으며, 서울에는 나라별로 이들이 모여 살거나 집결하는 지역이 곳곳에 있습니다. 이들은 종교, 문화, 교육, 상업 등 각기의 이유로 해당 지역에 모이게 됐는데, 지역별로 그 규모는 상이하며 어떤 곳은 종교, 문화적 이유로 일시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그곳에 거주하며 장기적인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다른 점유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런 점유 방식에 따라 건축이 변용 가능하다면, 서로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융화 가능한 환대의 감각을 지닐 수 있을 것입니다. [SITE, CLUE] 서울 혜화동은 한국에서 가장 큰 필리핀인 커뮤니티의 중심지입니다. 혜화동 성당을 중심으로 모인 필리핀 천주교 신자들에 의해 형성되었으며, 매주 일요일 성당에서 진행되는 미사를 위해 모이곤 합니다. 이에 맞춰 일요일 성당 앞 약 100m가량 되는 폭 8m의 길에서는 필리핀 시장이 열립니다. 이들은 모여 길을 따라 천막을 펼치고 고국의 음식을 만들어 팔거나 한국에선 구하기 어려운 현지의 물건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일요일 성당 앞길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시장이 되었다가, 월요일이 되면 이 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범한 보행로로 돌아옵니다. 더불어 연극으로 유명한 혜화동 대학로가 위치한 곳인 만큼, 때로는 길에서 지역의 예술가들이 연주를 하거나 공연을 열기도 합니다. [PROPOSAL] 요일별로 다른 길의 점유 방식에 따라 변용할 수 있는 건축적 장치를 제안합니다. 장치는 일종의 ‘벽’으로, 길 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립되어 프로그램의 일시성에 반응할 수 있도록 합니다. 길이 보도로 기능할 때는 길을 따라 벽을 양옆으로 나열하고 잠시 쉴 수 있는 의자가 되도록 펼쳐 가로 경관에 기여합니다. 길에 시장이 열릴 때는 벽을 모아 작은 상점이 될 수 있도록 합니다. 장치로 만들어진 상점들은 다양한 규모로 길의 곳곳을 점유하며 흐름을 잠시 고이게 하기도 합니다. 때때로 벽은 작은 무대의 장막이 되어 한쪽으로는 보행자의 흐름을 보장함과 동시에 예술가가 공연을 펼치고 일부 행인은 관람자가 되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합니다. EPISODE 2. 해남 배추농장 [BACKGROUND] 한국 대다수의 농어촌은 늘 일손이 부족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이 가장 많이 요구되는 기간에 외국인이 일손을 채워줄 수 있도록 한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일시적으로 머물다 어차피 곧 떠날 이들의 삶의 질을 고려하기란 쉬운 일이 아녔습니다. 계절 근로자들이 잠시 머물며 쓸 공간이라는 생각에서 나아가 비워진 시간엔 농어촌 거주민에게도 이로울 방법이 있다면, 근로자들도 그저 주어진 것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에서 나아가 그들의 바람대로, 그들의 손과 발로 공간을 바꿔나갈 수 있다면 이는 환대의 감각을 실천할 수 있는 건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SITE, CLUE] 적용해 볼 사이트는 전라남도 해남에 있는 배추농장입니다. 광활한 노지에는 배추밭이 펼쳐져 있으며, 배추밭을 운영하는 농가는 마을회관과 공용창고를 중심으로 20-30가구씩 모여 작은 마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기존 계절근로자 숙소로 쓰였던 비닐하우스와 그 안의 샌드위치 패널로 제작된 집의 사용 행태를 보면, 근로자들이 사용하는 계절에는 숙소로 사용되었다가, 그들이 떠난 시간에는 이곳을 다시 농기구 혹은 비료 등 각종 농사에 필요한 자재를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찾아오는 근로자들은 개인의 단위로 오기도, 혹은 친구와 가족의 단위로 오기도 합니다. [PROPOSAL] 마을회관과 공용창고 부지에 마을 단위 계절근로자 공용 숙소를 제안합니다. 방-화장실-부엌을 갖춘 원룸의 단위가 반복되는 일반적인 공동숙소의 배치에서 벗어나, 하나의 지붕 아래, ‘방’에 해당하는 캐빈들을 두고, 공용 주방과 공용샤워실/화장실을 가지도록 구성합니다. 이때 캐빈은 회전이 가능한 디자인으로, 필요에 따라 배치를 바꿀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합니다. 농작물의 생장 시기에 따라, 또 계절에 따라 찾아오는 근로자들이 스스로의 단위에 따라 캐빈을 회전시켜 스스로 원하는 배치를 만들고, 그들이 떠난 시간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일부는 창고로 사용하거나, 마을 공동작업장으로 쓰거나, 마을의 잔치 등을 열 수 있도록 캐빈을 회전시켜 배치로 바꿀 수 있도록 합니다. 