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개요 |
'Mutated Eco Block ; myce
전통적인 건축 재료가 환경에 미치는 타격을 줄이기 위해, 미래에는 살아있는 유기체를 사용하여 건물을 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탐구한 mycelium(균사체)의 건축적 활용 가능성을 강남 슈퍼블록에 들어설 주민친화형 자원순환센터를 통해 제안하고자 합니다.
콘크리트의 주 성분인 시멘트를 얻기 위해서는 천연 자원의 과도한 채굴로 생태계 파괴가 야기되며, 이들의 가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방출하는 데다, 짓고 나서도 냉난방, 조명, 유지 보수 등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21세기 환경 분야의 패러다임 전환을 맞이하여 건축 역시 전통적인 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재료와 공법을 채택해야 한다 생각하였고, 빠르고 쉽게 생산되며 사용이 끝나면 생분해되어 자연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 있는 바이오폴리머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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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
1. mycelium이란?
버섯의 뿌리로도 알려진 균사체는 탄소를 포함한 유기물 기반의 기질에서 성장하며, 실제로 지구상 식물 뿌리의 90% 이상과 연결되는 광대한 네트워크(Wood Wide Web)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균사체 기반의 건축 재료는 버섯 종이나 기질의 구성 성분에 따라 다양한 물리적 특성(색, 강도, 향기 등)을 지닐 수 있고 다 자란 뒤 특정 환경에서 생분해되거나, 다시 재생할 수 있습니다. 환경 친화적, 생분해 가능성, 가볍고 단열성이 뛰어난 특성 덕분에 광범위한 연구, 실험 및 프로토타입 제작을 통해 생체 재료로서 균사체의 잠재력은 특히 건축 산업에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저는 균사체에 사용되는 유기물 기반의 기질을, 각 도심 블록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후처리하여 균사체가 섭취하며 자라날 수 있는 기질의 혼합물로써 활용하여, 강남의 쓰레기 문제와 기존의 건축 자재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였습니다.
2. 배경
서울시는 시설을 보유한 자치구 4곳에 의존해 처리하는 27% 분량을 제외한 나머지를 전부 지난 30여년 간 인천 바다의 매립지로 보내왔습니다. 그러나 2026년부터 실행되는 인천시의 쓰레기 직매립 금지령에 따라, 자체적인 쓰레기 처리를 위해 추가적인 자원순환센터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강남구는 서울시 내에서 가장 많은 생활쓰레기를 배출하는 자치구로, 특히 역삼-논현 생활권의 주거지 골목에 즐비한 생활 쓰레기들이 도시의 미관을 해치고 냄새를 유발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강남구의 각 도시블록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균사체가 섭취하며 자라날 수 있는 기질 혼합물의 재료로 활용하여, 강남의 쓰레기 문제와 기존의 건축 자재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였습니다.
3. 프로그램
현재 건물 노후화, 석면 발생 문제 등을 이유로 이전건립이 결정된 국기원 건물의 지하-지상부 전체를 재활용하여 자원순환센터를 짓고, 기존에 국기원의 제 2 주차장으로 사용되던 부지에 주민을 위한 아트센터를 설계하였습니다. 비교적 많은 수목을 보유해 Wood Wide Web이 충분히 형성되었을 녹지 공원이라는 점, 슈퍼블록의 중앙에 위치하여 지하에 쓰레기 집하용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기 유리할 것이라는 고려가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무분별하게 버려지던 쓰레기들이 중간 처리장을 거쳐 가축의 사료나 퇴비쯤으로 활용되는 데 그쳤다면, 본 프로젝트에서는 mycelium의 기질로써 활용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일반적으로 기피 시설로 인식되는 건물이 주민 반대를 극복해내기 위해, 자원화에 필요한 설비적 측면 뿐 아니라 방문객을 위한 프로그램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건물은 크게 자원 순환 센터 - [지하: 폐기물 처리 설비 + 지상: 자원 순환 과정 전시]와 지상의 주민 아트 센터, 시설 운영과 관련 기술 연구를 진행하는 바이오 연구 센터로 구성됩니다. 주민 기피시설 지하 3층에서 모인 폐기물들은 분류, 세척, 냄새 제거, 파쇄 및 분말화 과정을 거친 뒤, 균사체 기질로 바꾸고, 활용하는 공정부터는 지상의 전시관에 배치하여 방문객들이 자원 순환 과정을 직접 보며 학습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후에는 아트센터에서 직접 균사체를 이용해 각자가 필요한 가구, 생필품, 의류 따위를 만들어볼 수 있고, 수명을 다한 물품은 센터로 도로 가지고 와 분해시킬 수 있습니다.
4. 디자인 방법
균사체를 활용하여 짓는 건물 특성 상, 수명 주기가 짧고 건물의 분해나 리모델링이 굉장히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설계자가 100%개입하여 지어진 건물이기보단, 특정 조건에 알맞게 자라나는 건물이라는 컨셉을 가져가고 싶었기에 초기 건물 매스를 디자인하는 데 있어 컴퓨테이션 방식을 활용하였습니다. 사이트의 공간을 4.5*4.5m크기의 voxel로 나눈 뒤, 각 셀에 여러 환경 데이터를 할당하여 건물이 입지하기에 최적화된 볼륨만을 남겼습니다. 이후 각 프로그램의 실에 필요한 셀 개수를 고려하여 packing 알고리즘을 통한 조닝을 진행하고, 마지막으로 marching cube 알고리즘을 사용해 각 셀이 가지는 볼륨을 실제 외벽과 내벽을 지닌 건물로서 구축하였습니다.
5. 공법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놓치지 않고 싶었던 부분은 균사체를 건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실제로 어떤 '공법'을 사용할 것인지 였습니다.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단순히 상상력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기 위해 수많은 리서치를 진행하였습니다. 건물 내 공간의 다양한 성격을 고려하여 크게 4가지 주요 공법(재밍 구조, 블록 융합, 직조 방식, 3D 프린팅)이 적용되었습니다.
재밍 구조 (Jamming structure)는 콘크리트에 비해 현저히 낮은 균사체 기반 벽의 압축 강도를 보완하기 위해 고안되었으며, 실제로 균사체 벽 또는 기둥의 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블록 융합 (Block Interlocking)방식은 모르타르가 필요 없는 벽돌처럼, 스스로 융합하는 성질을 지닌 균사체 벽돌 특성을 고려한 공법으로, 일반적인 벽돌의 시공 방식에 비해 훨씬 빠르고 쉽게 독특한 파사드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직조 방식(Woven strucxture)은 최근 각광받는 콘크리트 직조법에서 영감을 받아, 콘크리트가 아닌 균사체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으며, 3D 프린팅 기술 역시 콘크리트 뿐 아니라 살아있는 유기체에도 적용 가능한 방식임을 제시하고자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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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 작품평 |
이 작품은 탄소배출로 인해 생긴 기후변화 속에서 건축이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다. 일찍이 콘크리트를 대체할 균사체를 재료로 채택하였는데, 이러한 생태학적 관심을 모든 디자인 결정으로 확장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1. 서울의 음식물 쓰레기를 균사체의 성장 동력으로 삼았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역삼 공원을 골라 ‘새로운 그린’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2. 음식물 쓰레기 집하, 균사로 가공, 구축까지 이루어지는 자원 순환 센터와 연구시설은 전시시설과 결합하여 그 자체로 시민들에게 신소재 공법을 소개하고 환경적 변화를 촉구하는 쇼케이스가 된다.
3. 기성 건물의 형태에 머무르지 않고 제너러티브 디자인을 통해 식생 분포, 일조, 풍향 등 생태적 변수들을 대입하여 친환경적 매스를 도출했다.
4. 실제 균사를 배양하여 네 가지 구축법을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었고, 사람들에게 생소한 신소재를 소개하는 전략이 탁월했다.
프로토타이핑과 같은 전통적 건축 표현법을 사용하면서도 제너러티브 디자인과 같은 새로운 방법론을 적절히 도입 한 점은 현 시대가 직면한 문제를 비판하면서도 발전적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프로젝트의 본질과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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