지붕은 가벼운 재료로, 접힐 수 있도록 만듭니다. 여름에는 지붕을 펼쳐 차양과 통풍에 유리하도록 만들고, 겨울엔 접어 외기 차단과 단열에 더 유용하도록 합니다. EPISODE 3. 이문동 건설현장 [BACKGROUND] 재정비 사업, 개발사업 등으로 지어지는 아파트, 빌딩 등의 대규모 건설 현장은 그 기간 많은 인력과 장비, 물자가 오가며, 근처에는 함바 식당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거대한 방음벽이 설치되는 등 주변 환경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건설 현장의 규모에 따라 공사 기간은 상이 하지만, 길게는 5년 이상의 시간 동안 진행되기도 하는데, 일시적이라는 이유, 공사가 끝나면 사라질 것이라는 이유로 공사장의 노동자들과 공사장 근처 거주민들의 삶의 질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건축이 단순히 공사가 끝나면 철거되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건설 현장에서 다시 사용될 수 있거나, 공사 후에도 남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면, 공사 기간은 참고 살아야 하는 시간에서 나아가 다채로운 삶의 방식이 모이는 시간이, 서로를 환대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SITE, CLUE] 이문동에는 현재 서울 동대문구에서 진행 중인 재정비 사업 구역 중 가장 큰 규모를 가진 아파트 단지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대상부지는 공사 현장의 가장 큰 출입구가 위치한 곳으로, 방음벽 내부 쪽 공사장에는 공사장 인부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과 현장 사무실로 운영 중인 임시 건축물들이 있으며, 방음벽 바깥쪽은 기존 아파트 단지와 빌라들, 작은 공원, 그리고 대학교의 후문과 닿아있습니다. 해당 임시 건축물들은 공사의 가장 마지막 단계까지 있어야 하므로 그 위치는 대체로 공사가 끝난 후에 주차장으로 쓰이거나 공원 등으로 사용을 계획 중인 구역으로 정해집니다. 이문동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로 공사가 끝난 후 공원으로 바뀌어 기증이 예정된 구역에 임시 건축물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PROPOSAL] 공사장의 경계를 따라 20m 가까이 되는 높이로 150m 넘게 펼쳐진 방음벽 가설울타리에서 가능성을 찾았습니다. 가설 울타리에 두께를 더하고, 그 사이에 현장 노동자들과 지역 거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이 담긴 유닛들이 삽입됩니다. 노동자들을 위한 주거 및 각종 편의시설 유닛은 공사 기간에 사용되다가 해체되어 다른 공사장에서 재조립 후 다시 사용됩니다. 식당과 카페 등의 근생시설 유닛은 일부는 해체되어 재사용하거나, 혹은 해체하지 않고 남겨서 공원의 일부가 되어 완공된 아파트에 새로 이사 온 거주민들과 기존 주변 거주민들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공사가 끝난 후에 필요한 건축물을 먼저 제안한 후, 해당 건축물을 기준으로 잠시 사용될 부분이 확장되는 단계로 디자인을 진행합니다. 보다 영구적으로 사용될 부분은 무게와 강도를 더 가지는 재료를 사용하지만, 일시적으로 사용될 부분은 가벼운 재료를 사용, 모듈화하여 조립, 해체에 용이하게 합니다.
지도교수 김태영, 김나리
지도교수 작품평 허해인의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배경과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함께 살아가야 할 현대 사회에서 건축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질문합니다. 소유와 점용, 정체성과 자유, 정주와 이동의 문제를 다루며, 건물을 영구히 소유하거나 사용할 ‘원주민’과 잠시 머무르며 점유하는 ‘이주민’의 관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으며, 이러한 관계의 역동성을 건축의 시간성으로 전제하고 시간성에 대응하는 이동하는 건축, 순환하는 건축을 제안합니다. 세 프로젝트는 찰나에, 한 철에 또는 주기적으로 건축이 시간성을 달리할 수 있다는 점으로부터 지속가능하며 사회적 포용성이 있는 건축을 만드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잠시 머무르다 떠날 이방인, 그리고 그들을 맞이하고 떠나 보내는 원주민의 필요와 바람은 변용하고 적응하는 공간과 건축을 통해 공동의 기억으로 축적됩니다. 그 축적된 결과가 만드는 포용과 환대의 건축이 개인과 군중의 사이에서 연결과 고립을 극단으로 경험하게 하는 우리의 도시 환경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의미있는 작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